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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출근한 강경화, 진정한 '성평등' 국가 되려면

강경화 임용과 안경환 낙마의 젠더 정치 : 성평등은 민주주의 국가의 목표

등록|2017.06.21 14:42 수정|2017.06.21 14:42

▲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사 내 전시물을 보고 있다. ⓒ 이희훈


지난 18일, 강경화씨가 드디어 외교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지난 5월 21일 장관후보자로 지명한 지 28일 만이다. 대다수 야당의 공식 입장은 시종 일관 '강경화 임명 철회'였으나, 각 정당의 개별 의원 중에선 방송에 나와 강경화 개인이 쌓아온 역량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방송인 유시민씨는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비아냥거리고,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얼굴 마담"이라 폄하하고,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민간 여객선 선장이면 몰라도 전시 항공모함 함장을 맡길 수 없다"며 전문성과 자격을 의심했다. 그들이 앞세운 논리는 자격과 전문성이자 실력에 대한 문제 제기였으나, 이는 명백한 성차별적인 발언들이다.

이런 데자뷔는 많다. 2014년 공사에서 여생도가 최초로 1등을 하자, 공사는 심사 기준을 문제 삼아 1등과 2등을 뒤바꾸려고 시도한 바 있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이해찬, 정청래 의원에게 "정무적 판단"이라는 중립적인 언어로 그 이유를 해명했던 반면, 이미경 의원에게는 "의정 활동 저조"라고 설명했다. 여성으로서 최초 6선을 바라보던 이미경 의원에게 정치적 오명을 남긴 것이다. 능력주의의 중립적인 포장 이면에는 남성의 언어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각 단체의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범여성계의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여성계 31개 단체는 "강경화 장관 후보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에서 다져진 폭넓은 경험과 전문적 지식으로 우리나라의 산적한 외교 현안을 유연한 감각으로 잘 처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여성 최초 외교부 장관의 막중한 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최선의 적임자로 열렬히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의기억재단 및 일본군 '위안부'연구회를 비롯한 저명한 여성 인사들도 "강 후보자 지명에 대한 조속한 인준으로 2015 한일합의를 비롯한 외교 현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신속히 대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강 후보자는 국제사회에서 여성·인권에 대한 가치를 우선하며 한국의 외교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용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여성계의 목소리는 야당에게 외면당했다. 야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두고 "더 이상 협치는 없다"며 투쟁의 제물로 삼았다.

안경환 "죽는 날까지 사죄하며 살겠다"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안 후보자는 “제 자신의 잘못에 더하여 자식문제까지 말씀 드리게 되어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국민 여러분과 저를 아껴주시고 기대를 걸어주신 많은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안 후보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시민사회 목소리를 외면하는 듯한 모습은 또 있다. 2016년, 고작 작년에 출판된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나타난 안경환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여성관은 우려스러웠다. 안경환 내정자가 바로 사의를 표명하여 여성계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 및 성매매 등 여성의 안전과 인권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폭력적 남성성을 생물학적 차이에 근간한 남성의 본능으로 포장하는 건 분명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집중한 건 안경환 내정자의 허위 혼인 신고 판결문의 위법성 여부였다. 콘돔 없는 무책임한 성관계를 여성에게 요구하는 등 여성을 철저히 성적으로 대상화 한 <남자사용설명서>의 저자 탁현민이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공직에 임명되는 데 여성계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으나, 그는 여전히 청와대에 출근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 그 이후에는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는 선언은 그 중첩된 젠더 불평등의 해소에 대한 약속이었을 것이다. 그 약속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더 긴밀한 여성운동과 페미니스트와의 협치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벨상까지 수상했던 한 영국 대학의 명예교수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결국 사임했다. 그 교수가 소속한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은 영국에서 최초로 남학생과 동등한 조건으로 여학생을 선발한 학교"라며 "성평등을 위한 우리의 노력으로 이러한 결론에 다다랐다"고 밝힌 바 있다.

성평등 대통령은 자신의 품성을 드러내기 위한 '젠틀맨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성평등이 제반의 사회적 불평등과 얽혀 있는 연결 고리에 있으며 성평등의 실현이 한국 사회 전반에 누적한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기초이자 민주주의 실천의 일차적 과제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국정의 우선 순위 목표로 삼아야만 한국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제발 성평등 수치도 글로벌 수준으로 가자. 성평등은 민주주의 국가의 목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진옥씨는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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