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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들어갔지만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강

독일 '이자 강 살리기' 사업과 정반대였던 MB정부 4대강 사업

등록|2017.06.22 09:12 수정|2017.06.22 09:13

▲ 큰고니와 사람이 어울리는 행복한 모습의 독일 이자 강 ⓒ 임혜지


백조라 부르는 큰고니들이 무리 지어 노닐고, 시민들이 물가에서 쉬고 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이곳, 독일의 이자(Isar) 강이다.

이자 강이 원래부터 이런 아름다운 강이었을까? 아니다. 이자 강은 홍수를 막기 위해 1806년경부터 제방을 쌓고, 굽이 휘어진 물줄기를 직강화하고 보를 만들었다. 그러나 수질이 악화되고 홍수가 빈번하자, 2000년부터 2007년까지 5단계에 걸쳐 강 살리기 공사를 시작했다. 보를 허물고, 모래·자갈이 있는 사주와 여울을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수질이 맑아졌고, 수생태계가 건강해졌으며, 철새들이 찾아오고, 사람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했다. 지금까지 약 30조 원의 혈세를 4대강 살리기에 퍼부었다. 4대강도 이자 강처럼 생명의 강으로 다시 살아났을까?

▲ 문화재인 공산성 앞의 모래밭을 준설하고 오리배를 띄었다. ⓒ 최병성


공주 공산성 앞에 금빛 모래 반짝이던 금강을 찾았다. 백조는 보이지 않고, 백조를 닮은 플라스틱 오리 배만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맑은 강물 대신 강바닥엔 녹조 덩어리가 가득했고 악취가 진동했다. 이자 강변엔 사람들로 가득한데, 4대강 살리기가 완성된 금강 변엔 오리 배를 타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4대강 살리기 공사 이전의 4대강에서는 백조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기러기, 원앙 등 각종 철새들의 쉼터였다. 그러나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4대강 사업으로 마구 파헤쳤다. 그 결과 4대강은 더는 철새들이 찾을 수 없는 강이 됐다. 백조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90% 이상이 얕은 물가에서 노니는 수면성 오리인데,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서식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수영하기 좋은 물 만든다던 약속, 언제 지킬 건가요?

▲ 철새의 낙원을 만든다며 흑두루미, 기러기, 큰고니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마구 파헤쳤다. ⓒ 습지와 새들의 친구


▲ 이자 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자 강은 어른과 아이 등 온 가족의 쉼터가 되었다. ⓒ 양쿠라작가


이자 강 살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자연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자 강은 독일 뮌헨 시민들의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다. 물만 가득했던 운하에서 모래와 자갈이 깔린 자연의 강으로 돌아왔다. 그 덕에 물도 맑아지고 안전한 강이 됐다. 어른 아이 함께 나와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안식처로 거듭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을 어떤 모습으로 살려놓았을까?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공사 구간이 634km다. 그런데 아이들과 물놀이 할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4대강 사업의 특징은 평균 수심 6m로 강을 깊게 준설한 것이다. 수심 6m의 깊은 강에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녹조라떼'에서는 물놀이는 고사하고 손과 발조차 담글 수 없다는 사실이다.

▲ 수영금지, 낚시 금지... 4대강사업 이전엔 이곳에서 물놀이하던 곳인데, 4대강사업은 왜 했을까? ⓒ 최병성


금빛 모래밭으로 소문난 금강 곰나루터. 4대강 사업 이전엔 아이들이 물놀이하던 곳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엔 물놀이 절대금지 지역이 되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4대강에 가보면 '수영금지, 낚시금지, 물놀이금지' 팻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4대강이 물놀이하기에 안전한 곳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낙동강 강정고령보를 찾았다.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개방 지시로 평소의 관리수위에서 1.5m 수문을 내려 물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녹조 천국' 낙동강은 달라지지 않았다.

녹조가 심해지자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조류 경보 발령'을 내렸다. '수영 자제, 물놀이 자제, 음용금지, 어획 및 식용자제, 반려동물 접근금지'라고 경고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녹조로 가득한 낙동강에선 수영과 물놀이가 안 되고, 물을 먹어서는 절대 안 되며,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서도 안 된다는 경고였다. 

▲ 수영, 물놀이를 금하고, 물고기조차 먹어서는 안된다는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의 경고 현수막이다. ⓒ 최병성


환경부가 제시한 4가지 안전수칙이 기막혔다. 

- 물가에 쌓인 녹조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
- 이곳에서 어획 및 식용을 자제해주세요.
- 녹조가 발생한 물을 직접 음용하지 마세요.
- 사람 또는 반려동물이 물에 닿으면 재빨리 깨끗한 물로 씻어주세요.

낙동강 녹조 물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에 몸에 닿으면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한다는데, 깨끗한 물은 어디에 있을까? 30조 원이나 퍼붓고도 수영할 수 없고, 마실 수도 없고, 물고기조차 먹을 수 없게 만든 4대강 사업은 왜 했을까?

4대강, '삽질'하기 전 모습은 어땠나

▲ 모래밭엔 철새 발자국이 있다. 4대강사업 이전엔 이렇게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낙동강이었다. ⓒ 최병성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4대강 사업이 막 시작된 2009년 여름, 낙동강에서 물놀이 중인 어린 소녀를 만난 적 있다.

"몇 살이니?"
"7살이요."
"아빠는?"
"저기 아래에서 낚시 중에요."

엄마와 딸은 안전한 곳에서 물놀이하고 아빠는 낚시를 즐기던 낙동강이었다. 물가 모래톱에는 철새들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맑고 안전하고 행복한 강. 바로 이게 4대강 '삽질' 이전의 낙동강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엔 그 어디에서도 물놀이할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됐다. 철새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이 물놀이하던 강의 모래를 다 파내고, '썩은 물'로 가득 채운 수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강물 속에서 낚시중인 이자 강. 여울과 사주가 반짝이는 이자 강가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 양쿠라작가


이자 강 주변에서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만 가득했던 운하에서 자연을 닮은 강으로 돌아오니 강 중앙에까지 들어가 낚시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자 강이 그만큼 안전하고 건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4대강엔 낚시 금지 팻말만 눈에 띈다. 이자 강처럼 강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수심 6m인 깊은 수로로 변경돼서 사람이 들어갔다간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성 등의 문제 때문에 녹조 가득한 강에서 자란 물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환경부가 '식용 금지'라고 경고했던 것처럼 말이다.

▲ 지난 6월19일 현재 도동서원 앞 낙동강 모습이다.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듯한 낙동강 녹조라떼 속 물고기는 과연 안전할까? 식용금지라는 환경부의 경고가 이해된다. ⓒ 최병성


▲ 지난 6월 2일 찍은 사진이다. 플라이낚시를 하는 이곳. 상류 2km 지점이다. 4대강 '삽질'을 하지 않은 덕에 여울이 살아있고, 맑은 물에 낚시를 즐기고 있다. 사진 좌측 상단에 물고기 사냥 중인 가마우지도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한강, 금강, 낙동강이 이 모습이었다. ⓒ 최병성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낚시할 수 없었을까? 아니다. 지난 2일 한강에서 낚시꾼들을 만났다. 독일 이자 강처럼 강물 속 여울에 몸을 담고 플라이 낚시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삽질'을 하지 않은 한강이었다. 이곳에서 2km 떨어진 하류부터 4대강 공사가 진행됐다. 이곳은 다행히 4대강 공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오늘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낚시를 즐기고, 얕은 물가에서는 다슬기 잡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30조 원을 퍼부은 4대강 사업 구간은 거의 아무도 찾지 않고,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강엔 이자 강처럼 물놀이와 낚시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4대강 사업이 정말 강 살리기였을까? 아니면 '살아있는 강 죽이기'였을까? 

4대강 사업 홍보 책인 <생명이 깨어나는 강, 희망찬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에서는 외국의 성공한 강 살리기 사례로 독일의 이자 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도 독일 이자 강 살리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다. 왜 이렇게 됐을까?

▲ 뮌헨시청 홈페이지에 이자 강 살리기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있다. ⓒ 뭰헨시청


독일 뮌헨 시청 홈페이지에 그 정답이 있다. 뮌헨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자 강 살리기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다시 살아난 이자 강의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복원 전, 복원 중, 복원 후 등의 공사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복원 전은 배가 다닐 수 있는 물이 가득한 수로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홍수가 빈발하고 도시 침수가 발생하자 제방을 헐어 물이 흐를 길을 더 넓게 해주었다. 그리고 곳곳에 모래·자갈이 쌓인 사주와 여울을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수질이 맑아지고, 수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철새가 돌아오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생명의 강이 된 것이다.

필자는 전국을 돌며 4대강 사업에 대해 강연을 많이 했다. 하루는 안양중앙성당에서 강의하던 중, 이자 강 복원 과정 사진을 보여주며 맨 앞줄에 앉은 초등학교 1학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외국은 강 살리기를 이렇게 한데요. 4대강 사업은 어떻게 했죠?"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명쾌한 대답이 나왔다.

"거꾸로요"

30조 원을 퍼부었음에도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된 이유는 '강 살리기'라는 이름은 같았으나, 공사 방법이 유럽의 강 살리기와는 '거꾸로'였기 때문이다. 이자 강은 보를 허물고 사주와 여울을 만들어 자연의 강으로 돌아간 반면, 4대강 사업은 모래톱과 여울을 파 없애고 16개의 대형 보를 건설해 강을 깊은 수로로 만들었다.

▲ 이렇게 모래를 파내고도 강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일 것이다. ⓒ 습지와 새들의 친구


4대강 사업 이전의 4대강은 이미 살아있는 강이었다. 우리는 유럽의 강 살리기 이후의 강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을 살린다며 멀쩡한 강을 팠다. '보'라 부르는 댐에 갇혀 흐름을 잃어버린 강은 '녹조라떼'가 됐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했고, 철새는 떠나갔다. 흐르지 않는 4대강은 이젠 사람들조차 찾지 않는 '죽음의 호수'로 전락했다. 

4대강 사업은 유럽의 강 살리기와는 정반대로 흘러간 걸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을 속였다. 전문가의 탈을 쓴 대학교수들과 언론이 거짓된 사업에 동참해 사실상 강을 죽이고, 국토를 파괴하고, 국고를 거덜 나게 한 셈이 됐다.

이자 강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4대강 사업이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잘못'이었다는 점이요, 또 하나는 '녹조라떼'로 신음하는 4대강일지라도 이자 강처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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