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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과 실업자, 둘 중 하나 택하라는 대한민국

[주장] 연대의 정신을 담아 6.30 사회적 총파업에 함께한다

등록|2017.06.21 14:55 수정|2017.06.21 14:55
여름방학을 맞아 한신대학교 총학생회는 1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평택으로 농활을 떠난다. 이번 농활은 오는 26일부터 7월 2일까지 7박 8일 동안 진행된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대학생들이 뜨거운 여름의 태양 아래서 농사일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농민과 학생의 연대활동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매년 이렇게 농활을 떠나고 있다.

그런데 농활 기간인 6월 30일에 사회적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농활 기간과 겹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신대학교 총학생회는 6월 30일 총학생회와 과학생회의 깃발을 들고 사회적 총파업 대회에 함께 하기로 했다. 농활의 연대정신과 사회적 총파업의 의미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농활 중간에 상경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학생들은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상경도 해야 하니 일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농활을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이해하고 있는 농민분들에게 "투쟁하러 서울간다"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는 않다. 농민회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분들 중에는 '데모 나간다'며 핀잔을 주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총파업은 농민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총파업의 요구인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보장"은 당장 농민 가족의 삶이 달린 문제이다. 사회적 총파업은 노동자와 농민이 일구어낸 사회적 생산물을 재벌들이 빼앗아가는 왜곡된 분배관계를 바꾸자는 것이다.

우리와 우리 이웃은 여전히 적폐로 고통받고 있다

일하는 이들이 주인되는 사회, 그것이 총파업을 통해 이루려는 '사회대개혁'의 목표다. 그래서 이번엔 농민분들에게 단순히 "투쟁하러 서울 간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하는 이들이 일할 맛 나는 사회, 노동자농민이 주인되는 세상 만들려고 간다"고 말씀드리려고 한다. 

우리는 사회적 총파업이 촛불항쟁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청년대학생,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줄을 잇는 우리들의 '사연'은 적폐청산의 구호로 하나가 되었지만, 정권교체 이후의 우리 사회가 변화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농민들도 6월 초 전국농민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업 적폐를 선언하고 문재인정부에게 '추가적 FTA 협상을 체결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와 우리 이웃은 여전히 적폐로 고통받고 있다.

사회적 총파업은 노동자들만의 요구가 아니다. 임금노동자의 운명에 처한 우리 모두의 삶을 '개혁'하자는 요구이자, 독점재벌 때문에 심각해진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요구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재벌에게 책임을 물어 사회를 대개혁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사회적 총파업은 헬조선에 고하는 사망선고이며, 우리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신고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농활 중에 서울에 상경해서 사회적 총파업에 함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청년들에게 2017년은 여전히 헬조선이다. 6개월 동안의 촛불항쟁으로 '민주정부'를 수립했지만, 우리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 무한 스펙 경쟁 끝에 얻는 평생 비정규직, 한 끼 식사도 감당하기 힘든 최저임금, 노동조합 없는 열악한 일자리는 우리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간다. 최저임금 6480원을 받는데 월세 40만 원, 등록금 400만 원을 감당해야 하니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빚쟁이 신세가 되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 우리에게 대학생활의 로망은 없다. N포세대 우리 청년들이 더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2016년 광장에 촛불을 들고 함께할 때부터 우리 청년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갈수록 최고치를 기록하는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비정규직 철폐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며, 등록금을 인하하여 교육 부담을 완화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사회가 시키는 대로 하면, 열심히 노력만 하면 행복하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비로소 눈을 뜨고 본 것은 열정페이와 낮은 최저임금으로 청년을 착취하는 사회였고, 청년일자리에 무관심한 독점재벌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모순으로 가득한 사회였다. 학교에서도 우리는 돈벌이 대상이었다. 대학은 상업적 돈벌이 정책을 계속 내세우고 학생들이 학교의 민주주의를 요구하면 묵살당했다.

촛불항쟁에 함께한 청년 대학생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만 분노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가 가장 가슴 아파한 세월호참사의 책임자였고, 헬조선을 만드는 노동개악의 총지휘자였다. 재벌과 협력하여 사내유보금 800조의 시대를 열고, 결국 우리에게는 비정규직 일자리만 남기고, 비정규직이 아니면 실업자가 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선사했다.

우리는 비싼 등록금과 방값을 대기 위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일했던 우리의 노동은 결코 '최저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중소상인 핑계를 대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이들은, 청년들에게는 열정페이를 강요하고, 중소상인들을 수탈하는 재벌 대기업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80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가며 사회적 부를 독점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사내유보금의 8%만 투자하면 바로 이행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피와 땀을 돌려받고 싶다. 지금의 헬조선을 만든 재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강요된 희생을 거부하고 인간답게 살겠다는 외침

6.30 사회적 총파업의 요구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할 권리 보장>은 경제성장을 담보로 우리에게 강요된 희생을 거부하고 인간답게 살겠다는 외침이다. 청년들의 무한 스펙 경쟁은 그저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비정규직으로 가득한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살아남으려면 청년들은 스스로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밖에 안 되니 개인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은 이런 모순을 참고 견딘 과거와 결별하고자 한다. 우리는 '능력'과 '노력'을 탓하는 사회를 거부하려고 한다. 우리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생활할만한 임금과 안정적인 일자리는 무한 스펙 경쟁의 승리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권교체 이후 정치권은 수많은 적폐에 순서를 매기고 있다. '나중에', '몇 년 뒤에' 등의 현사로 우리가 처한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을 살아간다. 정치에 우리의 삶을 내맡기지 않고 우리는 6.30 총파업에 함께하면서 '사회를 대개혁' 하려고 한다. '지금 당장' 우리가 광장에서 사회를 바꾸려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 가득 찬 '적폐'를 없애기 위해 우리 한신대학교 총학생회는 다시 광장으로 나서려고 한다. 농활 기간이지만 농민들의 요구도 우리 마음에 담아 6월 30일은 깃발을 들고 다시 광장에 나서려고 한다. 변한 것은 정권뿐이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치는 결국 광장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6월 30일에 함께 모이면 좋겠다. 무한 경쟁 스펙 쌓기가 아니라, 함께 모여 청년이 꿈꾸는 미래로 나아가자.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70대 한신대학교 총학생회 사회연대국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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