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문준용 의혹' 열심히 받아썼던 동아, '조작 파문' 보도는?

민언련 신문 보도 비평(6/27)

등록|2017.06.27 17:25 수정|2017.06.27 17:25
26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기간 국민의당이 발표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제보가 조작되었음이 확인되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선거를 나흘 앞둔 지난 5월 5일 국민의당은 문준용씨의 파슨스스쿨 동료를 자처한 익명 제보자의 음성변조 증언과 카카오톡 캡쳐 화면 등을 공개하며 준용씨가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고용정보원에 입사원서를 낸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특히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 김성호 수석부단장은 기자들을 향해 "이분의 증언에 대해서 저희는 100% 확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증언의 신뢰도를 저희는 100% 확신한다"는 발언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당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익명 제보자 음성은 국민의당 청년위 부위원장인 이유미씨와 친척관계인 인물이 연기한 것으로, 이씨는 검찰 조사를 앞둔 지난 24일 자료 조작 사실을 당시 선대위 공명선거추진단장이었던 이용주 의원에게 실토했다고 합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는 이날 오후 이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그렇다면 6개 일간지는 선거 당시 국민의당이 제기한 의혹과 제보 조작 사실이 밝혀진 이후 관련 사안을 각각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선거 기간 의혹 가장 열심히 받아 썼던 <동아>

먼저 6개 신문이 국민의당의 추가 폭로를 선거 당시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제보자 증언을 공개했던 5월 5일 이후부터 선거 당일인 5월 9일까지 관련 보도량은 동아일보가 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앙일보와 한국일보가 각각 2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경향신문과 조선일보, 한겨레는 당시 국민의당이 제시한 '증거'를 지면 보도에서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문준용, 아빠가 하라는대로 이력서 내">(5/6 문병기 기자 https://goo.gl/rrQNKU), <문측 "준용씨 관련 증언은 가짜뉴스" 안측 "동료 2명이 양심적 제보" 반박>(5/8 유근형 기자 https://goo.gl/dHdeLJ), <마지막까지 거친 네거티브 공방>(5/9 장관석 기자 https://goo.gl/UxAmv6) 등의 보도를 통해 해당 사안을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공방'으로 전달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또 <사설/선거과정 해소 안 된 문 아들 특혜의혹>(5/8 https://goo.gl/T3xERs)에서는 문 대통령의 아들 의혹에 대해 "의심을 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문 후보 측이 국민이 납득할 해명을 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논란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로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당이 아닌 '그간 제대로 해명을 하지 못한' 문재인 후보 측에 넘긴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또 "이 정치적 문제를 검찰로 넘기는 것이 능사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며 민주당의 검찰 고소와 이에 대한 국민의당의 맞고소 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한국일보와 중앙일보도 각각 <文·洪·安캠프 뒤엉켜 네거티브 공방전>(5/6 권경성 기자 https://goo.gl/V1p3Tg), <안 측, 문재인 아들 유학시절 의혹 제기 문 측 "가짜 인터뷰" 관련자 검찰 고발>(5/8 유성운․박유미 기자 https://goo.gl/r1c4So) 등의 보도를 통해 해당 사안을 '공방전' 등으로 전달했습니다.

이 중 중앙일보는 <사설/D-1, 끝까지 꼼꼼하게 따져 투표하자>(6/8 https://goo.gl/m9p7RZ)를 통해 "민주당은 의혹을 무조건 부인만 할 것이 아니라, 준용씨에게 직접 해명하게 해서라도 유권자의 의문을 풀어줘야 한다. 국민의당도 자체 공개한 음성 파일이 '가짜'라는 공방에 휘말린 만큼 그 진위 여부를 분명하게 밝혀 논란을 종식시켜야 할 것이다"라며 두 당 모두를 겨냥한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하루 앞둔 날,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논란'을 재차 언급하는 것을 책임 있는 보도 태도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국민의당 대국민 사과 이후 보도는? 

국민의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27일 지면에 관련 보도를 가장 '적게' 다룬 곳은 선거 기간 가장 열심히 관련 의혹을 받아썼던 동아일보(1건)입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각각 2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3건의 관련 보도를 했고, 선거 당시 국민의당 주장을 받아쓰지 않았던 경향신문은 5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지면배치에 있어서도 매체별 차이점이 두드러졌는데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증거 조작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실을 담은 보도를 1면에 배치하지 않았던 반면,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1면에 배치했습니다. 이 중 경향신문의 1면 보도는 머리기사였습니다.

동아․조선, 국민의당 꼬리자르기 의혹 '언급 없음'

이번 조사과정에서 이유미 씨가 본인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모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허위 자료를 만든 것이라는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당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26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비록 국민의당이 사과를 했지만,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는 아닌지, 국민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며 "평당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소위 배우를 섭외하고 문준용 씨와 관련 허위 발언을 하게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 동아일보의 선거기간 국민의당 의혹 제기를 그대로 받아쓴 보도(왼쪽)와 이후 조작 사태를 전달한 보도(오른쪽) 비교(5/6, 6/27) ⓒ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국민의당․안철수 감싸기'에 급급한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실제 동아일보는 <"문준용씨 채용특혜 의혹 녹음 국민의당 당원이 조작한 것">(6/27 장관석․정지영 기자 https://goo.gl/sC41yM)를 통해 백 대변인의 발언 중 "민주주의를 유린한 엄청난 범죄로 '대선 공작 게이트'의 파장이 커질 심각한 사안"이라는 발언만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관련 기사 어디에서도 백 대변인 등 민주당 측 지적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두 매체는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입장은 비교적 충실하게 보도했는데요. 먼저 동아일보는 위의 보도에서 "이 씨는 진상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도 조작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이 전 최고위원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자체 조사에서 주장해 조작 인지 여부는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고 전했으며, 조선일보는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녹취는 조작 자백>(6/27 엄보운 기자 https://goo.gl/tLfNyJ)에서 이 전 최고위원과 직접 통화를 해가며 "이(유미)씨가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말로 이해했다"는 '해명'을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경향․중앙․한겨레․한국 '국민의당 꼬리자르기 의심된다'

이와 달리 같은 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매체는 '국민의당 꼬리자르기 의혹'을 직접 제기하거나 최소한 관련 의혹을 제기한 타 당 관계자 발언을 전달했습니다.

먼저 경향신문은 <사설/문준용 씨 특혜 녹음이 정치공작의 결과였다니>(6/27 https://goo.gl/XaCW5T)을 통해 "국민의당은 이날 공식 사과를 했지만 대선 과정에서 자행된 조직적 공작과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 사과'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국민의당의 충격적인 '문준용 폭로' 조작 사건>(6/27 https://goo.gl/Hv9qSS)에서 "이런 허위·조작 범죄가 한 평당원에 의해서만 가능했겠느냐 하는 의심도 풀리지 않는다.

국민의당 지도부까지 참여한 범죄가 아닌지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한겨레는 <대선 4일전 조작된 증거로 공세…국민의당 '도덕성' 치명타>(6/27 송경화 기자 https://goo.gl/Lre89U)에서 "당 지도부가 이씨를 '조작자'로 먼저 발표하고 나선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시도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안철수 측근 대거 연루… 국민의당 존립 기로>(6/27 정재호 기자 https://goo.gl/B6MW1J)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의 "국민의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조작을 덮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사과'를 한 것이 아니냐"는 발언을 전했습니다.

동아․조선, '안철수 책임론'도 외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안철수 책임론'을 언급하는데도 유독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중 동아일보의 경우 관련 보도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언급한 구절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 유세를 하면서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겨냥해 '권력을 이용해서 자식에게 취업 특혜를 주는 상속자들의 나라를 끝장내겠다'고 했다"가 전부입니다. 직접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녹취는 조작 자백>(6/27 엄보운 기자 https://goo.gl/tLfNyJ)에서 이씨가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안철수 후보를 도왔으며 '안철수와 함께한 희망의 기록 66일'이라는 책도 집필"했다는 것을 전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는 않았는데요. <사설/또 대선 증인 조작, 국사범으로 뿌리 뽑아야>(6/27 https://goo.gl/gMPp14)에서는 아예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언급 없이 "국민의당도 (진상규명을 위해) 모든 협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경향․중앙․한겨레․한국 '안철수 책임, 피하기 어려울 것'

반면 조선일보를 제외한 4개 매체는 직․간접적으로 모두 '안철수 책임론'을 언급했습니다.
먼저 경향신문은 <문 대통령 아들 취업특혜 의혹 증언 육성 카톡 모두 가짜>(6/27 정제혁․조미덥 기자 https://goo.gl/EXQVkR)에서는 "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도 도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강조했으며 <'의혹 조작' 연루자 또 있나>(6/27 https://goo.gl/Lg6Gzy)에서는 증거를 조작한 이씨가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사제지간 인연을 맺었다. 2012년 18대 대선 때는 안철수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음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역시 1면 보도인 <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증거 조작" 시인>(6/27 송경화 기자 https://goo.gl/Nw1rHy)에는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는 문구를, 이어지는 5면 보도 <대선 4일전 조작된 증거로 공세…국민의당 '도덕성' 치명타>(6/27 송경화 기자 https://goo.gl/Lre89U) 에서는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의 '안철수 후보도 몰랐을지 의문' 발언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도 <안철수 측근 대거 연루… 국민의당 존립 기로>(6/27 정재호 기자 https://goo.gl/B6MW1J)에서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결국 안 전 후보가 결자해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과 익명의 선대위 전 핵심관계자의 '안철수 책임론' 관련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제목에 안철수 전 대표를 언급하고 <검찰조사 앞두고 '문준용 의혹' 조작 실토 대선 때 안철수 등 지도부 몰랐을까 의문>(6/27 박유미 기자 https://goo.gl/vDXMmy)을 통해 백혜련 대변인의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책임자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지도 여전히 의문"이라는 발언을 전했습니다.

다만 중앙일보는 동아일보․조선일보와 함께, 증거를 조작한 이유미 씨가 카이스트 재학 당시 안철수 전 대표와 사제 관계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