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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병 고친다?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제정임의 문답쇼, 힘] 국내 1호 가정의학전문의 윤방부 박사

등록|2017.07.01 16:18 수정|2017.07.01 16:18
"모든 병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이 무슨 병에 좋다'는 얘기는 맞지 않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의사들이 그런 식의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잘못이에요."

국내에 가정의학을 처음으로 도입한 윤방부(75·선병원재단 회장) 박사가 지난 6월 29일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잘못된 건강지식이 폭넓게 통용되고 있는 세태를 꼬집었다.

건강보조식품은 병의 예방·치료와 무관

윤 박사는 국민 1/3이 언젠가는 경험하게 된다는 암을 포함, 모든 병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처방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떠도는 속설과 달리 어떤 음식도 특정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기능을 갖고 있진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암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예방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가족에 대장암 내력이 있다면 고기를 덜 먹는 등 피해야 할 음식은 있지만, 특정 음식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암은 없다는 설명이다.

▲ 윤방부 박사가 “음식 하나 만으로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윤 박사는 '오메가3' 등의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도 "의학계에선 효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건강보조식품은 자기 몸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정도이지, 병과 연결해서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백옥주사, 마늘주사 등 미용주사의 효과에 대해서도 그는 "비타민주사 한 번 맞는 정도의 피로회복은 몰라도 다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미용주사의 효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병원에서 시술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 박사는 방송채널이 늘어나면서 의사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의사들이 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가려운 데 긁어주듯 대중이 원하는 편리한 처방만 제공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몸에 이상을 느낄 때 (인터넷 등에서 얻은 정보로) 자가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을 삼가고, 빨리 의사를 찾아가 진단을 받아야 병을 조기 발견하고 완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양적인 장수보다 질적인 장수가 중요

윤 박사는 "건강을 잃은 채 오래 사는 것은 비참한 일"이라며 "양적인 장수보다 질적인 장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적인 장수를 위해 '하루살이처럼 살 것'을 권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보고 싶은 것 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용서할 것도 바로 하면서 그때그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 박사는 또 질적인 장수의 방법으로 스트레스(Stress), 운동(Sports), 배우자(Spouse), 검진(Screening), 이기적인 마음(Selfishness), 만족(Satisfaction)을 뜻하는 '6S 원칙'을 꼽았다.

▲ 단순한 장수를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하루하루를 즐기며 만족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윤방부 박사. ⓒ SBSCNBC 화면 갈무리


"배우자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자식한테 희생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를 챙겨야 남도 도울 수 있어요. 더불어 꾸준히 운동하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스트레스 받을 때는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생각을 가지세요. 항상 현재 상황에 감사하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만족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로 질적인 장수의 비결입니다."

판자촌 치료하다 '가정의학' 필요성 눈 떠 

윤 박사는 1972년 당시 국내 최연소(29세)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연세대 의대에서 조교수로 일하다 다시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가정의학전문의 과정을 공부하고 국내 1호 가정의학전문의가 됐다. 그때만 해도 국내 의료계는 여러 과목을 통합 진료하는 가정의학에 거부감이 컸으나 윤 박사는 많은 저항과 질시를 이겨내고 85년에 정식과목으로 인정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미국에서 다시 의대 학생이 되는 수모에 이어 국내 의료계의 따돌림까지 겪었지만 가정의학을 포기하지 않은 데 대해 "젊은 시절 판자촌에서 얻은 사명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 윤 박사는 판자촌 의료봉사 경험을 계기로 다양한 증상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 SBSCNBC 화면 갈무리


"군에서 전역한 후 판자촌 의료지원센터소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만났어요. 늑막에서 물을 빼달라, 부러진 다리를 고쳐달라, 애를 받아 달라… 이들을 위해서는 만능 의사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당시 연세대 근처의 서울 연희동 판자촌에는 약 4만 세대가 화장실과 상하수도 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판자촌에서는 부부 싸움, 취중 폭력, 자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고, 그 복합적인 결과는 주민들의 병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이 칸막이처럼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 총체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윤 박사는 "요즘 산부인과 병원이 없는 농어촌에서도 가정의학을 전공한 공중보건의 등을 활용하면 1명이 6개 과목의 진료를 할 수 있으니 의료소외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선병원재단 회장 겸 국제의료센터 원장인 윤 박사는 사단법인 '함께하는 36.5'의 이사장으로서 탈북자, 다문화 가정, 고려인 등을 위한 의료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 (http://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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