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독일에 무지개 떴다'... 동성결혼 합법 국가 되다

동성결혼 합법화 최종 가결... 메르켈 총리는 반대표

등록|2017.07.01 10:03 수정|2017.07.01 10:03

▲ 독일의 동성 결혼 합법화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독일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6월 30일(현지시각) 독일 연방 하원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고 모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93표, 반대 226표,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독일은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23번째 국가가 됐다. 현재 세계에서 동성 결혼 합법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웨덴, 벨기에, 영국, 덴마크, 프랑스 등이다.

동성 부부도 재산 상속·자녀 입양 가능

이번 법안은 사회민주당, 좌파당, 녹색당 등 진보 계열의 의석으로는 과반 달성이 어려웠으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의 일부도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됐다.

메르켈 총리는 동성 결혼을 반대하며 9월 총선 이후로 표결을 미루자고 주장해왔으나, 지지 여론이 높아지자 반대 당론을 전격 폐기하고 "양심의 투표를 보고 싶다"라며 자유 투표로 입장을 바꿔 사실상 가결을 용인했다.

하지만 표결에서는 반대표를 던지면서 개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메르켈 총리는 "나는 결혼이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법안 통과가 확정되자 진보 계열 의원들은 성 소수자 지지를 의미하는 무지개 색종이를 날리며 축하했다. 녹색당의 폴커 벡 의원은 "놀라운 승리이며, 독일의 역사적인 날"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이미 '시민 결합'의 형태로 동성 커플을 인정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보장하고 있으나, 앞으로 동성 부부도 이성 부부처럼 법적으로 결혼을 인정받고 재산 상속과 자녀 입양 등의 권리도 누릴 수 있게 된다.

"베를린 장벽 무너진 것만큼 중요한 사건"

▲ 독일 연방 하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가결을 보도하는 AP 뉴스 갈무리. ⓒ AP


이날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는 독일 전역에서 동성 커플들이 모여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이들은 법안 통과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포옹하며 감격을 나누었다.

한 동성애자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오랫동안 싸웠으며, 독일을 넘어 전 세계 동성애자들에게도 매우 뜻깊은 날"이라며 "앞으로 더욱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동독 출신이라는 또 다른 동성애자는 "나에게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건"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에 맞서 계속 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사면위원회도 성명을 통해 "평등을 위한 승리"라며 "동성애자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환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법안이 통과됐으나 200여 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기독교 문화가 강한 독일에서 여전히 동성 결혼에 대한 저항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