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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고소했다 되레 피소, 곽현화 '무혐의'

곽씨 측 "맞고소, 가해자가 피해자 괴롭히는 방법"

등록|2017.07.01 18:53 수정|2017.07.01 18:53

▲ 배우 겸 개그우먼 곽현화씨 ⓒ 곽현화 페이스북


검찰이 영화감독 이수성씨가 배우 곽현화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 달 21일 곽씨에게 ▲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 명예훼손 ▲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곽씨는 지난 달 30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당연한 결과인데 왜 괜히 눈물이 날까"라고 말했다.

곽씨는 지난 2014년 자신의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 <전망 좋은 집>을 유료로 배포했다며 성폭력처벌법(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위반 혐의로 이씨를 고소했다. 이후 1심에서 패소한 곽씨는 페이스북에 심경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이씨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곽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다행히 올해 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명예훼손 고소에 수사기관도 비교적 호의적이진 않다"라며 "피해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가해자의) 고소 활용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영화사 측 "곽씨, SNS로 약점만 부각"

앞서 곽씨는 "일단 촬영하고 편집 때 제외해달라고 하면 반드시 빼주겠다"는 이씨의 요청으로 상반신 노출 장면을 촬영했다가, 이후 해당 장면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곽씨의 요청대로 노출 장면을 영화에 담지 않았지만, 이후 감독판에 이 장면을 담아 IPTV(인터넷TV) 등에 유료로 배포했다.

이에 곽씨는 이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중앙지법 제16형사단독은 지난 1월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노출 장면을 촬영하지 않기로 했다면 이씨는 곽씨에게 갑작스럽게 노출 장면을 촬영하자고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곽씨가 원할 경우 해당 장면을 제외하는 것은 감독의 편집권한에 관한 이례적인 약정임에도 배우 계약에 기재하지 않았다. 곽씨가 이씨의 구두약정만 믿고 상반신 노출 촬영에 응했다는 사실은 다소 이례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씨가 곽씨의 요구에 따라 노출 장면을 삭제해줬다고 해도 감독판이나 무삭제판까지 노출 장면의 배포 권한을 포기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1심 패소 직후 곽씨는 "이번 소송으로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 억울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곽씨는 "그 사람(이씨)은 거짓말 탐지기를 통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왔다. (이씨) 목소리가 담긴 녹취와 스태프 2명의 녹취도 증거로 제출했지만 소용없었다"라고 주장했다.

▲ 작년 7월 곽현화씨는 자신의 심경을 페이스북에 밝혔었다. ⓒ 곽현화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자 이씨 측인 <전망 좋은 집> 제작사 리필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씨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곽씨는 본인의 SNS를 통해 본 사건과 관계없는 여성의 인권과 약점만을 부각시키고 억울한 심경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이어 "(이씨는 노출 장면이 포함된) 최종 편집본을 곽씨에게 별도로 보여줬고, (곽씨는) 이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며칠 후 돌연 마음을 바꿔 노출 장면을 빼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라며 "이후 이씨는 몇 개월 고민 끝에 극장 상영 시에는 해당장면을 뺐지만 이후 해당 영화의 '무삭제 노출판' 에서 해당 노출 장면을 삽입해 공개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씨는 곽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지난 달 21일 이를 불기소 처분하며 재판조차 열리지 않게 됐다.

이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거의 100% 가해자로부터 맞고소가 들어온다"라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방법이다. 어렵게 유죄 판결이 나와도 이러한 점이 가중 처벌 사유에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체로 피해자들은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폭로 후 나자빠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가해자로부터 (무고, 명예훼손 등의) 고소가 먼저 들어오고, 그러면 피해자가 무고나 명예훼손에 대응하는 싸움이 되고 만다. 그렇게 성폭력 사건도 흐지부지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곽씨가 이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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