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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기] 농사꾼의 저녁 밥상에 오른 생고등어 조림

등록|2017.07.02 09:36 수정|2017.07.02 09:36

▲ ⓒ 유문철


▲ ⓒ 유문철


▲ ⓒ 유문철


장마비가 시작된다니 꼭두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기운을 꽁꽁 써가며 비맞이 농사일을 했다. 한창 농사일 할 때는 늘 이렇게 일했다. 여름이면 날이 어두워서야 일을 마치고 씻고 저녁밥을 먹는다. 농사일을 치러낸 온 몸은 욱신거리고 밀려드는 허기에 돌이라도 씹어먹을 태세다.

8시가 넘어서야 밥상을 마주 한다. 어머님이 막내 사위는 고등어를 좋아한다고 생고등어 조림을 밥상에 올려 주신다. 맛있다. 제천 엄마가 해주시던 거랑 신기하리만큼 맛이 똑같다. 하긴 장모님도 고향이 제천이시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고등어 하면 안동이 유명하다. 생고등어가 아니고 간고등어. 안동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인 단양과 제천 사람들도 간고등어를 좋아한다. 지금처럼 도로가 사통팔달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소금에 푹 절인 간고등어가 최고의 반찬이었다.

어릴 때부터 즐겨먹던 간고등어 구이는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 음식이다. 소고기고 뭐고 다 필요없다. 고등어가 최고다. 지금은 생고등어 구이나 조림이 흔하지만 어려운 시절 먹던 간고등어 구이와 조림이 그립다.

생고등어 조림을 정신없이 먹다가 간고등어를 떠올리다니. 나도 나이가 먹긴 먹었나 보다. 옛날을 아름답게만 추억하는 걸 보니.

장마비가 내린다. 중부 지방에 폭우가 쏟아진다는데 논물 넘치지 않게 미리 물은 빼놓았지만 걱정이 된다. 비가 안와도 걱정, 너무 많이 와도 걱정. 농사꾼의 숙명이다. 부디 잔잔하게 오래오래 내려서 해갈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배가 부르고 노곤하니 잠이 쏟아진다. 농사꾼의 여름 하루가 이렇게 또 저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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