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미진
"보라빛 고운빛 우리집 문패꽃
꽃중의 작은 꽃 앉은뱅이랍니다"
어렸을 때 참 많이도 불렀던 동요다. 아직도 가끔 흥얼거려보기도 하는데 갑자기궁금해졌다.
무슨 꽃일까? 채송화일까? 문패꽃이라는 걸 보면 분명히 문앞에 피는 흔하디 흔한 꽃일텐데... 그렇게 자주도 불렀건만 나는 그 꽃이 어떤 꽃인지 왜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인터넷을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그 꽃의 본명은 제비꽃이었다. 제비꽃은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오랑캐가 쳐들어 올 때 핀다고해서 "오랑캐꽃", 꽃 모양이 씨름 하는 자세를 닮았다고 "씨름꽃",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를 닮았다고 "병아리꽃", 아이들이 반지를 만들어 낀다고 "반지꽃", 키가 작아서 "앉은뱅이꽃", 대문 앞에 핀다고 "문패꽃".
제비꽃의 다른 이름들은 다른 사물이나 사연들과 연관되어 지어진 이름들이었다. 그건 아마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의 삶과 그 궤적을 같이 해왔기 때문일 것이리라.
나는 전형적인 아스팔트 키드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적 동요를 부르면서 그 꽃의 주인공을 몰라보았던 것이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학교를 다녀와서 해가 질 때까지 학원에 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보니 "왜 어릴 때 좀 더 게으를 수 있는 시간들을 주지 못했을까?"하는 후회가 많이 든다.
봄에 찍어 둔 사진을 핸드폰에서 찾아보며, 아이들을 잃은 골목이, 운동장이, 햇살이 아이들을 찾아내어서 제비꽃으로 반지를 만들며 뛰어노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제비꽃 #아이들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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