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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뚜기'는 되는데, '호식이', '미스터피자'는 왜 안 되나

[게릴라칼럼] 잇따른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 '오너리스크' 사태, 해법은 오뚜기에 있다

등록|2017.07.04 11:27 수정|2017.07.04 13:15

▲ '치즈 통행료' 등 갑질 논란과 '보복영업' 혐의를 받고 있는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엠피(MP)그룹 회장이 3일 오전 9시17분경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최윤석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갑질' 논란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미스터피자의 창업주인 정우현 전 회장이 3일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정 전 회장은 카메라 앞에서 수 초간 고개를 숙였다. 구속 영장까지 청구될 수 있는 위기 앞에서 벌인 이러한 사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들을 위한 것인가, 그저 대언론용이자 면피용 퍼포먼스인가. 정 전 회장은 작년 경비원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출두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았던가.

검찰은 이른바 '갑질 횡포' 논란에 대해 폭넓게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에 비싼 치즈를 강매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친인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는 형태였다. 심지어 본인이 쓴 자서전까지 가맹점에 부담을 떠넘기며 본사 광고비에 할당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묻자. 본인의 브랜드를 확장시켜 주는, 더욱이 하루하루 본사의 매출을 올려주는 가맹점들과 점주들은 오너들의 배만 불려주는 한낱 '봉'인가.   

잇따른 갑질 횡포와 오너리스크, 지긋지긋하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체들의 '갑질 논란'과 이른바 '오너리스크'에 신음하는 가맹점주들의 하도급 업체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점이리라. 최근 20대 여성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물의를 빚고 비난에 직면한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특히나 최 전 회장은 본인이 여성 직원을 끌고 가는 호텔 앞 CCTV 장면이 공개되면서 국민적인 비난을 산 바 있다.

BBQ치킨의 제너시스BBQ 역시 두 차례 치킨 가격 인상을 강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이에 재빨리 가격 인상을 백지화하면서 이성락 사장이 취임 3주 만에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너무 많고, 너무 광범위하다.

<이코노믹 리뷰>에 따르면, 올해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는 한국피자헛, 죠스푸드, 본아이에프 등 외식업체 3곳과 화장품 업체인 토니모리 등 총 4곳이다. 치킨뱅이 가맹본부인 원우푸드와 통인익스프레스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 외 설빙, 토니버거, 옥빙설, 회진푸드 등 9곳은 경고를 받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불공정거래 등 가맹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해 조치한 건수는 지난해 연간 수치(12건)를 뛰어넘어 15건에 이른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역시 올 1~5월 프랜차이즈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수가 28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증가했다고 밝혔다.

'갑질 횡포'가 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인 시정 요구가 봇물 터지듯 잇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대변하는 수치라 할 만하다. 이 같은 분위기의 반대급부일까. 소셜미디어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기업이 출현했다. 바로 '갓뚜기'로 불리는 오뚜기다. '나쁜 기업'을 겨냥한 소비자 불매 운동이 흔해진 요즘, 오뚜기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요인은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을 포함해 수많은 '나쁜 기업'들이 '공부'해야 마땅해 보인다.

'갓뚜기' 오뚜기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시작은 경쟁업체 '농심'이었다. 촛불 정국이 한창이던 작년 11월, 농심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상임 법률고문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김 전 실장은 작년 12월 말까지였던 농심과의 고문직에서 서둘러 물러났다. 그럼에도 농심을 향한 비난은 그치지 않았고, 농심과 김 전 실장과의 '특수 관계'는 끊임없이 재조명됐다.

김 전 실장은 2013년까지 6년간 농심의 비상임 법률고문으로 재직했다. 청와대에서 물러난 작년 9월 다시 같은 직책을 맡았다. 앞서 김 전 실장은 농심의 라이벌인 삼양식품에 치명타를 입혔던 1989년 이른바 '공업용 우지(牛脂) 파동'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이 사건은 이후 대법원이 삼양식품에 무죄 판결을 내렸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사실이 판명된 바 있다. 농심이 이러한 전력을 들어 김기춘 전 실장을 법률고문으로 모신 것 아니냐는 비난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일각에서 농심을 향한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사이, 경쟁 업체인 오뚜기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시작은 단순한 가격 비교였다. 이어 소셜미디어상에서 농심 라면 제품과 오뚜기 제품과의 비교에 이어 식품 대기업 오뚜기의 선행과 철학을 칭찬하는 글이 확산됐고, 각종 미담도 발굴됐다. 급기야 '갓뚜기'란 별명이 붙었고, '오뚜기 구매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사례들을 보자. 오뚜기는 10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가을, 라면 등 식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 라면값 등 식품 가격이 서민 물가에 직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받아들여졌다. 

오너의 상속세와 비정규직 비율 등 미담도 이어졌다. 작년 9월, 창업자인 고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했고, 함영준 현 회장은 부친인 함 명예회장으로부터 오뚜기 주식 46만 여주를 상속받으면서 생긴 1500억 대의 상속세를 5회에 분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가를 비롯해 대기업들마다 불법과 위법으로 비껴가려고 안달인 상속세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비정규직 비율도 화제다. 지난 1분기 기준 오뚜기의 비정규직 비율은 1.16%로, 3천여 명의 전체 직원 중 기간제 근로자 36명만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오뚜기가 대형마트에서 시식 업무를 맡는 파견 사원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한 사실을 높이 사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을 쓰지 말라"는 함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함 명예회장의 미담은 "파도 파도 끝이 없다'는 반응과 함께 폭넓게 알려지는 중이다. 최근 김석봉 석봉토스트 사장의 자서전을 통해 알려진 오뚜기의 선행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2000년대 초 서울 무교동 등지에서 노숙자들에게 토스트를 무료로 나눠줬고, 오뚜기가 이러한 나눔에 동참하기 위해 자사의 소스를 무상으로 제공해줬다는 것이다.

또 함 명예회장은 1992년부터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하기 시작했고, 총 4242명의 선천성 심장병 아동이 도움을 받았다. 2015년 11월에는 오뚜기 주식 3만 주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이 주식은 315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러한 기부는 모두 개인적으로 진행됐지만, 함 명예회장의 사후 오뚜기의 미담과 선행이 화제가 되면서 뒤늦게 알려진 경우다.

이같은 '갓뚜기'의 미담 사례와 소셜미디어상의 화제는 오뚜기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하위였던 오뚜기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2조 원을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개별 제품의 인기에 힘입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의 '오뚜기 사랑'과 '오뚜기 구매 운동'이 합작해낸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현명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똑똑한 소비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업이리라. 특히나 '갑질 논란'과 '오너리스크'를 일으키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예컨대, 미스터피자의 정우현 전 회장과 호식이두마리치킨의 최호식 전 회장이야말로 이 함 명예회장의 철학과 미담을 수용하고 공부해야 할 이들 아니겠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제발 법이나 지켜라

"프랜차이즈의 특성상 불매운동은 가해자인 본사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인 가맹점주들과 종사자들에게 매출 하락이라는 더 큰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이날 서울 서초구 MP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가 주장한 내용 중 일부다. 가맹점주들은 "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속죄해야 한다"면서도 악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불매운동으로 이어질지 노심초사했다. 

다시 묻자. 도대체 가맹점주들이 무슨 죄인가. 또 '나쁜 기업'을 퇴출시키고 싶어도 선의의 피해자이자 '을'일 수 있는 가맹점주들과 관련 종사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비자들은 또 무슨 피해인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정위와 국회가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안도감을 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가맹점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보복 금지 규정을 새로 도입하고, 업계의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을 감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호식이 방지법' 등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대한 개정안 23건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중에는 프랜차이즈 점포 1㎞ 이내에 동일 업종의 출점을 금지하거나 프랜차이즈 대표의 추문이나 일탈 행위로 일어난 불매 운동으로 피해를 본 가맹점주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뚜기 함 전 명예회장과 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불법과 위법만 저지르지 말고, 그저 법대로만 기업을 운영하시라. 명심하시라. 그것만이 소비자들에게 퇴출당하지 않는 길이다. 최근 급격히 매출이 떨어졌다는 호식이두마리치킨이나 미스터피자와 같은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그래서 가맹점 주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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