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쏙 빼놓고... '문 대통령 인천공약 이행촉구 결의문' 논란
민주당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 인천시 "부시장이 설명... 안타깝다"
▲ 지난 4월 21일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인천 부평역 광장 유세에서 한 시민에게 선물받은 화관을 머리에 올리며 해맑게 웃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 빠진 '반쪽' 인천시민 결의문
문재인 정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지난 2일 문 대통령의 인천지역 10대 공약 조기 실현을 촉구하는 인천시민 결의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인천시당은 대선 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지원, 수도권 경제중심도시 육성, 아름답고 편안한 도심환경 조성, 교통이 편리한 도시환경 조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①해경부활과 인천환원 ②여객선 준공영제 지원으로 서해 5도 교통과 관광 편의 증진 ③인천~개성공단~해주를 잇는 서해평화협력벨트 조성 ④남동ㆍ부평ㆍ주안의 노후화된 국가산업단지 고도화 사업 추진 ⑤계양테크노벨리 등 도심형 첨단사업단지 조성 ⑥녹색기후기금 활성화로 녹색환경 금융도시 송도 건설 ⑦부평미군부대 부지 조기 반환 추진 ⑧남구와 중ㆍ동구 등 원도심 개발과 환경개선 지원 ⑨제3연륙교 건설 지원 ⑩인천도시철도 2호선 광명,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 연장과 수인선 청학역 신설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인천시와 함께 인천시민 결의문을 채택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공약들은 인천에서 가장 시급하고 필요한 공약들로 그 어떤 공약도 제외되거나 늦춰서는 안 될 시급한 과제들이다"라고 한 뒤 "인천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안위와 발전을 위한 공통 필수 과제들이다"라고 했다.
이어서 "인천은 공항과 항만, 제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견인했지만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모든 편의시설은 서울과 인근 도시에 집중된 반면 인천은 수도권매립지ㆍ발전시설 등 수도권과 국가를 뒷받침하는 궂은 역할만을 감당했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국정기획자문위는 이 같은 상황을 깊이 인식해 인천 10대 공약을 조속히 국정 우선과제로 결정해야 한다. 인천지역사회는 뜻을 함께 모아 이러한 인천시의 의견과 요청이 받아들여지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야 3당, 시민단체와 함께 인천시민 결의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국정 운영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민주당이 빠졌고, 원내 정당 중에 정의당도 빠졌다. 아울러 결의문 채택에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도 빠져 사실상 '반쪽' 결의문으로 전락했다.
민주당 인천시당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인천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인천시 간 협력이 중요하고, 둘 사이에 가교역할을 할 민주당 인천시당과 당정 협의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오히려 이번 결의문 발표로 협력이 멀어지는 모양새다.
시가 결의문을 발표하고 다음날인 3일 민주당 인천시당은 논평을 내고 "사전에 협의도 않고 언론 발표 하루 전에 서명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독단과 불통을 일삼으며 무슨 협치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유 시장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전에 본인 공약이나 제대로 완수하라"고 질타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유 시장이 갑작스럽게 협치를 표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협치를 말하면서도 그 행태는 독단과 불통 그대로다. 시는 당정협의회나 여야민정협의회 구성과 관련해 우리 당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이어서 "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 6월 12일 국정기획자문위와 간담회를 하고 인천 10대 공약뿐만 아니라 숙원 과제와 현안을 전달하고 조속한 시행을 건의했다. 또한 국토교통부ㆍ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와 간담회를 진행했거나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유 시장이 여당 시절에는 협치와 소통도 않더니 왜 이제 와서 그러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유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을 재촉하기 전에 본인이 내건 공약이나 제대로 이행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대선 끝나고 정무경제부시장이 예방하고 설명했다"며 "인천을 위해 대통령 공약을 이행해 달라고 하는 거고, 이왕이면 여럿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더 힘이 실리니 그렇게 하자는 것이다. 진실이 왜곡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수결 처리' 파문 일자, 시 시민소통담당관실 "기억 안 나"
시는 인천시민 이름으로 결의문을 발표했지만, 참여하지 않은 일부 시민단체는 협치정신이 깨졌다고 반발했다.
당초 이 결의문을 '시민사회소통네트워크(시민소통넷)' 명의로 채택하려했고, 나아가 여야민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내부 이견 차로 인해 시민소통넷 명의로 채택하는 건 무산됐다.
시민소통넷은 시와 시의회, 국민운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 20여개로 구성한 민관 협치 기구다. 시민소통넷은 당초 문재인 정부에 인천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시민소통넷 명의로 제안하려했지만, 내부에서 입장 차가 발생했다.
일부 단체가 '여야 정치지형이 바뀌었으니 정치권과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며, '시가 여야 정당과 당정협의회를 먼저 추진하고, 그 뒤 시민소통넷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유 시장 또한 당정협의회를 먼저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를 토대로 시민소통넷 명의의 결의문 채택을 반대했던 단체 4개는 당정협의회가 먼저라며 결의문 채택 참여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시 시민소통담당관실 관계자는 "시장님이 그렇게 얘기하기 전에 시민소통넷에서 문재인 정부에 인천 공약을 촉구하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며 "인천 공약을 이행하는 데 여야가 따로 없는데, (결의문에서) 빠지겠다고 하는 게 더 이상하다. 오히려 (결의문 채택을) 반대하는 게 정치적인 것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결의문 채택에 참여하지 않은 단체 관계자는 "일에 순서가 있다. 유 시장이 당정협의회를 먼저 진행하기로 했다. 회의록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며 "심지어 내부에 입장 차가 발생하자, 시민소통넷에 참여하는 의회 대표자와 한 단체 대표자가 시민소통넷 대표자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결의문 채택을 두고 시가 시민소통넷에서 다수결로 처리하겠다고 압박했다"고 덧붙였다. 다수결 처리 예고에 시와 시민단체 간 갈등은 증폭됐고, 협치를 내건 시민소통넷이 시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표결기구로 변질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다수결 처리'는 협치를 내건 시민소통넷의 사실상 균열을 의미했다. 파문이 커지자, 시민소통담당관실 관계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으며, 시민소통넷 대표자회의 소집 요구에서 대해서도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민주당 불참, 비판받아 마땅해"
정의당, "시민소통넷 내 입장 차로 유보"
인천시민 결의문 채택에 민주당 인천시당이 불참한 것에 대한 다른 정당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국민의당 인천시당(위원장 문병호)은 "출범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새 정부에 지금 당장 공약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라고 하면서도 "본인들의 공약인 만큼 민주당은 누구보다 앞장서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논평했다.
이어서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결의문을 두고 '시민단체와 야당들이 당장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몽니를 부린다'는 듯한 입장을 내세워 참여하지 않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당 인천시당은 또한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참여하지 않은 것과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우선 정치권과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입장 즉,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참여를 철회했지만, 민주당은 어떠한 명분도 없이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했다"며 "인천시도 유 시장의 공약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은 임기에 최선의 노력으로 시민들과 약속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인천시당(위원장 김성진)은 "10대 공약 조기 이행 촉구 결의문에 담긴 내용 중 상당부분이 우리 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해경 부활, 인천 환원'을 위해 공동입장을 발표하고 공동행동을 취했다. 이는 인천에서 민ㆍ관ㆍ정당이 이해관계를 떠나 인천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이 빠진 것은, 당초 이를 제안했던 시민소통넷 내부에서 일부 단체가 진행 방식에 이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의 공동행동이 적절한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민소통넷에 단일한 입장을 주문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추진되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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