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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아래 유유자적한 일본 간수 모습... 깜짝 놀랐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둘러보고

등록|2017.07.06 08:46 수정|2017.07.06 21:32

에어컨 밑에 있는 일본 간수지하감옥에서는 아직도 독립투사들의 영혼이 힘들어 하는데 에어컨 밑에서 유유자적하는 일본 간수 ⓒ 김민영


얼마 전에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을 찾았다. 붉은 담장이 눈앞에 들어오자 오뉴월이지만, 온몸이 썰렁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그동안 언론에서 들어왔던 역사의 아픈 흔적이라 그러리라 여겼다.

지하감옥으로 들어섰다. 고문실이 있는 지하라는 안내문을 보는 순간 머리가 쭈빗거리고 소름이 돋았다. 계단을 내려가자 퀴퀴한 냄새에서 피비린내가 풍기는 듯하여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독방에 갇힌 독립투사 한 분이 목에서 피를 토하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억울한 그분들을 되새길 때 가슴이 터지는 느낌은 나뿐만 아니고 그곳을 찾는 사람 모두가 같으리라 생각했다.

중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땀에 흥건히 젖어 있는 나는 서늘한 기운에 깜짝 놀랐다. 에어컨 밑에 일본 간수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서대문 형무소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는가. 아직도 독립투사들은 바람도 통하지 않는 지하감옥에서 대한독립을 외치며 영혼이 머물고 있는데, 일본 간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자적 앉아있는 모습은 실로 보기가 싫었다.

서대문 형무소는 옛것을 최대한 살려 재현했다고 한다. 그 시절, 일본 간수가 머무는 사무공간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는지 짧은 지식을 가진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간수가 앉아 있는 사무실에 에어컨 자체를 없애고 예전에 있던 모습을 재현해야 한다. 설혹, 그 시절에 에어컨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더운 날에는 일본 간수가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 정한 이치다.

1910년, 일본강점기를 기준으로 볼 때 겨우 백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직 나라를 위해 살이 찢겨 나가고 무서운 고문을 받으며 세상을 떠난 그분들 영혼이 어디로 가겠는가. 한이 맺혀서라도 서대문 형무소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영혼이라도 볼 때 일본 간수가 있는 방에는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을 주고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을 준다면 그분들 기분이 어떻겠는가. 당장 중앙사 일본 간수가 있는 사무공간에 에어컨을 떼어내고 지하 감옥처럼 복원해야 한다. 에어컨은 하루라도 빨리 꺼주길 바란다. 할 수만 있다면 지하감옥에 냉난방을 하여 그분들의 영혼이 지금이라도 편히 쉬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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