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조선, '○○녀' 명명 없이 제목 지을 역량 없나
민언련 신문 보도 비평(7/6)
특정 사안을 설명할 때 이와 관련한 여성을 '○○녀', '○○남'이라며 성을 강조하는 언론의 '이름 붙이기'는 언론의 행태는 사건의 본질과 맥락을 흐린다는 측면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특히 대부분 언론이 '○○남'이라는 표현은 '○○녀'라는 표현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주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는 성차별적 보도 행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에 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82.7%는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해 '○○녀'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무죄남'은 없지만 '무죄녀'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범죄보도, 특히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보도에서 '고소녀'를 비롯해 '○○녀'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재판을 받은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전하는 보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무고와 무죄 사이… 엇갈린 '박유천 성폭행' 고소녀들>(7/6 최연진 기자 https://goo.gl/exuMQo)에서 제목을 통해 박유천 씨를 고소한 이들을 싸잡아 '고소녀들'이라 명명했습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해당 사건을 다룬 <'박유천 성폭행 무고' 엇갈린 판결 왜?>(7/6 권오혁 기자․전진영 인턴기자 https://goo.gl/Gy7VLi) 보도에 <'무죄女'는 곧바로 112에 신고>, <'유죄女'는 거액 합의금 요구하다 협상 깨지자 뒤늦게 경찰에 고소>라는 부제를 달아놓았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했듯 사건 관계자의 성별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아니라는 측면과 유독 여성을 대상으로 이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양되어야 하는 보도 행태입니다.
실제 2009년부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지면에 '고소남'이라는 표현은, 조선일보가 서울시향 성추문 사건을 다룬 <'서울시향 성추문' 1년만의 반전>(2015/11/11 박훈상․변종국․이철호 기자) 보도 부제 <고소남 "증언해달라" 회유 드러나>가 거의 유일한 것인 반면, '고소녀'라는 표현은 각종 성폭력 사건 보도 제목에 수 없이 사용되었습니다. 물론 '무죄남'이나 '유죄남' 같은 표현은 더더군다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중앙일보의 경우 이날 관련 보도를 내놓았지만 '○○녀'라는 표현 없이 <'박유천 무고' 여성 국민참여재판서 만장일치 무죄>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한겨레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2차가해에 가까운 신문 태도를 지적하는 기자 칼럼 <'성폭력 무고' 피고인에 편견 드러낸 검찰>을 내어놓았습니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이라는 표현이 정말 필요할까
동아일보의 경우 이렇게 '○○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해당 기사에 <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 사건 직후 행적에 큰 차이>라는 부제를 달아두기도 했는데요. 성별과 마찬가지로 피소된 인물들의 직업과 성폭력, 명예훼손, 무고 등의 혐의는 논리적 연관관계가 없으며, 두 인물의 사건 직후 행적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할 때 굳이 '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이라는 표현을 덧붙여야 할 이유 역시 어디에도 없음에도 마치 대단히 중요한 정보라도 되는 양 부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성폭력을 비롯한 범죄 관련 보도, 더 신중해야
기본적으로 성폭력과 관련 보도는 사건의 특성상 다양한 인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은 보도로 인한 2차 피해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으며, 피의자가 유명인사일 경우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보호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은 성 평등 조항을 통해 "언론은 성별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성의 특성을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서는 언론이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자기 책임 하에 보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성범죄를 사회적 성역할에 관한 잘못된 통념에 기초해 피해자의 도적 관념과 처신의 문제로 인해 빚어진 사건"인양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역시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자들은 흥미를 유발하는 표현이나 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던 표현을 계속 관성적으로 쓰기 보다는, 이 같은 표현이 사건 관계자 및 사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여 보다 신중하게 관련 보도를 작성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에 대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82.7%는 여성 관련 이슈에 대해 '○○녀'라고 칭하는 것에 대해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무죄남'은 없지만 '무죄녀'는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범죄보도, 특히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보도에서 '고소녀'를 비롯해 '○○녀'라는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재판을 받은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전하는 보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조선일보는 <무고와 무죄 사이… 엇갈린 '박유천 성폭행' 고소녀들>(7/6 최연진 기자 https://goo.gl/exuMQo)에서 제목을 통해 박유천 씨를 고소한 이들을 싸잡아 '고소녀들'이라 명명했습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해당 사건을 다룬 <'박유천 성폭행 무고' 엇갈린 판결 왜?>(7/6 권오혁 기자․전진영 인턴기자 https://goo.gl/Gy7VLi) 보도에 <'무죄女'는 곧바로 112에 신고>, <'유죄女'는 거액 합의금 요구하다 협상 깨지자 뒤늦게 경찰에 고소>라는 부제를 달아놓았습니다. 이는 앞서 설명했듯 사건 관계자의 성별이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 아니라는 측면과 유독 여성을 대상으로 이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양되어야 하는 보도 행태입니다.
▲ 동아일보(왼쪽)와 조선일보 관련보도 제목(7/6) ⓒ 민주언론시민연합
실제 2009년부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지면에 '고소남'이라는 표현은, 조선일보가 서울시향 성추문 사건을 다룬 <'서울시향 성추문' 1년만의 반전>(2015/11/11 박훈상․변종국․이철호 기자) 보도 부제 <고소남 "증언해달라" 회유 드러나>가 거의 유일한 것인 반면, '고소녀'라는 표현은 각종 성폭력 사건 보도 제목에 수 없이 사용되었습니다. 물론 '무죄남'이나 '유죄남' 같은 표현은 더더군다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중앙일보의 경우 이날 관련 보도를 내놓았지만 '○○녀'라는 표현 없이 <'박유천 무고' 여성 국민참여재판서 만장일치 무죄>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한겨레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2차가해에 가까운 신문 태도를 지적하는 기자 칼럼 <'성폭력 무고' 피고인에 편견 드러낸 검찰>을 내어놓았습니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이라는 표현이 정말 필요할까
동아일보의 경우 이렇게 '○○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해당 기사에 <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 사건 직후 행적에 큰 차이>라는 부제를 달아두기도 했는데요. 성별과 마찬가지로 피소된 인물들의 직업과 성폭력, 명예훼손, 무고 등의 혐의는 논리적 연관관계가 없으며, 두 인물의 사건 직후 행적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할 때 굳이 '둘다 유흥업소 종업원이지만'이라는 표현을 덧붙여야 할 이유 역시 어디에도 없음에도 마치 대단히 중요한 정보라도 되는 양 부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성폭력을 비롯한 범죄 관련 보도, 더 신중해야
기본적으로 성폭력과 관련 보도는 사건의 특성상 다양한 인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은 보도로 인한 2차 피해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으며, 피의자가 유명인사일 경우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보호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은 성 평등 조항을 통해 "언론은 성별과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성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성의 특성을 지나치게 부각하거나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서는 언론이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자기 책임 하에 보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성범죄를 사회적 성역할에 관한 잘못된 통념에 기초해 피해자의 도적 관념과 처신의 문제로 인해 빚어진 사건"인양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역시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자들은 흥미를 유발하는 표현이나 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던 표현을 계속 관성적으로 쓰기 보다는, 이 같은 표현이 사건 관계자 및 사회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여 보다 신중하게 관련 보도를 작성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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