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전문 기자의 '맛집' 찾는 법을 소개합니다
매체에서 보도하는 맛집 '가려서' 참고하고, 자신만의 기준 세워야
요즘 세상엔 맛집이 너무 많고 맛집이 정말 없다. 각종 매체에서 쏟아내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기사, 여기에 블로거를 위시한 각종 SNS의 맛집 태그까지 온 동네 구석구석이 다 맛집이라 불린다. 하지만 정작 맛집이라는 가게를 방문해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70~80% 이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매체의 맛집 소개 기사나 블로거들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언제나 진흙 속에도 진주는 있는 법, 광활한 맛집 정보의 바다에서 나만의 맛집을 찾아보자. 진짜 맛집은 별로 없으니 바다라기보다는 사막에 가깝지만.
맛집 찾기? '탐식가'는 돼야 한다
맛집을 찾는 루트는 크게 TV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신문과 잡지의 기사, 미슐랭 가이드로 대표되는 맛집 가이드북, 블로거 및 각종 SNS 등이 있다. 이 중 TV 프로그램은 공신력은 땅에 떨어졌으나 영향력은 여전히 가장 큰 매체다. 찾아라 xxx TV, xx 특공대 등에 소개되는 맛집의 경우 워낙 허황된 것도 많고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이 지론이나 방송이 끝난 직후 한두 달은 소개된 가게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여전히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방송에 나온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집이 아니듯 무조건 맛없는 집만 소개되는 것도 아니다. 드문 확률로 진짜 맛집도 섞여 있다. 이걸 판단하는 눈을 키우는 비법은 무엇인가? 지름길은 없다. 그냥 많이 먹어보고 더 나아가서 연구도 해보고 무엇보다 그런 경험과 지식, 미각을 토대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먹는 것에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미식가'는 아니더라도 '탐식가' 정도는 되고 싶다면 필요한 과정이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이지만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찾아가며 이 옷 저 옷 매치해 보고 도전해 봐야 하는 것과 같다. 특히나 더 높은 단계의 미식을 꿈꾸는 이라면 필수이다.
미술 애호가도 음악 애호가도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단계가 높아진다. 음식도 마찬가지라 무작정 먹기보다는 먹고, 생각해보고, 이런 저런 조리법이나 기사, 문헌 등을 찾아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에 종종 나오는 '신기함', '독특함'만 앞세우는 어이없는 집들의 경우 이 단계로 가지 않아도 거를 수 있다.
수요미식회, 신문 기사, 잡지를 참고하는 법
최근의 맛집 프로그램 중 가장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수요미식회>는 어떨까? 다른 맛집 프로그램보다 깊이 있는, '이유 있는' 추천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집이라고 다 훌륭한 것만도 아니다.
<수요미식회> 추천 맛집의 경우 '많은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집'으로 참고하면 좋다. "대다수의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집이면 맛집인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식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집들 중 그닥 납득이 안 가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지레 "나는 미식가가 아닌가보다"라며 자신의 미각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주관과 입맛을 믿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많은 경험과 공부에서 쌓인 입맛일수록 한 명의 주관에 설득력이 생기겠지만, 그게 주관이든 객관이든 내 입맛을 믿어야 나만의 맛집 리스트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미식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단순히 입맛이 주관적이라고 하기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음식과 못 만든 음식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보니 이게 맞고, 저렇게 보니 저게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맛에 대한 확신, 그 확신을 뒷받침하는 경험과 공부는 소중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수요미식회>는 이런 확실한 주관,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쌓은 객관, 더불어 주관이 오만이 되지 않는 밸런스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리스트가 된다.
온오프라인 신문의 기사는 개중 공신력이 있는 편이다. 오래된 맛집, 특히 을지로 등 옛 신문사가 모여있는 전통의 회사원 먹자골목 등지의 맛집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중년 남성이 쓰는 기사가 많고 때문에 꼰대기질도 왕왕 보여 걸러 들어야 한다.
양식보다는 한식에, 한식이 아니라면 일식소개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전통의 노포, 오래된 오피스타운 근처의 맛집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방이나 국도 근처의 맛집은 신문사가 아니면 그 정보를 잘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정보를 찾는 데도 좋다. 최근에는 기자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며 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식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잡지가 있다. 잡지에서 소개하는 맛집과 신문사에서 소개하는 맛집은 약간 장르가 갈린다. 물론 기획에 따라 겹치는 것도 있지만 잡지에서는 주로 화제가 되는 '신상 맛집'을 많이 다룬다.
새로 생겼다 혹은 화제성이 있다 하면 여기저기 잡지에 나오기 때문에 잡지에 나오는 맛집 또한 무조건 믿을 것은 못된다. 그렇다고 쓸모가 없냐하면 그건 아니다. 잡지는 새로 생긴, 혹은 트렌디한 '뉴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알기 좋다. 물론 SNS가 소개할 수 있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는 하지만 SNS야말로 가장 공신력이 없는 매체기에 잡지가 큰 거름망으로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잡지에 소개되었다고 하면 적어도 하나쯤은, '소개할 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맛도 형편없고 서비스도 형편없다면 적어도 돈이라도 많이 발라 놓았다든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라는 소리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도 있다. 이 역시 가봐야 안다.
많은 이들이 잡지, 혹은 신문에 소개되는 맛집의 경우 "돈 받고 기사 써주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부터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웬만큼 아는, 시간이건 명성이건 오래도록 쌓은 메이저급의 신문사나 잡지라면 맛집 소개를 돈 받고 해주는 일은 없다.
기자와 자신과의 취향이 다르든가, 기자가 식견이 부족하든가, 본인의 식견이 부족하든가, 아니면 기자와 레스토랑 관계자가 친분이 있다 등이 변수가 될 뿐이다.그러니 무조건 불신하는 자세는 피하는 편이 새로운 맛집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영세한 언론사다.
맛집 가이드북은 믿을 수 있을까?
해마다 한 권씩 나오는 '맛집 가이드북'이라는 것도 있다. <미슐랭 가이드>가 대표주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슐랭 가이드>지만 어쨌든지간에 오랜 세월 그들이 쌓아 올린 지표와 기준이 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하다. 특히 파인다이닝이 아직은 생소한 입문자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미슐랭>도 논란이 많다.
프랑스에서 시작했고 서양 요리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동양의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우리와 다르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이나 일본의 레스토랑 리스트를 보면 그들이 보기에 이국적이며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느낄 만한 요소에 많은 점수를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만의 맛집 가이드북으로는 <블루리본 가이드>와 <다이어리 R>이 있다. <블루리본 가이드>의 경우 꽤나 오래 발행해왔기 때문에 정보를 찾기에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식당을 선정하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쓰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는 맛집이 그렇게 많지 않다. <다이어리 R>의 경우 서울판과 전국판이 나뉘어서 출간된다. 서울에 비해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맛집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역시 가장 정보의 양이 많은 것은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SNS다. 가장 공신력은 떨어지지만, 점점 그 영향력은 커져 간다. 많은 이들이 네이버 블로그의 맛집 소개 글에 더덕 더덕 붙은 스티커를 보며 뜨악해 하지만, 맛집을 찾는 이들에게 블로그는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창이다.
'맛없는 집' 잘 거르고, '맛집' 찾으려면...
블로그 및 SNS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정보의 질과는 전혀 상관 없는 방대한 정보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다. 레스토랑 정보를 보러 들어가서 남의 셀카를 봐야하고, 맛소개 라는 것이 "여자친구가 맛있대요 ㅎㅎ", "까다로운 울 딸 xx도 다 먹었어요, 엄지척" 같은 글을 보면 그야말로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이 정보의 홍수, 혹은 쓰레기의 홍수 속에서도 좋은 정보는 있다. 블로거 중에서도 자기만의 기준이나 열정이 깊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 기자가 아니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은 기자보다도 더 미식에 조예가 깊고, 경험이 많다. 물론 이 또한 주관적인 기준으로 '나만의 파워 블로거'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유명하다는 맛집 블로거들을 타고타고 들어가다 보면 이 사람은 나와 어느 정도 맞는구나, 어느 정도 기준이 있구나 등등을 알게 된다. 분명히 참고할 만한, 내 취향과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블로거가 한 명은 나올 것이다.
또 취향이 안 맞는 이가 올린 것일지라도 정보를 얻는다는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 일단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쌓이면 재빠른 스크롤만으로 '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 집 디저트는 달지 않아 좋아요"라거나 "단백하고 시원해요(담백이 아니라 진짜로 단백이라고 쓴다)",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서 더 맛이 좋아요~" (하트 띠용)같은 것을 쓰는 이라면 1초 만에 뒤로 가기를 누른다.
블로그보다도 더 예쁜 외양, 포토제닉한 음식에 집착하는 '인스타 맛집'의 경우, 보기 좋게 예쁜 것을 찾는 이들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쓰이고 있다. 맛은 없고 맛이 있어 보이기만 하는 맛집이 많아진 것이 다 인스타그램 탓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겠나 그런 시대인 걸.
자 그러면 '단 하나도 확실히 믿을 것은 없다는 말이냐!'라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 입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있다고 한들 한 명의 사람이, 혹은 하나의 매체가 완벽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전문 음식 칼럼니스트나 매체를 전적으로 믿고 좋아한다고 한들, 그 사람이나 매체의 말이 100% 맞는 것은 아니며 내가 그 사람이 가진 기준과 스타일을 좋아할 뿐인 것이다.
다만 객관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혹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쪽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이것들을 참고 삼는 것이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의 맛집 찾기는 '맛집 찾기'라기 보다 차라리 맛없는 집 거르기에 더 가깝다. 당연하게도 맛있는 곳 보다는 맛없는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삶의 즐거움인 맛집 찾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언제나 진흙 속에도 진주는 있는 법, 광활한 맛집 정보의 바다에서 나만의 맛집을 찾아보자. 진짜 맛집은 별로 없으니 바다라기보다는 사막에 가깝지만.
맛집 찾기? '탐식가'는 돼야 한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골 식당으로 유명해져 '맛집' 반열에 오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 7월 12일 복날을 맞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 연합뉴스
맛집을 찾는 루트는 크게 TV 프로그램, 온오프라인 신문과 잡지의 기사, 미슐랭 가이드로 대표되는 맛집 가이드북, 블로거 및 각종 SNS 등이 있다. 이 중 TV 프로그램은 공신력은 땅에 떨어졌으나 영향력은 여전히 가장 큰 매체다. 찾아라 xxx TV, xx 특공대 등에 소개되는 맛집의 경우 워낙 허황된 것도 많고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이 지론이나 방송이 끝난 직후 한두 달은 소개된 가게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여전히 펼쳐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방송에 나온 집이라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집이 아니듯 무조건 맛없는 집만 소개되는 것도 아니다. 드문 확률로 진짜 맛집도 섞여 있다. 이걸 판단하는 눈을 키우는 비법은 무엇인가? 지름길은 없다. 그냥 많이 먹어보고 더 나아가서 연구도 해보고 무엇보다 그런 경험과 지식, 미각을 토대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먹는 것에 뭘 그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미식가'는 아니더라도 '탐식가' 정도는 되고 싶다면 필요한 과정이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이지만 패셔니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찾아가며 이 옷 저 옷 매치해 보고 도전해 봐야 하는 것과 같다. 특히나 더 높은 단계의 미식을 꿈꾸는 이라면 필수이다.
미술 애호가도 음악 애호가도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해야 단계가 높아진다. 음식도 마찬가지라 무작정 먹기보다는 먹고, 생각해보고, 이런 저런 조리법이나 기사, 문헌 등을 찾아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런 프로그램에 종종 나오는 '신기함', '독특함'만 앞세우는 어이없는 집들의 경우 이 단계로 가지 않아도 거를 수 있다.
수요미식회, 신문 기사, 잡지를 참고하는 법
▲ 이태원 해방촌을 조명한 '수요미식회' 91화 ⓒ 수요미식회 캡처
최근의 맛집 프로그램 중 가장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수요미식회>는 어떨까? 다른 맛집 프로그램보다 깊이 있는, '이유 있는' 추천인 것만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추천하는 집이라고 다 훌륭한 것만도 아니다.
<수요미식회> 추천 맛집의 경우 '많은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집'으로 참고하면 좋다. "대다수의 미식가들이 인정하는 집이면 맛집인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식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집들 중 그닥 납득이 안 가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지레 "나는 미식가가 아닌가보다"라며 자신의 미각을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주관과 입맛을 믿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많은 경험과 공부에서 쌓인 입맛일수록 한 명의 주관에 설득력이 생기겠지만, 그게 주관이든 객관이든 내 입맛을 믿어야 나만의 맛집 리스트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미식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어렵다. 단순히 입맛이 주관적이라고 하기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음식과 못 만든 음식이 있고,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보니 이게 맞고, 저렇게 보니 저게 맞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맛에 대한 확신, 그 확신을 뒷받침하는 경험과 공부는 소중하지만 그것이 독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수요미식회>는 이런 확실한 주관,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쌓은 객관, 더불어 주관이 오만이 되지 않는 밸런스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리스트가 된다.
온오프라인 신문의 기사는 개중 공신력이 있는 편이다. 오래된 맛집, 특히 을지로 등 옛 신문사가 모여있는 전통의 회사원 먹자골목 등지의 맛집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중년 남성이 쓰는 기사가 많고 때문에 꼰대기질도 왕왕 보여 걸러 들어야 한다.
양식보다는 한식에, 한식이 아니라면 일식소개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전통의 노포, 오래된 오피스타운 근처의 맛집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방이나 국도 근처의 맛집은 신문사가 아니면 그 정보를 잘 찾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정보를 찾는 데도 좋다. 최근에는 기자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며 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식이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잡지가 있다. 잡지에서 소개하는 맛집과 신문사에서 소개하는 맛집은 약간 장르가 갈린다. 물론 기획에 따라 겹치는 것도 있지만 잡지에서는 주로 화제가 되는 '신상 맛집'을 많이 다룬다.
새로 생겼다 혹은 화제성이 있다 하면 여기저기 잡지에 나오기 때문에 잡지에 나오는 맛집 또한 무조건 믿을 것은 못된다. 그렇다고 쓸모가 없냐하면 그건 아니다. 잡지는 새로 생긴, 혹은 트렌디한 '뉴 레스토랑'에 대한 정보를 알기 좋다. 물론 SNS가 소개할 수 있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는 하지만 SNS야말로 가장 공신력이 없는 매체기에 잡지가 큰 거름망으로 한 번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잡지에 소개되었다고 하면 적어도 하나쯤은, '소개할 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맛도 형편없고 서비스도 형편없다면 적어도 돈이라도 많이 발라 놓았다든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곳이라는 소리다. 물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곳도 있다. 이 역시 가봐야 안다.
많은 이들이 잡지, 혹은 신문에 소개되는 맛집의 경우 "돈 받고 기사 써주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부터 한다. 하지만 우리가 웬만큼 아는, 시간이건 명성이건 오래도록 쌓은 메이저급의 신문사나 잡지라면 맛집 소개를 돈 받고 해주는 일은 없다.
기자와 자신과의 취향이 다르든가, 기자가 식견이 부족하든가, 본인의 식견이 부족하든가, 아니면 기자와 레스토랑 관계자가 친분이 있다 등이 변수가 될 뿐이다.그러니 무조건 불신하는 자세는 피하는 편이 새로운 맛집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영세한 언론사다.
맛집 가이드북은 믿을 수 있을까?
▲ <미슐랭(미쉐린) 가이드 서울> 겉표지 ⓒ 미쉐린 트레블 파트너
해마다 한 권씩 나오는 '맛집 가이드북'이라는 것도 있다. <미슐랭 가이드>가 대표주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슐랭 가이드>지만 어쨌든지간에 오랜 세월 그들이 쌓아 올린 지표와 기준이 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하다. 특히 파인다이닝이 아직은 생소한 입문자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미슐랭>도 논란이 많다.
프랑스에서 시작했고 서양 요리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동양의 음식을 평가하는 기준이 우리와 다르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한국이나 일본의 레스토랑 리스트를 보면 그들이 보기에 이국적이며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느낄 만한 요소에 많은 점수를 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만의 맛집 가이드북으로는 <블루리본 가이드>와 <다이어리 R>이 있다. <블루리본 가이드>의 경우 꽤나 오래 발행해왔기 때문에 정보를 찾기에 좋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식당을 선정하기 때문에 참고용으로만 쓰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는 맛집이 그렇게 많지 않다. <다이어리 R>의 경우 서울판과 전국판이 나뉘어서 출간된다. 서울에 비해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의 맛집을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역시 가장 정보의 양이 많은 것은 블로그를 비롯한 각종 SNS다. 가장 공신력은 떨어지지만, 점점 그 영향력은 커져 간다. 많은 이들이 네이버 블로그의 맛집 소개 글에 더덕 더덕 붙은 스티커를 보며 뜨악해 하지만, 맛집을 찾는 이들에게 블로그는 절대 피해갈 수 없는 창이다.
'맛없는 집' 잘 거르고, '맛집' 찾으려면...
▲ 박정훈 편집기자가 지금까지 가본 맛집들을 지도로 정리해놓았다. ('맛집 지도' 뽈레 앱 사용) ⓒ 뽈레 앱
블로그 및 SNS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정보의 질과는 전혀 상관 없는 방대한 정보의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믿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다. 레스토랑 정보를 보러 들어가서 남의 셀카를 봐야하고, 맛소개 라는 것이 "여자친구가 맛있대요 ㅎㅎ", "까다로운 울 딸 xx도 다 먹었어요, 엄지척" 같은 글을 보면 그야말로 어쩌란 건지 모르겠다.
이 정보의 홍수, 혹은 쓰레기의 홍수 속에서도 좋은 정보는 있다. 블로거 중에서도 자기만의 기준이나 열정이 깊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 기자가 아니라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은 기자보다도 더 미식에 조예가 깊고, 경험이 많다. 물론 이 또한 주관적인 기준으로 '나만의 파워 블로거'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유명하다는 맛집 블로거들을 타고타고 들어가다 보면 이 사람은 나와 어느 정도 맞는구나, 어느 정도 기준이 있구나 등등을 알게 된다. 분명히 참고할 만한, 내 취향과도 어느 정도 부합하는 블로거가 한 명은 나올 것이다.
또 취향이 안 맞는 이가 올린 것일지라도 정보를 얻는다는 의미에서 도움이 된다. 일단 어느 정도 보는 눈이 쌓이면 재빠른 스크롤만으로 '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이 집 디저트는 달지 않아 좋아요"라거나 "단백하고 시원해요(담백이 아니라 진짜로 단백이라고 쓴다)",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서 더 맛이 좋아요~" (하트 띠용)같은 것을 쓰는 이라면 1초 만에 뒤로 가기를 누른다.
블로그보다도 더 예쁜 외양, 포토제닉한 음식에 집착하는 '인스타 맛집'의 경우, 보기 좋게 예쁜 것을 찾는 이들이라면 도움이 될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쓰이고 있다. 맛은 없고 맛이 있어 보이기만 하는 맛집이 많아진 것이 다 인스타그램 탓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겠나 그런 시대인 걸.
자 그러면 '단 하나도 확실히 믿을 것은 없다는 말이냐!'라고 물을 수 있다. 그렇다. 입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있다고 한들 한 명의 사람이, 혹은 하나의 매체가 완벽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전문 음식 칼럼니스트나 매체를 전적으로 믿고 좋아한다고 한들, 그 사람이나 매체의 말이 100% 맞는 것은 아니며 내가 그 사람이 가진 기준과 스타일을 좋아할 뿐인 것이다.
다만 객관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혹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쪽은 이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에 이것들을 참고 삼는 것이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의 맛집 찾기는 '맛집 찾기'라기 보다 차라리 맛없는 집 거르기에 더 가깝다. 당연하게도 맛있는 곳 보다는 맛없는 곳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삶의 즐거움인 맛집 찾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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