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비정규 여직원 성추행 사과... 인권센터 설치 약속
박인규 은행장 "엄정하게 처리할 것", 여성단체 오는 10일 기자회견 열고 사과 미흡 비판할 예정
▲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직원들과 함께 고객들에게 직원의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조정훈
간부급 직원들의 비정규직 여직원들에 대한 성추행 파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대구은행이 고객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관련 기사 : 대구은행 간부들, 비정규직 여직원 강제 성추행 파문).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7일 오후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저희 은행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 사회와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박 행장은 "일부 직원들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번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기관의 조사에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은행은 이번 이를 계기로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 설치도 약속했다. 성희롱 예방 및 남녀양성평등 구현 등 뼈를 깎는 조직 문화 혁신과 강력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파견직 직원들에 대한 정규직화와 처우개선 등 비정규직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성희롱 피해 여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무전환 등의 대책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구 시민단체 "내부 조사로 안돼, 재발방지 요구 예정"
▲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 놓여있는 로고. ⓒ 조정훈
하지만 대구지역 여성단체들은 대구은행의 사과가 상당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남은주 대구여성회 대표는 "제보자가 계속 나오고 있고 조직 전체에 이런 풍토가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내부에서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남 대표는 이어 "대구은행에서 인권센터를 꾸리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꾸리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인권의식이 없는 곳에서 꾸리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다. 외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도 "이번 성희롱건과 관련하여 대구은행 내 성희롱의 구체적 내용 적시, 가해자 처벌, 피해자의 피해치유와 고용 보장 등의 확실한 약속 없이 인권센터 운운하는 것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대책 없이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이어 "대구은행 관련 모든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폭력이기도 한 만큼 고용평등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계획도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오는 10일 오전 대구은행 제2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은행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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