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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치킨 한 마리가 던져준 철학

등록|2017.07.08 20:27 수정|2017.07.08 20:27

▲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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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떠넘기기로 논란을 빚은 BBQ치킨의 윤홍근 회장이 수천억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 전체를 사실상 아들에게 넘기면서 세금은 50만원 정도만 낸 것으로 드러났다.』 - CBS. 노컷 뉴스

우리 가족은 몇 줄의 기사를 읽고 난 후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부도덕한 기업의 치킨을 시켜 먹어도 되는가? 그룹 회장이 나쁜 거지 가맹점이랑은 상관없지 않은가? 소비자는 기업의 도덕성도 고려해서 제품을 선택해야 올바른 선택인가? 그럼 바람직한 소비자 운동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전개되어야 하나?

치킨 한 마리 시켜 먹기 위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대학 시절 화장실 문짝에 붙어 있던 스티커 한 장이 생각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 소비하는 코카 콜라로 인해 미국 기업으로 빠져 나가는 로열티가 엄청나니 코카 콜라를 마시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그 액수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 초년생에는 엄청난 액수였고 그 때부터 미련없이 코카 콜라를 마시지 않았다. 나로서는 최초로, 자발적인 소비자 불매 운동이었다. 그래도 코카 콜라는 망하지도, 판매량도 크게 줄지 않았지만.

상품의 선택권은 분명 소비자에게 있다. 그래서 현명한 소비자는 좋은 상품을 선택하려고 노력을 하고, 더 바람직한 상품을 선택하려고 노력을 한다. 소비자의 고민은 " 더 바람직한"에 있다. 기업 역시 공동체를 기반으로 이윤을 획득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좋은 상품이 생산 되어 소비자에게 소비되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단 몇 줄의 기사를 보면서 무노동 무임금을 주장하는 법치주의의 나라에서 아들이라는 이유로 몇 천억을 물려 받는 것은 정의로운가? 그 기업의 가맹점에 대한 계약은 정의로운가? 그 그룹의 치킨을 사먹는 것은, 혹은 안 사먹는 것은 정의로운가?

치킨 한 마리 시켜먹기 참 어렵다. 그 날 저녁 우리는 치킨 한 마리 시켜먹으려다가 "정의로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론은 씁쓸했다. 결론은 국가의 법 권력이 올바르게 작동을 하면 된다는 것에 이르렀다. "정의로움"에 대해 법이 완벽하게 구현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합의에 대해 존중을 보낸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법 권력은 최소한 져녁 식탁에서 치킨 한 마리 편안하게 시켜 먹을 수 있는 평화로움을 보장해 주면 좋겠다. 그거 하라고 우리가 세금 내는거 아닌가? 소비자 운동은 또 소비자가 알아서 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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