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양심수 석방 문제, 한국 민주주의 보여주는 상징될 것"

[현장]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양심수 석방 문화제'

등록|2017.07.09 01:00 수정|2017.07.09 01:02

▲ 8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양심수 석방 문화제'에서 사회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 문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얼마나 민주적이고자 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8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양심수 석방 문화제'를 찾은 잉에 회거 독일연방의회 의원이 한 말이다.

이번 문화제를 주최한 '양심수 석방 추진위원회'는 "교도소에 수감된 37명의 양심수를 전원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양심수는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정치적ㆍ종교적 신념 등에 의해 투옥ㆍ구금된 사람을 말한다.

잉에 회거 독일 의원 "한상균.이석기 등을 석방하라"

잉에 회거는 "지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됐다"며 "민주주의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 저항으로 인해 구속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없어질 때 기능할 수 있다"며 "다함께 양심수의 석방을 위해 싸우자"고 주문했다. 그는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평화운동가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석방하라"며 "무엇보다 이석기 전 의원을 석방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공연으로 한껏 들뜬 문화제 분위기가 일순간 차분해졌다. 준비해온 원고를 강한 어조로 읽어 내려가는 그의 모습에 시민들은 집중했다. 대형 스크린으로 한글 번역을 꼼꼼하게 확인하던 시민들은 내용에 따라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박병호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국제노동조합총연맹, 국제인권위원회 등에서는 한상균 민주노총위원장이 석방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가오는 8.15 특별사면 때 한 위원장이 제외된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8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양심수 석방 문화제'에서 사회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이어 통진당 내란음모조작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하주희 변호사는 "결국 판결문에도 내란음모와 지하혁명조직은 없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하 변호사는 "민주주의, 복지와 관련해 중요한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한 축이 무너진 것이 가장 심각한 일"이라며 "이들이 석방돼야 민주주의와 인권이 제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양심수 중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군인 A대위도 있다고 소개하면서 "강제 성추행, 성폭력의 경우라면 처벌받아야 하지만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2년 이하 징역에 처하게 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군형법에는 동성애자끼리의 합의된 성관계도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김조 감독은 "노동사건, 시국사건뿐 아니라 모든 사건들이 중요한 사건"이라며 "지금 당장,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적폐를 청산하자"고 덧붙였다.

▲ 8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양심수 석방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경청하고 있다. ⓒ 조선혜


▲ 8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광장 인근에 설치된 양심수 독방체험시설. ⓒ 조선혜


"양심수가 없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오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국가보안법을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며 "국가보안법은 독재자들이 권력 유지에 악용했었다"고 언급했다. 또 박 소장은 "신념을 지킨다는 이유로 45년을 가두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다"며 "우리나라 인권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서슴없이 국가보안법 폐지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거운 발언들이 오고 가는 가운데 중간중간 노래패 등의 흥겨운 공연도 이어졌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숙연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공연 때는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이영광 시인은 '나무는 간다'라는 시를 낭독하기 전 "양심에 따라 신념을 표출했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잡아 가두는 것은 야만이 아닌가"라며 "나무가 된 사람들은 결박을 끊고 쉼 없이, 미친 듯이 걸어 나오고 싶어 할 거다"라고 양심수 석방을 촉구했다.

이한철밴드는 "거리에 있는 독방 체험방에 들어가 보니 양심수들이 얼마나 힘들까 공감이 생기더라"라며 "양심수 없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꽃다지, 박준, 아카펠라그룹 아카시아, 손병휘와 한충은, 지보이스, 우리나라 등의 예술인들이 무대를 꾸몄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