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관련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현장] 한국전쟁 시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의 넋을 달래기 위해 홍성문화연대의 ‘진혼무’를 추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 김종술
한국전쟁 시기 공주지역에서는 민간인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보도연맹사건 관련 학살 피해자 135명, 부역 혐의 학살 피해자 117명, 지방 좌익에 의한 학살 피해자 68명, 인민군에 의한 학살 피해자 28명 등 36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제12회 한국전쟁 시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9일 충남 공주문화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국유족회원들과 공주시우금티기념사업회, 공주농민회, 공주희망꿈학부모회 등 지역단체, 김정섭 전 공주시장 후보, 김영미 공주시의회 임시의장, 배찬식 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전 10시 30분 식전 행사로 '산 자와 죽은 자' 영화 상영으로 시작을 알렸다.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혼의 넋을 달래기 위해 홍성문화연대의 '진혼무'를 추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그리고 전통제례 방식으로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 곽정근 한국전쟁 희생자 공주유족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종술
곽정근 한국전쟁 희생자 공주유족회장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부모·형제를 잃고서도 언제 어디서 희생되었는지 알길 조차 없이 50년을 지냈다. 금강 변 야산에서 500여 명이 집단 살해된 현장을 찾아내고 공주시민과 민주단체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06년 첫 번째 위령제를 지냈다. 국가공권력이 저지른 만행으로 처참한 모습을 세상에 밝혀내고 아픈 상처를 하나씩 치유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2009년과 2013년 400구에 달하는 유해를 발굴하여 임시 안치소인 추모관에 봉안 중이며 사법부에서도 유족에 대한 배·보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397구의 유해는 세종시 추모의 집으로 옮긴 채 여전히 임시로 안치된 상태다. 500명 젊은 생명의 집단학살지에 영혼들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역사교훈의 장소로 거듭날 수 있는 위령 공원, 즉 평화공원이 들어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거사 관련 특별법이 하루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지난날 한시적으로 제정되어 5년 만에 소멸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은 노무현 대통령의 영단으로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고 희생자에 대한 명예 회복과 위로의 뜻을 전했지만, 100만 희생자의 1%에도 못 미치는 극소수에 미치고 말았다. 역사의 진리에 따라 같은 뜻을 가진 새 정부가 들어섰고 머지않아 입법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 김영미 공주시의회 임시의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김영미 공주시 임시의장은 "그동안 의회에서 관심이 부족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배찬식 의원이 지원조례를 만드는데 1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 조례가 지정되고 예산확보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앞으로 더 큰 관심으로 유족들의 마음을 가슴에 세기겠다"고 약속했다.
▲ 박종우 공동대표가 공주민주단체협의회를 대표해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박종우 공주민주단체협의회 대표는 "67년 전 바로 오늘 한국전쟁 직후 억울한 죽임을 당한 왕촌 살구쟁이를 비롯해 의당면, 유구읍, 장기면, 탄천면 등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를 이어오고 있다. 금강의 강물이 흘렀어도 무관심과 무지 속에서 위령비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국가배상도 미완의 상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비록 과거 아픈 역사의 상처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바른 가치관과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전쟁피해자 위령 공원과 기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몫이다. 올해 꼭 하고 넘어가야 할 것을 내년으로 미루지 않았는지 공주시는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고인의 못다 이룬 뜻을 받들어 큰 자긍심을 갖고 당신께서 남기신 훌륭한 정신을 굳건히 이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년 한국전쟁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회장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가족들은 이 땅에서 이등 국민으로 취급당하면서 살아왔다. 어디에도 하소연하지 못했다. 피맺힌 통한의 세월을 죽지 않고 여태까지 살아 견뎌온 것을 생각하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그다음 정부에서도 진실규명은커녕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감히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가슴앓이 하면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추모제는 당시 억울하게 가신님들의 넋을 기리고 삼가 명복을 빌며 누가 우리 유족의 피맺힌 눈물을 닦아주겠는가, 이젠 우리가 나서야 하고, 우리 자식들이 나서야 한다. 다시 한번 희생자 영령님들을 마음 깊이 추모한다"고 호소했다.
▲ 곽정근 한국전쟁 희생자 공주유족회 회장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 김종술
▲ 참석자들은 추모식이 끝나고 희생자의 넋을 달래기 위해 헌화하고 있다. ⓒ 김종술
추도사와 함께 헌화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점심 후 공주문화원에서 유족회 총회를 이어갔다.
▲ 제12회 한국전쟁 시기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 전국유족회원들과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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