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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태극기 집회 나갔다" 한국당 혁신위원장의 첫 일성

'탄핵은 허무맹랑' 박근혜 감싸면서 '친박' 책임 묻겠다는 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

등록|2017.07.11 10:30 수정|2017.07.11 12:09
[기사 대체: 11일 낮 12시 10분] 

▲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떠나며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탄핵)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잘못만 있나. 실제 저지른 잘못보다 과한 정치적 보복을 당한 게 아닌가."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탄핵 과정에서) 잘 했나. (그런) 당이 일방적으로 감옥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출당 조치하는 것은 시체에 칼을 꽂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의 첫 기자간담회는 당 혁신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설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더불어 류 위원장은 한국당 혁신 필요충분조건으로 '우파 이념 재무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확실한 '우클릭 정당'으로 혁신하겠다는 각오였다.

류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적으로 억울한 경우"라며 "예컨대 대통령이 태반주사를 맞은 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감옥에 계신 분을... 박 전 대통령은 억울" 

그는 특히 인적 쇄신 방법으로 "공직을 안 준다거나 출당을 한다거나 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당헌·당규를 강조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탈당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류 위원장은 "한국당이 박근혜 당으로 영향력이 1%라도 미치고 있느냐"며 "감옥에 계신 분을 출당조치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끈 촛불집회를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비교해 깎아 내리기도 했다. 류 교수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 때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끌고 나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흔들었는데, 그 과정과 비슷하게 진행된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주장에 동조한 집권여당의 책임자들과 언론사 모두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태극기부대' 등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극우 집단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이었다. 류 위원장은 더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태극기 집회'와 맞닿아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참고로 제 정체성을 밝힌다"며 "저는 매주 토요일 태극기 집회를 나갔다"고 말했다.

당 혁신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혁신하겠다는 건가" "기사에 쓸 게 없다" 등 취재진의 항의성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다만 "(당은) 우파적인 가치를 체화시키고 그 가치를 통해 목표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념적 쇄신을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가 혁신위에 주문한 인적·정책적·조직적 쇄신의 기준이었다.

류 교수의 발언대로라면, 홍 대표가 '국정 파탄 세력'으로 일컬은 인적 쇄신의 기준은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될 공산이 클 전망이다. 그는 "탄핵에 앞장서게 하는 짓이 대단한 양심적 행동을 한 것처럼 치켜세우는 것은 잘못됐다"며 탄핵 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던 당내 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을 직격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건국절 논란 재점화 

또한 홍 대표가 강조한 일부 핵심 친박(친박근혜), 즉 '국정 파탄세력'을 향한 경고도 덧붙였다. 류 교수는 인적 쇄신의 기준을 설명하면서 "당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어 우파가 궤멸했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이 큰 상징적인 분들부터 앞으로 잘 할 수 있는 분들까지 (쇄신 대상의) 범주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라며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밝혀야 할 사람은 한둘 있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건국절 제정' '국정 교과서' 등 그간 본인이 강조해 온 극우적 주장도 되새김질했다. 류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국은 1948년에 건국됐다"며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면서,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출발점으로 삼는 '건국절 제정론자'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거들었다. 류 교수는 "(교과서에) 전태일은 여러 번 나오는 데 정주영, 이병철은 안 나오는 문제는 잘못됐다"며 "이를 바꾸려는 노력이 여러 사정으로 좌절된 것을 국정교과서로 바꾸려고 했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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