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사회적 총파업의 '홈런'이 보고 싶다

등록|2017.07.11 13:39 수정|2017.07.11 14:40
8일 서울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대회를 끝으로 지난 6월 28일부터 진행된 '사회적 총파업 주간'이 마무리됐다. 민주노총 출범 이래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도한 이번 총파업에는 전국적으로 1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등 3대 요구 관철을 외치며 그동안 미진한 것으로 지적받았던 사회적 공감대도 끌어올려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폭우를 뚫고 열린 사회적 총파업

7월 8일 민중대회 현장지난 8일 진행된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사드 배치 철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노점상 고 박단순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내건 민중대회의 한 장면. ⓒ 박명훈


지난 8일 민중대회 현장에는 나도 있었다. 대회는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사드 배치 철회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노점상 고 박단순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기치로 앞세웠다. 거센 폭우가 예고된 후덥지근하고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새 정부는 적폐청산, 사회 대개혁을 조속히 실현하라"는 구호에 화답했다. 특히 서울시 강북구청의 노점상 단속 과정에서 고 박단순 노점상이 쓰러져 사망한 사건에 분노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하에서 진행된 총파업. 지난 정권과 비교해 보면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적어도 백남기 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경찰의 '살인 살수차'는 없었고 "여러분은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는 경찰 방송 차량의 확성기 경고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그뿐, 엄혹한 노동의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19일 강북구청이 동원한 단속반원의 '빨리 치우라'는 강압에 무리해서 물건을 옮기다가 쓰러진 박단순 노점상. 그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노점상연합회가 강북구 의회를 방문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사과는커녕 "노점상을 속히 정리해야 한다"라는 파렴치한 막말을 퍼부었다.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그것도 기초지자체의 어려운 민원을 해결하고자 발 벗고 나서야 할 구의원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이렇다.

7월 8일 민중대회 현장고(故) 박단순 노점상의 사망 당시 노점상 철거에 나선 서울시 강북구청을 성토하는 모습. ⓒ 박명훈


이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노점상들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은 인식에서 비롯된 몰지각한 처사다. "노동계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 1년만 기다려 달라"라며 총파업을 꺼린 청와대의 입장도 그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의구심은 퍼져나간다.

이명박근혜 정권 당시 9년 동안 파업은 '떼쓰기' '귀족노조의 이익추구'라는 악의적 표현으로 점철됐다. 이른바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 등 적폐세력을 중심으로 파업은 불온한 것이며 그를 주도하는 민주노총은 한국사회를 좀먹는 위험한 친북조직이라는 식의 '가짜뉴스'를 냈다. 이 탄압의 분위기 아래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어 검찰로부터 징역 3년을 구형받는 등 노동계는 싸늘한 겨울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만약 촛불들이 손을 맞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벼랑 끝 낭떠러지로 내몰렸을 것이다.

과연 문재인 정권에서 겨울은 끝나고 당당하게 파업할 수 있는 따스한 봄날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인가? 활짝 핀 봄날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갑을오토텍 경영진의 변호를 맡았던 박형철씨는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으로 임명됐다. 뿐만 아니라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목표로 삼은 노동계의 요구는 고작 155원을 올리겠다는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입장에 가로막혀 요지부동이다.

7월 8일 민중대회 현장'노조파괴'로 악명 높은 갑을오토텍을 성토하는 모습. ⓒ 박명훈


촛불 혁명에서 '공정한 대한민국' '적폐청산'을 호소하는 1700만 국민의 지엄한 목소리가 거세게 타올라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 보다 진전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노동정책의 한계가 뚜렷한 현 정권 아래에서 해결책이 쉽게 도출될 것으로 낙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 기득권을 쥔 적폐세력이 여전히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반면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노동계의 절실한 요구는 묻혀가는 형국이다.

지난 7월 9일 SBS 보도에 따르면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비정규직 학교급식노동자의 총파업을 겨냥해 "미친놈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라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막말을 일삼았다. 이는 노동계에 대한 기득권의 저열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아울러 노동을 업신여기는 천박한 적폐세력은 자유한국당 등 국정농단을 자행한 박근혜-최순실 부역자들만이 아니며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노동을, 파업을 천박하게 여기고 그런 인식을 사회 전반에 잠식시키려는 악의적 시도에 맞서 연대의 깃발을 힘차게 들어올려야 한다. 특히 이번 총파업이 '사회'라는 화두를 처음으로 내걸며 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한 만큼 향후 그 결실을 맺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소통 부족'을 극복하고 단단한 행동으로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총파업은 사회와의 연대를 지향한다. 총파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함께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노동계가 총파업에 반대하는 여론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임금인상을 바라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붙잡는 떼쓰기'가 아니냐며 말이다.

민주노총은 앞서 지난 6월 30일 광화광장에서 열린 사회적 총파업대회에 중·고교 급식과 교무 보조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 10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실제 광장에 모인 인원은 5만 명으로 기대치보다는 낮았다. 이는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1.7%에 불과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성과일까. 아니 나는 노조의 소통 부족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는지 되물어보고자 한다. 그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써 총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한 초등학교 급식실 노동자를 소개하고 싶다.

나의 어머니는 경기도 부천시 소재 한 초등학교의 급식 조리사다. 또 일명 '학비노조'로 불리는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소속 조합원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급식실의 조직체계는 식단을 짜는 영양사와 노조에 가입한 조리사들로 구성된다. 노조 활동을 권하는 노조 지회장을 포함해 급식실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다.

일을 시작한 지 햇수로 15년째. 최근 어머니는 일터에서 부쩍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학교 측이 조리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직접고용이 이뤄졌고 급여도 올랐다. 호봉 체계 도입으로 근속수당도 신설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 측은 사원증을 만들어야 하니 정식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생님들처럼 일정 때마다 다른 학교로 옮겨야 하는 순환근무제도 실시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리사를 대우하라는 경기도 교육청의 방침에 따라 이뤄졌다.

변화는 갑자기 하늘로부터 뚝 떨어지지 않았다. 정기적인 노조 활동이 없었다면 경기도 교육청은 방침을 마련하려 힘쓰지 않았을 테고 전폭적인 개선은 실현될 수 없었다. 어머니는 동료들과 함께 경찰의 '살인 물대포'를 맞아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던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현장에 있었다. 그밖에 경기교육청을 방문해 조리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등 숱한 '으쌰으쌰(이른바 집회)'에 참가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조리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알려졌고 개선책도 마련될 수 있었다. 어머니 스스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 급식실에서는 '노조를 그만두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머니는 지회장과의 대화 부족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급식실에서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불편한 일'에 끼고 싶지 않다는 주장, 정권교체 이후 문재인 정부가 잘하고 있는데 왜 발목을 잡아야 하는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파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보수 언론 등이 제기하는 인식과 맥락이 같다.

해당 학교 급식실의 지회장은 소통 없이 무턱대고 파업과 집회 참가를 강요해 왔다. 사회적 총파업에 참가하라는 권유가 어머니에게 문자로 전달 됐지만 이에 대한 지회장의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이따금 찾아오는 노조 관계자는 어머니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어머니와 동료들은 모두 일명 '어쩌다 노조원'이다.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면 처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노조 관계자의 말에 단체로 노조에 가입했다. 그러나 조합원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노조의 설립 및 활동 취지가 명확히 무엇인지, 어째서 지금 이 시기에 총파업에 나서야 하는지를 속 시원히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이런 상황이 쌓이고 쌓여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닐까. 사회적 총파업의 결실이 진정 한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려면 지도부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노조 지도부가 낮은 자세로 현장에 찾아가 조합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강구한 이후에야 국민의 확고한 지지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부디 단위조합원들의 속마음을 헤아려 문제 해결을 모색해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