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식 언론 로비 정황 문건에 술렁이는 지역 언론
허 전 부산시장 여론조작 문건에 부산MBC·부산일보 반발... 로비 자성 촉구 목소리도
▲ 엘시티 시행사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지난 2월 27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정민규
부산 지역 유력 언론이 허남식 전 부산시장으로부터 지방선거를 전후해 골프 접대 등을 받고, 유리한 여론 형성을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지역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7일 엘시티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남식 전 시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허 전 시장 측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대대적인 언론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비공식 언론 참모로 일해 왔던 측근이 명절 선물을 돌리고 골프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부산MBC에서 지지율 조사 결과 허 후보의 지지율이 39%로 터무니없게 적게 나오자 폐기 처분을 지시, 조사 담당 동의대 측은 부랴부랴 다시 조사한 결과 57%를 내놓아 부산일보와 공동 보도했다"는 허 전 시장 측 문건까지 발견됐다. (관련 기사: 허남식 전 부산시장 당선 나팔수 역할 했던 지역 언론)
해당 언론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진상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문건을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에도 다양한 의견이 들어왔다. 특히 당시 보도 담당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부산 MBC "청탁 없었다"... <부산일보> "여론 조작 일방 주장"
2010년 보도국장으로 부산MBC 뉴스를 책임졌던 이희길 부산MBC 정책기획위원은 13일 보내온 입장을 통해 "(허 전 시장 측에서) 어떤 청탁이나 요청도 받은 바 없으며 심지어 내부 사장으로부터도 그 어떤 압력이나 청탁이 있지도 않았으며 설혹 있었다 해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은 당시 여론조사를 일부 다시 진행해 내용을 수정한 사실이 있음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40% 이상이 무응답·모름처리로 모두 부동층으로 분류한 결과여서, 두 후보의 지지율 여부와는 관계없이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론조사 재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은 "부산MBC 보도 책임자로서 기자의 양심과 기사 가치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이런 내용이 판결문에 담긴 것과 관련해서는 "엄청난 명예훼손을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법적 구제를 검찰 및 재판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 위원은 이같은 의견을 법원과 검찰에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일보> 측에서도 "여론조사 조작은 일방적인 주장이지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특정 정치인을 편들고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움직였다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당시 지역 언론이 권력과 유착하며 로비를 받은 점은 반성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부산 지역 일간지의 한 기자는 "지역 언론이 그동안 정치인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선물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문제만큼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일간지 기자는 "당시만 해도 김영란법 시행 전이었고 지금보다 해당 행위가 잘못된 것이란 인식이 부족했다"면서도 "언론계가 자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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