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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떠나고, 울고... 교육청 감사가 필요한, 잔인한 <아이돌학교>

[TV리뷰] Mnet <아이돌학교> 첫방, '성상품화' 논란 외에도 '총체적 난국'

등록|2017.07.14 12:03 수정|2017.07.14 12:03

▲ 엠넷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참가자들 ⓒ CJ E&M


방영 이전부터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 모은 엠넷의 새 프로그램 <아이돌학교>가 지난 13일 첫발을 내디뎠다.

'걸그룹 데뷔'라는 목적에선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1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학교'라는 방식을 빌려 제작한다는 점에선 나름의 흥미를 모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을 마치 성적 대상인양 다루는 게 아니냐는 의견부터 일부 출연진의 '일진설',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 등 여러 우려 섞인 시각이 뒤엉켰던 게 사실이다. (관련기사 - 성적 판타지 자극하는 이상한 학교, 이순재·김희철 문제적 발언)

첫 방송이 시작되기가 무섭게 주요 참가자들의 이름이 대형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등장했을 정도로 일단 성공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매회 실시간 문자 투표 진행과 참가자들의 반응을 생방송으로 바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도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론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무조건 쫓아와라!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 <아이돌학교> 첫 회 방송 화면. 참가자들의 춤, 노래 등 능력치를 테스트하고 점수를 부여했다. ⓒ CJ E&M


첫 회만 놓고 봤을 때 <아이돌학교>는 우리가 익히 봐왔던 각종 프로그램의 총집합체처럼 느껴졌다. 간단한 자기소개 및 자기 자리에 앉는 모습은 방식 및 장소만 다를 뿐 <프로듀스101>의 변주곡이나 다름 없었다. 몇몇 참가자들을 영상에 담은 모습은 제2의 <프로듀스 101>의 화제도 높은 참가자인 김세정, 김소혜, 장문복 등을 만들어보려는 제작진의 의도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41명 출연진의 능력치를 알아보기 위한 노래, 춤 등의 테스트는 더욱 깐깐해졌다. 단순히 A~F 등급으로 분류 후 각 등급별로 맞춤 교육을 진행했던 <프로듀스 101>과 달리, 선생들이 직접 매긴 '개인 점수'를 부여해 더욱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다.

학교라는 간판은 내걸었지만 실상 '이걸 따라오지 못하면 도태', '최종 9명안에 못 들면 끝'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한 한 출연자는 결국 입소 당일 퇴소를 택하고 말았다.

앞으로의 방영분에서 어떤 장면들을 담아내고 출연진들을 이끌어갈지 현재로선 미지수이지만 1회분만 놓고 봤을 땐 <프로듀스 101>에 비교해 '학업'이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애정 어린 손길을 기대하기 요원해 보인다.

이게 정말 현실이라면 기사 등을 통해 종종 언급되는 교육청 감사 1순위에 <아이돌학교>를 올려 놓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립학교법 때문에 관련자 해임 같은 중징계조차도 쉽지 않겠지만.

핑크색 내무반, <진짜 사나이> 걸그룹 버전인가

▲ <아이돌학교> 첫 회 방송 화면. 군대 내무반을 능가하는 핑크색 숙소와 통제 교관이 등장했다. ⓒ CJ E&M


무려 40여 명을 한 장소에 수용 가능토록 꾸며진 '핑크색 내무반'은 기숙학원의 범위를 넘어 마치 <진짜 사나이> 아이돌 합숙 편을 만드는 것처럼 비쳤다. 참가자들을 통제하는 교관의 등장, 집으로 보낼 개인 물품 고르기 등의 모습은 '야간 불침번'만 없을 뿐 딱 군대와 다름없었다.

이건 마치 <진짜 사나이> 걸그룹 버전을 꿈꾼(?) 제작진의 야심이 아니었을까. 이 과정에서 어린 참가자 한명은 극심한 심적 혼란을 느꼈는지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이돌 생활을 하려면 통제된 환경 속에서 합숙이 필수라고 하지만 아직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14살 소녀에겐 너무나 가혹한 상황 아닐까. 앞선 <프로듀스 101>에서 10명 미만의 인원이 한방을 썼던 것과 비교하더라도 최소한의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노력은 부족했다.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아이돌 그룹 데뷔 및 성공의 능사일까.

당신의 소녀를 살리고 싶다면? 생방송 투표만이 살 길

▲ <아이돌학교> 첫 회 방송화면. 실제 학교 마냥 입학식을 치렀다. ⓒ CJ E&M


이전까지 진행된 각종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아이돌학교>가 더 살벌하게 다가온 건 매회 생방송 투표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파를 탄다는 점은 놀라움을 넘어 안쓰러움을 자아낸다. 

이는 지난 6월 논란이 되었던 <프로듀스 101> 최종 회의 유력 후보자 '4분할 화면 편집' 못잖게 출연진에게 심적 압박감을 선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아이돌학교> 첫 회의 막판 실제 투표 순위가 차례로 공개될 때 몇몇 참가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을 내보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는 "당신의 소녀를 최종 9명에 넣고 싶다면(살리고 싶다면) 무조건 문자 투표 해!"라는 무언의 신호가 아니었을까?

실제 학교조차도 갈수록 성적 만능주의라는 가혹한 환경으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아이돌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학교로 이름을 알릴 가능성을 첫 회부터 내비쳤다. 그저 "서툴고 부족해도 괜찮다. 노력으로 성장해가는 학생들의 꿈이 이뤄지는 학교"라는 이순재 교장선생님의 말이 제발 허언이 되지 않길 바랄 따름이다.

하나 더. '악마의 편집'은 아직 본격적인 가동조차 하지 않았다. 1회는 말 그대로 '약과'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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