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실서 탈진해 실려나가는 '밥하는 아줌마'
공공운수노조 “여름철엔 온도 55도까지 올라... '찜통 조리실'"
▲ 공공운수노조충북본부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리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 충북인뉴스
"급식소에서 밥하는 아줌마", "그냥 동네 아줌마",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라는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찜통더위에 연일 쓰러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급식실 내부 온도는 조리 시 최고 섭씨 55도까지 올라가지만, 에어컨 등 냉방기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조리 실무사들의 탈진이 속출한다는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충북본부(본부장 윤남용)는 지난 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충청북도교육청이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는 관심이 없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청주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 실무사 A씨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경 학생들 점심 급식을 준비하던 중 쓰러져 응급차에 후송됐다. 쓰러진 조리 실무사는 숨을 쉬지 못했고, 이를 발견한 동료들이 급히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의 한 동료는 "(A씨가) 숨을 안 쉬어서 '같이 일하는 동료 언니를 이러다 잃겠구나' 싶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청주의 또 다른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 실무사 B씨 역시 전날인 12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조퇴 후 병원에 입원했다.
A씨와 B씨의 병명은 '열 탈진'. 이들이 쓰러진 12일과 13일 모두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A씨가 쓰러질 당시 급식 메뉴는 기름을 다루는 부침개류로, 조리 과정에서 찜통 조리실의 온도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실내온도는 섭씨 55도에 달했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실무사들이 조리할 때 발생하는 높은 열을 몇 시간씩 온몸으로 받아내다 탈진했다는 것이다.
냉방시설 개선 등 근무환경 개선 촉구
노조 측은 이번 열 탈진 사고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비롯된 인재라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학교 급식실이 냉방시설이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 에어컨은 있어 봤자 한 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없는 곳도 있다"며 "급식노동자 1명당 150명의 급식을 조리해야 한다, 기계처럼 일하도록 내몬 살인적 노동강도가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청이 지난 6월 1일 '학교급식의 위생·안전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하라면서 내려 보낸 공문에는 급식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관련 내용이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충북교육청의 태도를 비판했다.
노조 측은 "학교의 여름철 식단메뉴를 간소화하는 지침을 시행하고, 냉방시설 개선 등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충북교육청에 요구했다.
이광희 충북도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급식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장화 속으로 뜨거운 물이 들어가 살이 벗겨지는 고통 속에서도 대체근로자가 없어 병원보다는 참는 게 우선이어야 했다"며 "막노동 종사자보다 더 심한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돼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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