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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학생 분리교육은 적폐... 자사고 폐지 때까지 촛불 들 것"

[현장] 학부모 등 70여 명 '자사고 외고 폐지' 첫 촛불... "특권학교가 개혁 방해"

등록|2017.07.14 14:44 수정|2017.07.14 14:44

▲ 삼각뿔 모양의 조형물을 흔드는 두 시민. ⓒ 윤근혁


1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계단 옆. 두 명의 시민이 그물 모양의 체가 달린 삼각뿔 형태의 조형물을 연신 흔들었다.

삼각뿔 모습의 체를 흔드니...일반고 학생들은 맨 아래로

삼각뿔 맨 위 그물엔 '영재학교', 두 번째 그물엔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특목고'란 글귀가 각각 적혀 있다. 맨 아래 판엔 '일반고'라는 글귀가 있다. 여러 가지 크기의 공을 맨 위에 넣고 흔드니 가장 큰 공은 영재학교 그물에 먼저 걸렸다. 이어 중간 크기 공은 '자사고 특목고' 그물에 걸렸다. 나머지 수많은 구슬모양의 공은 맨 아래 '일반고' 판으로 떨어졌다.

바로 옆에서는 70여 명의 학부모 등이 모여 집회를 벌였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20개 단체가 모인 '특권학교 폐지를 위한 촛불시민행동'이 제1차 목요집회를 연 것이다.

"서울대가 학생을 가장 먼저 뽑고, 연고대가 두 번째로, 제일 나중에 나머지 지방대가 학생들을 뽑아 간다면 시민들이 가만 있겠느냐? 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입시형태가 고교체제에서는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이 같이 말하면서 "세계 어디에도 특권고교가 학생들을 먼저 뽑아 졸업시킨 뒤, 다시 상위권 대학 입학을 독식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자사고・외고 등의 특권학교 졸업생의 서울대 입학생 비율은 40.7%였다. 한 해 4.8%를 차지하는 특권학교 졸업생이 국립 서울대를 사실상 독식한 셈이다.

이날 빨간색 풍선을 손에 든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자사고, 외고(외국어고) 특권학교 폐지하라"
"문 대통령 대표공약 물러설 곳 전혀 없다."

자사고인 전북 상산고를 2015년에 졸업한 김현우 씨는 무대에 나와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이 한 신문 인터뷰에서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사학을 운영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걸 봤다"면서 "제발 이 나라에서 왜곡된 경쟁의식과 학벌의식을 키우는 자사고를 운영하지 말아 달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김 씨는 "지금 자사고는 획일화된 입시기계 양성을 통해 특정계층의 사다리 노릇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집회 참가자들이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의 노래를 들으며 밝게 웃고 있다. ⓒ 윤근혁


이어 '노래하는 교장'으로 유명한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이 나와 축하공연을 펼쳤다. 방 교장은 '금연송', '광야에서' 등의 노래를 불렀다. "자사고 폐지에 동의해서 나온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방 교장은 "아직 그런 경지는 모르겠고 촛불 가수가 되고 싶어 나온 거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특권학교 폐지 못하면 교육개혁도 물 건너가"

윤지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내신 절대평가와 교사별 평가 등의 교실개혁 정책을 도입하려고 해도 이 특권학교의 특권 강화로 이용될 것 같아 추진하지 못하는 상태"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특권학교를 폐지하지 못하면 새 정부의 교육개혁도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는 "교육 적폐인 특권학교를 폐지하는 그날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특권학교 폐지 촛불시민행동은 오는 17, 18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데 이어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열리는 19일 오후에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행사 장소에서 대응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날 시도교육감협의회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취임 뒤 처음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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