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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무림의 고수' 자세로 멈춰선 사마귀

등록|2017.07.15 18:45 수정|2017.07.15 18:45

▲ ⓒ 배주연


빨래를 널다가 사마귀 한 마리를 보았다. 사마귀는 빨래건조대 위에 홀로 서 있었다. 무림의 고수 자세로.

당랑규선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매미를 잡아 먹으러 엿보느라 뒤에서 자신을 노리는 참새를 미처 보지 못한 사마귀에 빗대어, 바로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재앙이 덮치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일컫는다. 이는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욕을 얻어먹는 위정자의 태도와 참으로 닮았다. 한때의 권력을 위해 도리를 저버려 결국 정치인생에 굴욕을 경험하는.

하지만 이 우둔한 정치인과 달리, 복싱선수를 연상시키는 캥거루처럼 앞다리를 들고 서있는, 사마귀는 매우 위풍당당하다. 명실상부 당랑권법 창시자이기도 하여 애니 <쿵푸팬더>의 무적 5인방 중 한 명으로 활약도 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하필 우리집 빨래건조대에 위에 있는 사마귀 앞에는 아무 먹잇감도 없으니, 그저 허세로만 보여 민망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이 녀석은 스마트폰의 찰칵거리는 소음에도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설마 내가 참새도 아니니 먹이로 사냥도 하지 않을 것을 알고서. 그리고 겁이 많다는 것도 파악했을까? 그래. 어쩌면 저리 있는 것도 나름 이유가 있을거야. 혹시 아나 스톱 모션 영화 촬영중인 지도.

제목은 "사마귀, 무더위와의 대결"

"자. 사마귀씨. 레디 액션."
"컷. 아주 잘했어요. 이제 다음 장면 준비합시다."
"이번엔 라이트 훅을 날리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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