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독일 이민의 장단점
아이 생일날 조기퇴근 가능... 통장 만들 때도 은행 예약해야
▲ 독일 오케스트라 ⓒ 최주영
Hallo! Guten Tag!(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해외 이민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SBS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아빠의 전쟁>이 방영된 이후로 스웨덴이나 독일로의 이민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필자도 독일로 이민 오기 전에 여러 나라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많은 분이 고려하는 나라인 미국 이민도 준비했었죠.
하지만 미국 취업 이민의 경우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더라도 비자 추첨에서 떨어지면 물거품이 된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총기 사건이나 백인 우월주의 등의 사회적 문제가 많아서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독일! 독일은 아시다시피 이공계가 우대받는 나라죠? 한국에서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고, 한국의 과학 기술력 대비 이공계 출신 직장인이 받는 대우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독일은 워낙 공학 계열 기반이 탄탄하고, 국가 기반 산업의 대부분이 엔지니어링 산업이기 때문에 그들이 받는 대우도 한국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상대성 이론의 창시자 아인슈타인도 독일 사람이랍니다.
실제로 독일 내 연봉 순위를 보면 엔지니어의 순위가 굉장히 높습니다. 또한 독일은 오케스트라 등의 음악 관련 분야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아 많은 한국 유학생이 독일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독일 이민이라고 해서 항상 장점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런 장밋빛 인생만을 바라고 독일로 이민 온다면 환상에 깨져서 이민을 후회할지도 모르죠.
그래서 오늘은 독일 이민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현실적인 장단점을 알려드립니다.
[장점 1] 일과 삶의 균형
▲ SBS에서 방영된 <아빠의 전쟁> 중 독일과 한국의 노동 시간 비교 ⓒ SBS
여러 조사 결과 및 방송으로 많이 접했겠지만, 독일과 한국의 노동 시간에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칼퇴근(정시 퇴근)'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고, 독일에서도 야근하는 기업이 있을 거예요.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평균적인 기업 문화 및 근로 시간입니다.
독일은 일반적으로 주 35~40시간의 근로 시간을 규정하고 있으며 기업 대부분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 금지, 주말 근무 금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한국 직장인들보다 자기 관리 및 취미생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독일 이민을 선택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죠.
[장점 2] 가정적인 아빠·엄마로 변신
▲ 독일 주말에 흔하게 놀이터에서 볼수있는 독일 아빠들 ⓒ 최주영
독일은 상대적으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적고 회식도 한국처럼 많지 않아요. 대부분의 독일인은 회사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한국처럼 야근하고도 회사 사람들과 술자리까지 만들어서 새벽에 귀가하는 것은 독일인들에게 거의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합니다.
어떤 독일 직장인의 경우 아이의 생일 파티를 준비해야 해서 점심 먹고 퇴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 직장 상사도 없어요. 나만 특이하면 놀림거리가 되겠지만 여기 독일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니까요.
그리고 주말에 놀이터에 가면 아이와 함께 나와서 놀고 있는 독일 아빠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남편들은 평일에 회사생활을 하느라 상대적으로 아내에 비해 소홀했던 육아를 주말에 전담해서 하는 편입니다. 제 주위 독일인 남자 동료들만 하더라도 토요일, 일요일은 본인들이 대부분 육아를 전담한다고 하네요.
[장점 3] 한국보다 실용적인 교육시스템
독일의 교육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한국처럼 초등학교 때 모든 내용을 가르치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요즘 한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과외, 학원 등의 사교육에 열정을 쏟는 부모들이 많죠? 다른 아이들은 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키면 부모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까요.
또한 한국의 수업은 대부분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주도하는 방식이라면, 독일은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양방향 방식입니다.
또한 초등학교 이후 진로를 결정해 진학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대학을 진학할 아이와 직업학교에 진학할 아이로 나뉘게 됩니다. 저는 이 방식이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이르다는 지적도 있어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교육제도가 생겨나기도 했지요.
그리고 대학 등록금의 경우 거의 무료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 굉장히 좋습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 독일 이민을 고려하시는 분도 있는 듯합니다.
어릴 때부터 독일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걸러서 받아들이는 방법을 익힙니다. 한국 학생들은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질문 있는 사람?"이라고 물으면 대부분 책상만 쳐다보고 손을 들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여기 독일에서는 주로 수업이 토론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업시간마다 손을 들고 질문하는 아이들로 넘쳐납니다.
[장점 4] 육아 수당 및 육아 정책
독일 양육수당은 아이가 만 18세 될 때까지 받을 수 있지만 자녀가 학업을 계속하는 중이거나 실업 상태라면 만 21~25세까지 받기도 합니다. 양육 수당은 첫째와 둘째 아이는 월 190유로(25만 원)씩이고 셋째는 월 196유로(26만 원), 셋째 다음부터는 월 221유로 (31만 원)입니다.
또한 베이비시터 제도인 'Tagesmutter 제도'를 이용할 경우 소득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이용 시간 기준인 약 570유로 가운데 본인 부담금은 175유로(약 21만 원), 정부 지원금은 약 400유로(약 50만 원)기 때문에 육아 정책 또한 굉장히 잘 돼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장점 5] 존중받는 노동자
독일은 근로자의 인권이 굉장히 존중받는 나라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노동조합 힘이 세다고 하지만 독일 노조의 힘은 더 강합니다. VW나 BMW 같은 자동차 업체의 노동조합은 CEO 선출 인사권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도 노동조합의 승인이 있어야 채용이 가능합니다.
노동조합이 아니더라도 일반 노동자들의 인권도 굉장히 존중받는 편인데요,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으면 회사에 휴가를 내지 않고도 최대 3일간 집에서 쉴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의사 소견만 제출하면 몇 주 동안 집에서 쉴 수 있답니다. 심지어 어떤 직원은 출장 중 다른 나라에서 몸살이 걸려서 워크숍 중간에 독일로 돌아와서 2주 쉰 경우도 있답니다.
물론 이렇게 쉬게 되면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해주지 않으며 본인이 돌아와서 메꿔야 하기 때문에 일이 쌓이는 단점도 있지만, 100%의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일하면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독일 정책은 굉장히 본받아야 할 면 같습니다.
[단점 1] 일요일·공휴일 마트·편의시설 이용의 불편함
▲ 일요일에 문닫는 독일 상점 ⓒ 최주영
독일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일요일에는 마트나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토요일에 미리 장을 봐둬야 합니다. 또한 편의점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처럼 24시간 여는 상점도 거의 볼 수 없어요. 많은 독일 이민자가 불편해하는 점입니다.
레스토랑도 일요일에 영업하는 곳이 많지 않아서 주말에 외식하려 해도 메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단점 2] 교통 시스템의 불편함
▲ 독일에서 자주 겪게 되는 기차 연착 및 취소 ⓒ 최주영
독일에 살다 보면 한국의 교통시스템이 그리울 겁니다. 독일에서는 대중교통의 연착·취소가 굉장히 빈번하거든요. 특히 지하철의 경우 정해진 시간에 안 오는 것은 기본이고, 중간에 열차 문제로 내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한 지하철 노조 파업으로 대체 운행 없이 열차가 모두 중단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폭설이 내리는 기상 이변과 노조 파업이 겹쳐 한꺼번에 많은 기차가 운행 취소되기도 한답니다.
[단점 3] 오프라인식 서류처리로 인한 스트레스
독일은 아직도 여러 영역에서 오프라인식 서류 처리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클릭 한 번이면 될 일도 우편 서류로 두세 번의 문서 처리를 거쳐 최종 마무리되기도 하죠. 독일 이민 후 많은 사람이 겪는 스트레스의 요인 중 하나일 겁니다.
은행 계좌만 하더라도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기 전까지 약 두세 번의 우편물을 3~4주에 걸쳐 받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계좌 출금 카드 수령, 두 번째는 출금 비밀번호 수령, 세 번째는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 수령 등으로 말입니다.
보안을 철저히 지키기 위한 목적인 것은 알겠지만 성격이 급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주 느린 절차임은 분명합니다.
[단점 4] 한국과 다른 서비스 문화
독일로 이민을 오기 전에 한국의 친절한 서비스를 생각하고 오시면 상처받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독일인들이 불친절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나름의 서비스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TV 수리를 맡기는 경우, 견적서를 뽑는 데만 한 달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인터넷 설치의 경우 기본 2~3주는 기다려야 하고 로켓배송도 독일에서는 흔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요즘 독일도 배송 서비스 개선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그만큼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러면 결국 노동 환경의 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단점 5] 관공서·병원 이용의 불편함
▲ 독일의 병원 외관 사진 ⓒ 최주영
독일은 관공서든 병원이든 가기 전에 예약이라는 것을 꼭 하고 가야 합니다. 이메일이나 전화로 언제 갈 것인지 예약한 후 방문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파서 병원에 갈 경우, 병원에 전화나 이메일로 병명과 원하는 방문 시기를 말해야 합니다. 그러면 병원 측에서 언제 오라고 답변을 주는데, 이 답변 또한 1주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에 이득인 저축 계좌를 만들어주겠다는데도 전화나 이메일로 예약해야 만들 수 있으니 얼마나 예약 개념이 철저한 나라인지 아시겠죠?
아이 병원의 경우에도 담당 병원을 지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위의 사진처럼 병원이 병원 같이 안 생겨서 한국과 다르게 찾기 어렵기도 하죠.
어떠신가요? 독일 이민에는 장점도 많지만, 이처럼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단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본인이 독일로 이민오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주말에 마트를 이용 못 해도, 교통시스템이 불편해도, 친절한 서비스를 못 받아도 독일로 이민 오길 잘했다고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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