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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지하차도로 거듭 나길

등록|2017.07.19 16:56 수정|2017.07.19 16:56
대전으로 이사를 온 건 지난 1983년 겨울이다. 생후 백 일이 약간 지난 아들을 아내가 등에 업고 함께 대전으로 들어섰다. 그리곤 도마동에 셋방을 얻었다. 당시 직장은 선화동의 동양백화점(현 NC 백화점) 안에 있었다.

이사를 마친 뒤 출근하니 직원들이 대전의 명물이라며 두부두루치기를 사주었다. 이듬해엔 누구보다 열심히 뛴 덕분에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그로부턴 처지가 역전되어 내가 직원들에게 툭하면 두부두루치기와 소주를 사기도 일쑤였다.

당시만 해도 나는 '가난스럽게' 승용차가 없었다. 따라서 만날 시내버스를 타고 중앙로에서 하차했다. 퇴근할 적엔 마찬가지로 중앙로에서 승차한 뒤 도마네거리서 내리길 반복했고. 때문에 1984년에 건설된 홍도육교는 사실 존재의 의미조차 인지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시간은 더 지나서 1987년에는 그토록 갈망했던 둘째아이로 딸을 보았다. 이어 이듬해인 1988년에는 나도 마침내 멋들어진 승용차를 한 대 뽑을 수 있었다. 그 즈음엔 가양동에서 살았는데 당시 우리 동네서 승용차가 있는 집은 내가 유일했다.

그래서 우쭐한 기분에 주말과 휴일이면 아이들을 태우고 대전시내를 '주유천하'하기도 다반사였다. 아울러 홍도육교의 '정체' 확인과 함께 그곳이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대전의 동서로 연결될 수 있는 요충지임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1984년에 건설된 홍도육교가 7월 20일 오전부터 전면 교통 통제되면서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33년간 지역민과 함께해온 대전 홍도육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노후화로 말미암아 홍도육교를 철거하고 대신 이곳을 지하화 한다고 하는 데서 출발했다.

동서 지역의 원활한 가교 역할을 해왔던 홍도육교를 지하화 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는 2019년 말까지 지하차도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약 2년 여 가까이의 공사기간 동안에는 교통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 예상된다.

하여 사라지는 홍도육교가 서운하기에 철거 전의 현장을 찾아봤다. 통제와 함께 철거작업이 시작되면 현장엔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때문이다. 홍도육교를 계단을 타고 올라 걸으면서 삼성동 성당까지 갔다.

그러노라니 문득 이은미의 <기억 속으로> 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유튜브를 통해 그 노래를 틀었다.

"오후 햇살마저 지나간 거리에 ~ 오랜 기억들은 내 곁에 찾아와 뭐라고 말은 하지만 ~ 닮아갈 수 없는 지난 날 함께 느꼈던 많은 슬픔도 후회하진 않았어 ~ 내게 돌아와 담고 싶은 기억 속으로 ~ 내게 남겨진 너의 사랑이 흩어져 가기 전에~"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세월처럼 빠른 건 또 없다. 세월은 여류하여 대전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한 아들과 고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유학 갔던 딸 역시 서른이 넘은 성인이 되었으니까. 고로 녀석들의 손을 잡고 도서관으로, 혹은 차에 태워 홍도육교를 넘어 중촌동 해물탕 집으로 외식을 하러 갔던 추억도 이제는 '기억 속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렇긴 하지만 뭐든지 노후가 되면 복구와 재건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다. 2019년 말, 홍도육교가 지금의 성남과 삼성 지하차도 이상의 멋진 명품 지하차도로 거듭 나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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