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 불가' 우병우 표 특수용지, 누굴 위한 거였나?
청와대에서 철거된 특수문서 검색대... 2014년 정윤회 비선실세 문건 유출 후 설치
▲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출입구에 설치된 특수 문서 검색대를 철거하는 모습. ⓒ 청와대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출입구에 설치된 '특수 문서 검색대'를 철거했습니다. 이 검색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도입했습니다.
'특수 문서 검색대'는 '특수용지'를 감지하는 장비입니다. 일반 용지와 다르게 특수용지에는 니켈 합금 등으로 만든 금속 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일반 용지보다 특수용지는 약 10배 이상 비싸며, 산업 기밀 유출로 피해를 보는 기업이나 정보기관 등에서 사용합니다.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설치된 특수 문서 검색대
▲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문건’ 당시 세계일보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보고문건에 바탕을 둔 사실보도가 왜 명예훼손인가?”라는 반박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 세계일보 PDF
청와대는 특수용지와 특수 문서 검색대가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설치됐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는 정윤회가 문고리 3인방이라는 창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국정에 개입하는 '비선 실세'라고 보도했습니다.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은 '靑 비서실장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경질설 등을 조사하던 공직기강비서실 소속 박관천 경정이 제보를 받고 2014년 1월에 작성했습니다.
문건이 유출되자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부정했습니다. 이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모든 문건 작성 시 특수용지를 사용하도록 했고, 입구 두 곳 중 한 곳은 폐쇄하고 한 곳에는 검색대를 설치했습니다. 문건 유출을 막으려는 조치였습니다.
비선실세 최순실을 감춘 청와대와 박근혜
▲ 박근혜씨는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했고, 이는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 채널A 화면 캡처
당시 청와대는 기사 내용을 부정하며 <세계일보>를 고소했습니다. 박근혜씨는 문건을 '지라시'로 규정하며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마시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중략) 그 지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14년 12월 7일(일)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결위원 오찬 중 박근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정윤회 문건 파동이 벌어졌을 때 '비선 실세'는 문건에 등장하는 정윤회씨가 아니라 최순실씨였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정씨는 당시 <세계일보>를 고소한 이유가 정윤회씨로부터 촉발된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조기에 봉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진짜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를 감추기 위해 청와대와 박근혜씨가 나선 것입니다.
▲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은 ‘최순실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 팩트TV 화면 캡처
정윤회 문건이 터졌을 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열린 국회청문회에서 "나는 최순실을 모른다"라고 했습니다. 이후 검찰 조사와 재판에서도 최순실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특수용지를 사용하고 검색대를 통과하게 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지시는 최순실이라는 비선실세를 감추는 데 일조했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특수 검색대가 왜 생겼는지 확인하고, 검색대와 계단 가림막을 철거했습니다. 청와대는 "우리는 보통 용지를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와 같은 국가기관이 특수용지를 사용하는 일은 문제가 아닙니다. 본질은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반헌법적인 행위에 있습니다. 앞으로 이같은 행위가 더는 청와대에서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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