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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문재인 대통령 위로 편지 받고 싶다"

'자주통일 경남대회', 피해자 유족 정용병-김수웅 증언... "유골이라도 찾아야"

등록|2017.07.21 21:20 수정|2017.07.21 21:32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유족인 정용병(67, 남해), 김수웅(73, 거창)씨가 참가자들과 함께 팔뚝질을 하고 있다. ⓒ 윤성효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유족인 정용병(67, 남해), 김수웅(73, 거창)씨가 무대에 올라 피해자 증언하고 있다. ⓒ 윤성효


아버지가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로 끌려가는 바람에 '유복자'로 태어났던 아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나서서 유골이라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의 유족인 김수웅(73, 거창)씨와 정용병(67, 남해)씨가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증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노총·민주노총 경남본부로 구성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 노동자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집회였다. '2017 경남노동자 통일선봉대' 등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김수웅씨의 아버지(김규철)는 해방을 몇 달 앞둔 1944년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는 아직도 아버지의 유골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제가 어머니 뱃 속에 있을 때 아버지는 장작을 사서 가지런히 해놓고는, 곧 돌아올테니 아이들과 잘 있으라는 말을 하고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고 한다"며 "그런데 해방이 되어도, 해방 70년이 지나도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먹인 김씨는 참여정부 때 사할린에서 지냈던 '위령제'를 언급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때, 각 시도에서 몇 명씩 뽑혀 사할린에 가서 위령제를 지냈다"며 "저는 그동안 아버지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못 했는데, 그때 아버지라 부르면서 실컷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할린에 가서 들었는데, 패망한 일본은 배가 와서 자국민들을 태워 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우고 갈 배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부두에서 기다렸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배가 올 수도 있어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위령제를 지낼 수 있도록 해준 노무현정부에 감사 드린다. 아무도 강제징용에 대해 말하지 않았고, 유족 편은 아무도 없었는데 참여정부만 그랬다"며 "이번에 양대 노총이 노동자상을 세운다고 하는데, 우리한테는 큰 선물이다. 이제는 여한 없이 마음 놓고 살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 바라는 게 하나 있다. 지금이라도 유골이라도 찾아 유족 품에 안겨주었으면 한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대국이 되었으니, 일본과 싸워 꼭 이길 것이다"고 말했다.

정용병씨는 "아버지는 국내에서 강제징용을 당했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 노동자상이라도 세울 수 있게 되어 다행이고,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씨 아버지(정문조, 1913~1952)는 일제 때 강제로 국내에 있는 진남포탄광에 끌려갔다. 정씨 역시 유복자였다. 그는 "아버지는 어느날 새벽 건장한 청년한테 끌려갔다. 2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일제 강제징용에 간 사실은 분명한데, 일본 땅이 아니고 국내 탄광에 갔다는 이유로 보상에서 배제되었다고 하니 더 분하다"며 "명예회복을 위해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유족인 정용병(67, 남해), 김수웅(73, 거창)씨가 참가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 윤성효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박근혜를 무기징역 해야"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적폐청산이다"며 "적폐는 너무나 많다. 방산비리적폐, 4대강적폐, 국정원적폐, 정치검찰적폐, 언론적폐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적폐 청산에 참 고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크게 3대 적폐가 있다. 바로 친일잔재적폐와 남북분단적폐, 이승만부터 이어진 독재적폐가 그것"이라며 "해방 70년 동안 적폐의 여왕벌이 바로 박근혜였다. 청와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적폐를 만들었느냐"고 말했다.

그는 "온갖 적폐를 청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한꺼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박근혜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도록 무기징역을 하는 것이고, 그러면 어느 정도 적폐가 해소될 것"이라 했다.

김 대표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올해 99세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분은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밥은 썩은 깻묵과 쌀을 섞었고, 고구마줄기를 바닷물에 삶은 것으로 먹었다고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맞아서 죽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그 할아버지의 소원이 두 가지라 했다. 하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세워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가족들이 대통령의 위로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라고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강제징용 노동자의 피해자와 유족한테 위로 편지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식 한국노총 경남본부 창원의장과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정치 연설했다. 그리고 민주노총일반노조 조합원인 창원시립합창단 단원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고, 뮤지컬 '통깨비'와 합창단 '한뫼줄기'가 공연한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우상가에서 창원시청 광장을 거쳐 상남동 분수광장까지 거리행진했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경남건립 노동자추진위원회'는 창원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올해 안에 세우기로 하고, 모금운동을 벌이면서 창원시와 장소 제공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대표가 대회사를 하고 있다. ⓒ 윤성효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민주노총일반노조 조합원인 창원시립합창단 단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윤성효


▲ 21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친일잔재 청산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경남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공연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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