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1위 벤츠, 11만대 뒤늦은 사실상 '리콜'
환경부, 배기가스 조작여부 조사 착수... 벤츠코리아 "리콜이 아닌 자발적 무상조치"
▲ 국내 수입돼 판매중인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들.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배출가스 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독일차 메르세데스 벤츠에 대해 우리 정부가 21일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벤츠코리아도 국내 수입된 차량 11만 대를 상대로 무상 수리에 나서기로 했다. 독일 다임러 그룹이 지난 18일 자사 차량 300만 대에 대한 사실상 '리콜' 결정을 내린 이후 3일 만이다.
또 우리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벤츠코리아는 거액의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 등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독일 검찰은 다임러 그룹을 상대로 배출가스 조작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자칫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가 배출가스 조작 여부 조사 나서자, 벤츠코리아 "무상 수리" 발표
환경부는 21일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에 대해 다음달부터 수시검사와 결함확인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 차량은 모두 47개 차종에 11만349대다. 이들 차량은 오엠(OM)642 엔진이 들어간 13개 차종 2만3232대와 오엠(OM)651 엔진이 들어간 34개 차종 8만7117대다. 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맡는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 수입된 벤츠 차량 가운데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들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차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수시와 결함확인 검사 등이 진행되며, 얼마동안 진행될 지 여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시검사의 경우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분석 등을 통해 배출가스의 허용 기준을 지켰는지, 임의로 설정을 바꿨는지 등을 조사한다. 이번 검사를 통해 불합격 판정이 나오면 자동차 제작회사나 수입사는 해당 차량과 동일한 조건에서 생산된 같은 차종 모두를 판매하거나 출고할 수 없다. 또 이미 판매된 차에 대해선 결함시정(리콜)을 시행해야 한다. 또 조사 과정에서 임의로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차량 인증 취소를 비롯해 과징금 처분 등을 받게 된다.
결함확인검사는 이미 인증받아 판매한 자동차에 대한 검사다. 현재 운행 중에도 배출 가스 허용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지를 조사한다. 이번 검사는 예비검사(5대)와 본검사(10대)로 나뉘며, 예비검사에서 불합격할 경우 제작·수입사는 자발적으로 리콜하거나 본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본 검사에서도 불합격하면, 해당 회사는 의무적으로 리콜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에선 정부의 이번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출가스를 조작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제2의 디젤게이트'로 번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디젤게이트 이후, 지난해 관련 법 규정이 바뀌면서 해당 회사에게 막대한 과징금을 매길 수 있게 됐다.
디젤게이트 당시 배출가스 조작 적발에 따른 과징금은 차종당 최대 10억 원이었다. 하지만 작년 7월이후 법 개정으로 차종당 과징금이 100억 원으로 높아졌고, 최종적으로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 법 개정안은 오는 12월 28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벤츠코리아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와 시기에 따라 벤츠코리아의 과징금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에 대한 정부 조사 등을 감안할 경우 벤츠에 대한 조사결과 등이 올해를 넘어갈 수도 있다"면서 "독일 검찰의 수사 결과도 우리 정부 조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독일 사법당국의 수사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임러 그룹 300만대 리콜 발표하면서 한국 빠져 소비자들 불만 거세
▲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이에 앞서 독일 다임러 그룹은 지난 18일 유럽에서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차량 300만 대를 대상으로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하지만 유럽 이외 벤츠의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인 한국은 리콜 대상에 빠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당시 국내 벤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 모임 등에선 "한국에도 같은 엔진을 쓰고 있는 디젤차가 수만 대 이상 다니는데 왜 리콜 대상에 빠져있나"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반발과 함께 환경부의 직권 조사가 발표되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뒤늦게 무상수리 결정을 내렸다. 벤츠코리아는 이날 오후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다임러사는 유럽에서 거의 모든 유로 5 및 유로 6 디젤 차량에 해당하는 약 300만 대에 대해 자발적 서비스 조치를 통해 실주행 조건에서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한국으로 자발적 서비스 조치 대상 지역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벤츠 코리아는 이어 "한국에서도 유럽에서 발표된 내용에 준해 동일한 차종에 대해 필요한 서비스 조치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고객의 비용 부담 없이 무료로 진행되고, 세부 사항은 관계 당국과 긴밀히 논의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쪽에서 밝힌 '서비스 조치'는 차량의 엔진 소프트웨어를 수리해주는 방식이다.
벤츠 코리아쪽은 이번 조치가 리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는 "규제 기관의 명령에 따라 결함을 수리하기 위한 리콜이 아니라 고객 만족과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자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주변에선 이미 독일에서 검찰수사와 함께 디젤엔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소비자들 불안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1위의 벤츠코리아가 자칫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 벤츠 배출가스 조작장치 리콜2017 서울모터쇼 벤츠 전시장 ⓒ 더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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