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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늘 새로 배운다

장애인, 비장애인과의 서예 수업

등록|2017.07.25 16:12 수정|2017.07.25 16:12
"음악 할 때 음이 무슨 음인지, OO 회원님은 한자를 아세요?"
"소리 음이요."
"맞았어요! 잘하네요. 그럼 이제 한문 소리 음자를 광개토왕비 글씨체로 학습할게요."
"와우! 신난다!"
"OO 회원님은 한글과 한문도 아는 게 많네요. 몇 살이지요?"
"전 35세인데요... 그런데 아직 장가를 못 갔어요! 가고 싶은데.."

천진한 OO씨의 대답에 학습 중이던 10여 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습자들이 모두 환히 미소를 지었다. 올해 새롭게 만든 통합 교실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학습한다. 지난해 통합교실 1개 반을 시범으로 개설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는 4개 반으로 늘렸다.

끼리끼리만 모이는 장애인 세상이 따로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우러져 함께 무언갈 하는 공간도 많다. 꾸준히 장애 인식 개선 활동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 시대에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성이 발전한 결과라고 본다.

자폐장애 3급인 OO씨를 만난 것은 올해 개강했을 즈음인 2월이었다. 항상 보호자인 아버지와 함께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는데, 나는 과연 수업을 따라 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 자폐장애인을 한 번도 직접 가르쳐 본 경험이 없었고,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이 떠올라 선입견이 있기도 했다.

한때 지적여성장애인 보호작업장과 지적여성장애인의 성폭력 문제를 상담하는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설립하고 운영한 적이 있었기에 지적장애분야에 대해서 나름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은 지적장애인들 중에서도 일부분이었고, 한정된 분야였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른다. 한 때 보건복지부 법인 전국 지부가 있는 단체의 연합대표였다는 전력이 부끄럽게도, 지적장애인과 자폐장애인이 따로 있는 것처럼 발달장애인도 따로 있는 줄만 알았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전국 곳곳의 기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학습 지원 사업이 시행되면서 비로소 발달장애인 안에 자폐장애와 지적장애가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다.

대학원에서 전공을 공부했지만 장애와 사회복지분야에서 내가 알고 있는 건 생애주기별로 겪은 나의 경험일 뿐이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타인과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계속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사회복지대학원에 들어가서 새내기로 공부하고 있다. 모르는게 약이라는 옛말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고 느껴진다는 말도 맞다.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된다. 내가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한 가지는 성공하고 싶어서도 아니고 남보다 많이 알기 위해서도 아니다. 한 세상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한 사람이라도 사이좋게 소통하고 더불어 동행하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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