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이단성 지적에 성소수자 추방까지... 예장합동의 무리수
성소수자 교회 밖으로 추방할 자격 있나
▲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 지유석
국내 최대 교세를 지닌 예장합동 교단이 성소수자 문제를 두고 잇달아 무리수를 두고 있다. <국민일보>, <기독교 연합신문>, <기독신문> 등 개신교계 매체가 전한 바에 따르면 예장합동은 지난 20일 예장통합, 기감, 고신, 합신, 대신, 기성, 기침 등 8개 교단 이단대책위와 연석회의를 갖고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이단성을 지적했다.
이들이 지적한 대목은 ▲ 정통교회의 신학을 비판하고 공격하며 ▲ 다원주의적 구원론을 주장해 죄와 심판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비판하고 ▲ 동성애로 인한 잘못된 가정 제도를 내세우며 ▲ 동성애를 성경적인 것이라 주장하고 ▲ 하나님도 성이 있다, 하나님도 커밍아웃해야 한다며 신론적 이단성 교리를 펼치고 있다는 등 모두 다섯 가지다.
예장합동은 이어 24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서울·수도권지역 교단 헌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성소수자 관련 조항이 발표됐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본 교단 교리에 위반된 동성애자의 세례와 주례와 또 다른 직무를 거절할 수 있고 목사의 권위로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이단에 속한 자도 이에 준한다)"
해당 조항을 목사의 직무를 규정한 교단헌법 제4장 제3조에 끼워 넣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개정위원회 정치 소위원장 유장춘 목사는 "세상은 동성애를 지지하고 이단들은 교묘히 교회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나 교회는 소송이나 고발을 당하게 된다. 이때 교회와 목회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총회 헌법에 명문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교단헌법이 확정되면 이 교단 소속 목사는 직권으로 성소수자를 교회 밖으로 '추방'할 권한을 갖게 된다.
경악스러운 독소 조항
▲ 지난 7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는 예장합동의 임보라 목사 이단심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지유석
먼저 임 목사의 이단성을 살펴보자. 원래 예장합동은 임 목사가 퀴어성서 주석 번역본 발간에 참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이단성 심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지적은 없이 '정통교회의 신학을 비판하고 공격했다' 혹은 '동성애를 성경적인 것이라 주장했다'는 식의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당사자인 임 목사는 21일 기자에게 "조사과정은 성의 없고, 퀴어성서주석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이 자의적인 해석과 짜맞추기식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성소수자 추방 관련 조항은 더욱 경악스럽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아우르는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그의 가르침을 행하는 종교다. 예수는 이 땅에 교회나 교단을 세우지 않았다. 그보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설파했다. 그가 설파한 하느님 나라는 사자들이 어린 양과 함께 뛰노는 세상이다. 즉 약육강식의 지배논리가 아닌, 약자와 강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이 바로 하느님 나라인 것이다. 특히 예수는 가난하고, 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억압받고 배제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안았다.
예수가 복음을 설파했던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종교 권력은 사두가이파와 바리사이파로 양분돼 있었는데, 사두가이파는 로마 제국과 결탁했다. 반면 바리사이파는 유대교의 율법, 특히 안식일을 지키며 유대인의 민족적 정체성을 지켜나가려 했다. 예수는 바리사이파와 안식일을 두고 자주 대립했다.
바리사이파에게 안식일 엄수는 단순히 6일 일하고 하루 쉬는 날을 넘어 나라를 잃은 민족으로서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성스러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안식일 엄수는 일정 생활수준에 이른 유대인에게나 해당됐을 뿐, 가난한 이들에겐 예외였다. 이들에겐 안식일보다 당장의 생계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바리사이는 이들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죄인이라 낙인찍었다. 그러나 예수는 달랐다. 예수는 '죄인'이라 낙인찍힌 이들을 먼저 찾아갔다. 바리사이파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맞서 예수는 '안식일의 주인은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요새 말로 바꾸어 말하면 '사람이 먼저다'라는 선언이다. 이 선언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즉, 율법에만 매몰된 나머지 가난 때문에 안식일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배제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반면 예장합동은 성소수자를 '합법적으로' 교회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이런 행태는 율법을 근거로 가난한 이들을 죄인으로 낙인찍은 바리사이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다시 한 번 당시로 되돌아가보자. 예수 그리스도가 활동하던 당시 한센병은 하늘이 내린 형벌로 여겨졌고, 이에 한센인은 사회에서 배제됐다. 그러나 예수는 한센인들의 아픔에 공감했고, 이들의 아픔을 치유했다. 아마 예수께서 지금 이 땅에 오신다면 성소수자 역시 반가이 맞이해 주셨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이 무색하게 예장합동을 비롯해 보수 기독교계는 성서에 기록된 몇몇 구절을 근거로 성소수자를 죄인 취급 한다. 그런데 그들이 성소수자를 향해 내뱉는 혐오 발언을 들어보면 과연 이들이 예수를 아는지, 성서를 제대로 읽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누차 강조하지만, 예수께선 그 어느 누구도 죄인으로 낙인찍고 혐오하고 배제하지 않았다. 예수가 혐오한 대상이 있다면 민족의 아픔,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정결만 추구했던 당대의 종교권력자들이었다.
예장합동, 성소수자 교회 밖으로 추방할 자격 있나?
▲ 2016년 2월 4일 삼일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평양노회 재판국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실 예장합동은 타락한 종교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15년 이 교단 총무를 지낸 바 있는 황규철 목사가 한때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박 아무개 목사를 흉기로 찌르는 일이 벌어졌다. 박 목사가 자신의 비리를 공공연히 발설하고 다녔다는 게 이유였다. 그뿐만 아니다. 전병욱씨가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다수의 여성도를 성추행했지만, 징계권을 가진 평양노회와 교단 총회는 전씨의 성추행 혐의를 축소시키고 솜방망이 처벌만 내렸을 뿐이다. 오히려 사회법정이 전씨가 저지른 성추행의 위법성을 지적하고 그에게 배상책임을 지웠다.
또 박근혜 전 정권 당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일 때 예장합동은 "바른 역사교육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 초석이다. 하지만 현재 고등학교의 한국사 교과서는 기독교(개신교)에 대해 불공정하게 기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정하게 서술하지 않고 있다"며 찬성입장을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가 국정역사교과서에 찬성하긴 했지만, 교단 차원에서 찬성의사를 밝힌 건 예장합동이 유일했다.
이런 교단이 과연 성적 지향을 문제 삼아 성소수자들을 교회 밖으로 추방할 자격이 있을까?
신약성서 <요한복음> 8장에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는 간통하다 현장에서 발각된 여인을 예수에게 데려온다. 이들은 예수에게 "우리의 모세법에는 이런 죄를 범한 여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했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떤가?"하고 묻는다.
예수의 답은 간단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
'너희 중'은 율법학자·바리사이를 지칭하지만, 여인의 상대 남성도 포함된다. 당시 율법은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이었다. 간통죄를 범했어도 여성에게만 죄를 물었다. 따라서 '너희 중에 죄 없는 사람이 여인을 돌로 쳐라'는 예수의 선언은 정결법 위반에 대한 책임을 남성에게도 물으라는 평등선언인 것이다.
만약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다면 성소수자를 '합법적으로' 교회 밖으로 내쫓으려는 예장합동을 향해 똑같이 선언하실 것이다.
"예장합동 소속 목사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성소수자를 교회 밖으로 내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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