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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정전 64년... 같은 전쟁, 다른 이름

당시 참전했던 각국이 전쟁을 부르는 명칭과 현 입장

등록|2017.07.27 10:15 수정|2017.07.27 10:16
같은 전쟁, 다른 이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마크 W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그리고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 펑더화이(彭德怀)는 한반도에서 발생한 유혈 충돌을 정지시키는 협정에 공동으로 합의 및 서명을 했다.

그리고 전쟁은 정지가 되었고, 64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휴전상태에 들어가 있다. 이 협정 이래 한반도의 남과 북은 세계유일의 분단국이 되었으며, 세계 최장의 휴전기간이 하루하루 늘어가고 있다.

이 협정의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이 협정문은 영문·한글·중문으로 작성되었다. 그리고 이 전쟁을 지칭하는 각 당사국의 명칭 또한 상이하다.

정전협정문에 정식으로 서명을 한 일방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가장 직접적인 당사국인 한국을 포함해서 알아보자.

한국은 전쟁 이후 이렇다 할 배경과 과정 없이 6월 25일에 발발되었다는 이유로 오랜기간 이 전쟁을 '6·25 전쟁'이라고 통칭해 왔다. 1973년 제정된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서 '6·25 사변일'이라고 공식 명칭을 써왔으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6·25 전쟁'으로 명명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코리안 워(Korean War)'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 의회에서는 6·25 전쟁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전쟁이라는 표현 대신 군사적 충돌의 의미로 축소하여 '코리안 컨플릭트(Korean Conflict)'라고 지칭했다. 이후 정전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학계를 시작으로 '코리안 워'라는 표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战争)'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미국에 대항하고, 조선을 지원하는 전쟁'이다. 필자가 직접 가본 중국 단둥에 있는 '항미원조전쟁관(抗美援朝战争馆)'의 전언 부분에 있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중국은 1950년 6월 조선반도(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을 내전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후 미해군 7함대의 타이완 해협 출항과 미국의 화력이 조선반도 북쪽 국경지대까지 확대되는 등 미국의 무장간섭으로 인해 조선(북한) 인민이 큰 곤경에 빠지고 중국 안보에 커다란 위협을 받게 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전쟁에 참전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조국해방전쟁'으로 명명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6·25 전쟁'을 '미국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 위협으로부터 조국의 해방을 지켜냈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렇게 명명하기 시작했다. 또한 북한은 1973년부터는 7월 27일을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로 제정하고, 1996년부터는 국가적 기념일로 한 단계 격상시켜 전승절 기념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같은 날짜, 다른 행동

2017년 7월 27일을 맞이하면서 각 국은 직접 참전했던 전쟁의 명칭만큼이나 다른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7월 27일을 맞이하면서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한 측에 제의했다. 북한 측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대결과 적대의 악폐를 청산하는 것은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 민족 대단결의 넓은 길을 열어 나가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라는 기사로 우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이런 여론전이 아닌 한미 간의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신호이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7월 4일 미국 최대 명절인 독립기념일에 맞춰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를 진행한 이후 계속해서 대북 제재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1일(현지시간)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 징후가 포착되었으며, 27일이 발사시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압박과 제재' 정책에 전념하겠다고 밝혔으며, 여전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역시 답이 없는 모양이다.

중국은 이러한 긴장 국면이 미국처럼 불안한 긴장감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북한과 교역중인 자국의 기업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어 불만감을 표시하고 있고, 미국의 북핵 무력 제재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취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북핵 문제가 고도화 될수록 북한의 타겟은 미국 한 곳으로 더욱 더 집중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중국역할론'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갈 것이다. 이것은 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경쟁 국면에서 중국의 입지를 넓혀가는 또 하나의 유용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4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ICBM 발사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이 발사한 '화성-14'의 모습. ⓒ 연합뉴스


북한은 위에서 언급 했듯이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7월 27일은 북한의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핵문제나 국제정세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한 조치들을 시기별로 진행해 왔다. 올해는 7월 26일자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25일) 평양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4돌 기념 인민군 육해공군 장병들의 결의대회가 진행됐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 4일 '화성-14형' 발사 이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앞으로 미국에게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들을 심심치 않게 보내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7월 27일, 북한은 과연 미국에게 또 하나의 선물보따리(?)를 보내줄 것인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은 아직 선물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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