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택시노조가 "근로시간 특례 규정 폐지" 외치는 이유
사용자 뜻대로 근로시간 산정, 근로시간 연장 가능한 근로기준법 58조·59조의 문제점
양대노총 택시노조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특례규정 폐지를 요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택시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과 이용 시민의 안전을 위해 노동시간 특례조항인 근로기준법 제58조와 제59조의 개정 및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아래 전택노련) 김태황 사무처장은 "최근 과로운전으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는 버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택시노동자들이 더 많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운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위해 택시노동자가 과로운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59조, 사고 부르는 근로시간 특례규정 삭제해야"
최근 '경부고속도로 버스기사 졸음운전 사고'와 함께 근로시간 특례규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특례규정 관련 개정안에서 택시는 제외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버스기사 사고 직후 발의된 근로시간 특례규정 관련 개정안 중 이찬열, 박홍근 의원안은 특례규정에서 택시를 포함한 운수업 전체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신창현 의원안은 운수업 중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만 제외하고 있다.
근로시간 특례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동법 제59조는 운수업, 물품판매업 및 보관업, 영화제작업 및 흥행업,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등 26개 업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한 경우, 법정연장근로 한도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법정소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법이 허용하는 주당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시간인 주 52시간을 넘는 근로를 시켜도 동법 110조의 처벌규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택시업종 최저임금 현장연구 및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연구논문도 "아날로그운행기록장치에 의해서도 택시의 근로시간 측정은 가능했고 2013년부터 장착된 디지털메타기는 택시운전이 사업장 밖 근로라고 하더라도 노동시간 정의만 있다면 노동시간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산정할 수 있는 투명성과 정확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라며 택시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간주근로시간제로 보는 것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노총 관계자는 "법인택시 종사자는 월 230~280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반면, 임금은 1일 2~4시간 등으로 산정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택시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하고 실시간 운행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PS 호출시스템과 앱택시, 카드결제시스템 등을 갖춰 실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며 "택시 노동자도 실노동시간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사용자 마음대로 정하는 소정근로시간의 문제
'임금이 1일 2~4시간으로 산정되었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이른바 외근근로자의 경우,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 법인택시 사업장들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일 5시간 정도로 산정해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이 서울보다 적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계약은 택시 업무가 배회식 영업 형태를 띠고 있는 데서 기인하나, '최저시급을 맞추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택시 노동자가 업무 특성상 배회식 영업을 한다고 해도 일 평균 근로시간이 2~5시간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노총 관계자의 말대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이용하면 택시노동자가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실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승객을 태우지 않은 시간이라고 해서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지도 의문스럽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써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할 것"(대법 1993.5.27, 92다24509)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배회하는 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해당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위의 논문에서도 "운행 중 대기시간은 영업행위의 일부분이고 또한 운행하는 차량으로부터 운전자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이를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택시노동자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
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공동으로 진행해 발표한 '택시가사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1일 2교대로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평균 하루 9.9시간, 한 달에 254.6시간을 실제로 근무한다고 한다(1인 1차제 근로자의 경우 평균 하루 11.7시간, 한 달에 313.4시간).
누구를 위한 특례규정인가
택시노동자들은 기본임금을 계산하는 소정근로시간은 초단시간근로자에 버금갈 정도로 적은 반면, 실질적인 근로시간은 월 250시간대의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최악의 근로조건 하에 놓여있다.
택시나 버스 등 운수노동자들의 과로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2012년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설정 원칙에 대해 '공중의 불편 방지'와 '안전 도모'의 이유를 든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운수업 종사자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규정은 노동자와 일반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공중의 편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공중의 편의보다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특례조항이 제 멋대로 적용되는 경향이 많다. 근로시간 특례조항의 재고가 요청되는 이유이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아래 전택노련) 김태황 사무처장은 "최근 과로운전으로 발생한 대형 교통사고는 버스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오히려 택시노동자들이 더 많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운전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국민의 생명 및 안전을 위해 택시노동자가 과로운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59조, 사고 부르는 근로시간 특례규정 삭제해야"
▲ 양대노총 택시노조 근로시간 특례규정 폐지 기자회견27일 오전 10, 양대노총 택시노조가 근로시간 특례규정 폐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최근 '경부고속도로 버스기사 졸음운전 사고'와 함께 근로시간 특례규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반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특례규정 관련 개정안에서 택시는 제외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로 버스기사 사고 직후 발의된 근로시간 특례규정 관련 개정안 중 이찬열, 박홍근 의원안은 특례규정에서 택시를 포함한 운수업 전체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으나, 신창현 의원안은 운수업 중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만 제외하고 있다.
근로시간 특례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동법 제59조는 운수업, 물품판매업 및 보관업, 영화제작업 및 흥행업,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등 26개 업종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한 경우, 법정연장근로 한도인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끔 허용하는 조항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법정소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에 법이 허용하는 주당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시간인 주 52시간을 넘는 근로를 시켜도 동법 110조의 처벌규정(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택시업종 최저임금 현장연구 및 제도개선 방안>이라는 연구논문도 "아날로그운행기록장치에 의해서도 택시의 근로시간 측정은 가능했고 2013년부터 장착된 디지털메타기는 택시운전이 사업장 밖 근로라고 하더라도 노동시간 정의만 있다면 노동시간의 길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산정할 수 있는 투명성과 정확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는 주장은 타당성을 갖기 어렵다"라며 택시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간주근로시간제로 보는 것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노총 관계자는 "법인택시 종사자는 월 230~280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반면, 임금은 1일 2~4시간 등으로 산정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택시는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장착하고 실시간 운행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PS 호출시스템과 앱택시, 카드결제시스템 등을 갖춰 실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며 "택시 노동자도 실노동시간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사용자 마음대로 정하는 소정근로시간의 문제
▲ 경기도 모 택시업체의 임금산정표임금산정표 속 일일 소정근로시간이 2.5시간으로 기재되어 있다. ⓒ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임금이 1일 2~4시간으로 산정되었다'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58조 제1항과 제2항에서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이른바 외근근로자의 경우, 그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 법인택시 사업장들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일 5시간 정도로 산정해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노사가 합의한 소정근로시간이 서울보다 적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계약은 택시 업무가 배회식 영업 형태를 띠고 있는 데서 기인하나, '최저시급을 맞추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택시 노동자가 업무 특성상 배회식 영업을 한다고 해도 일 평균 근로시간이 2~5시간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노총 관계자의 말대로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이용하면 택시노동자가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실근로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승객을 태우지 않은 시간이라고 해서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지도 의문스럽다. 대법원 판례는 "근로자가 작업시간의 중도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써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 감독 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당연히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할 것"(대법 1993.5.27, 92다24509)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바, 승객을 태우기 위해 배회하는 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해당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위의 논문에서도 "운행 중 대기시간은 영업행위의 일부분이고 또한 운행하는 차량으로부터 운전자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에서 이를 근로시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택시노동자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본다.
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와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공동으로 진행해 발표한 '택시가사의 노동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1일 2교대로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평균 하루 9.9시간, 한 달에 254.6시간을 실제로 근무한다고 한다(1인 1차제 근로자의 경우 평균 하루 11.7시간, 한 달에 313.4시간).
누구를 위한 특례규정인가
택시노동자들은 기본임금을 계산하는 소정근로시간은 초단시간근로자에 버금갈 정도로 적은 반면, 실질적인 근로시간은 월 250시간대의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최악의 근로조건 하에 놓여있다.
택시나 버스 등 운수노동자들의 과로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2012년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근로시간 특례업종 설정 원칙에 대해 '공중의 불편 방지'와 '안전 도모'의 이유를 든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운수업 종사자에 대한 근로시간 특례규정은 노동자와 일반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공중의 편의를 위한다고 하지만 공중의 편의보다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특례조항이 제 멋대로 적용되는 경향이 많다. 근로시간 특례조항의 재고가 요청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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