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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에 수세몰린 정부... 야 "베를린구상 유명무실"

박주선 "오락가락 구상, 실체 드러나"... 우원식 "대화 우선 기조는 유지"

등록|2017.07.30 15:57 수정|2017.07.30 18:12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전날(28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긴급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전략인 '베를린 구상'이 지난 29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추가 발사로 난항에 빠졌다.

야권은 동시에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공세를 펼쳤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길 바란다"며 대화를 촉구했던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이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유명무실해졌다는 주장이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장 난 레코드판을 돌리듯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화병용론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베를린 구상을 "오락가락 구상"이라면서 "그 실체가 허상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등 정부가 내놓은 강경조치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락가락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로는 미국의 신뢰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게 관리하려면 한미 동맹에 기초한 새로운 대북접근법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정부는 북한 눈치만 살피며 지속적으로 대화를 구걸함으로써 오히려 김정은의 오판을 초래했다"면서 추가 도발의 본질적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정 대변인은 정부에 보다 강경한 대북 제재 방안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은 고작 사드 4기 임시 배치와 군 탄두 중량 증대 등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 추진이 전부"라면서 "사드 포대 추가 배치를 적극 추진하는 등 다층·중첩 방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사드 임시배치, 한미동맹차원에서 이해"

원내대책회의 주재하는 우원식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바른정당 소속인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더 나아가 사드 배치 환경영향평가 '생략'을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가 안보상 필요하면, 그냥 배치하면 된다"면서 "아직도 환경영향평가라는 절차적 정당성에 매달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관이 애매모호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나서, 사드를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면서 "솔직하게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조기에 완결을 지어야 풀리는 문제지, 계속 절차적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당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정부의 '엄중 대응'에 동의하면서도, 베를린 구상의 '대화 지속'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마련안과 사드 배치 추가 지시 시기는 적절했다고 본다"면서 "여야 간 이견이 있지만, 북한의 도발로 세계 평화가 위험해지는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의 대북 정책 전면 수정 주장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우 원내대표는 "대북 전략의 한 줄기는 베를린 구상이다"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대화를 지속한다는 원칙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 차원에서라도 사드 발사대를 임시 배치하겠다는 바는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는 신중하게 해줄 것을 엄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혀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베를린구상의 기본 원칙을 상기시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나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압박을 최대 강도로 높이고 있다"고 주지하면서도 "하지만 (어려운 국면의) 탈출구로 남북 간 대화의 여지는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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