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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여의도에는 '무지개 물고기'가 산다

등록|2017.07.31 12:16 수정|2017.07.31 12:16

▲ ⓒ 배주연


▲ ⓒ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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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주연


서울 여의도에서도 은행들이 즐비한 거리에 가면, 무지개 빛깔의 비늘에 금빛 줄무늬까지 있는 호화로운 물고기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심현지 작가가 유리, 골드, 모자이크를 이용하여 만든 조각상 <물고기>가 있는 곳은 한국의 심장이라 부를 수 있는 여의도. 돈이 흐르는 그 금융가 빌딩 숲에서 여의도 공원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뉴스에서 곧잘 나오는 국회의사당과도 마주친다.

재력과 권력이 공존하는 이 여의도에서 만난 물고기는 마르쿠스 피스터의 <무지개 물고기>라는 동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바닷속 세상에 무지갯빛 비늘에 반짝이는 은빛 비늘까지도 가진, 무지개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다. 그런데 이 무지개 물고기는 차별화되는 독보적인 미모에 그만 거만해져서 다른 물고기들을 얕잡아 보고 무시했다. 그래서 결국엔 하나둘 친구들이 사라져 외톨이가 되었다. 이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지혜로운 문어 할머니를 찾아가 고민 상담을 했다.

그러자 문어 할머니는 소중한 은빛 비늘을 하나씩 친구들에게 나눠주라고 조언했다. 처음엔 망설였으나 자신에게 다가온 꼬마 물고기를 시작으로, 하나하나씩 비늘을 나누어 줄 때마다 오히려 마음은 풍요로워졌다. 그리고 바다 세상은 은빛 비늘을 가진 물고기들로 더욱 아름다워졌으며, 무지개 물고기에겐 친구들이 생겼다.

이 무지개 물고기의 기부 정신을 이 고층빌딩 속 커다란 가죽 의자에 앉은, 기업인과 정치인이 닮아가면 어떨까 싶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나눔을 실천하며, 함께 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무지개 물고기 사례가 보여주듯이 주는 자와 받는 자 모두 서로 기쁨이라는 선물을 받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가진 자들이 더 많이 가지려 하며, 없는 자들에게 갑질을 하고 무시하는 세태를 보면서, 문득 동화 속 무지개 물고기가 주는 교훈이 생각난다. 거만하다가는 모든 친구가 사라진다는. 반대로 겸손하고 배려를 실천하면 다시 친구가 생기고. 그래서 하필 이 여의도에 무지개 물고기가 사는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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