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광태
▲ ⓒ 신광태
"면장님, 멧돼지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만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물을 국가에선 왜 가만두는 거요?"
한 마을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내게 하소연했다. 어르신 말씀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할아버진 올핸 큰맘 먹고 옥수수 2만 개를 심으셨단다. 못난 것 버리고 잘하면 300만 원은 벌겠다는 기대에 잡초도 뽑고 퇴비도 열심히 주셨다고 했다.
"교묘한 놈들이에요. 옥수수가 영글기 전에 다 망가뜨리니..."
'열흘만 있으면 따겠다'라고 생각한 다음 날 멧돼지들 습격을 받았다. 멧돼지는 옥수수가 (상품이 될 정도로) 단단해지기 전 즙이 나올 때를 노린단다. 그러니 손쓸 방법이 없단 말이다.
"소리 나는 기계요? 옥수수 다 팔아도 그 기계 못 사요."
답답한 마음에 멧돼지를 놀라게 한다는 경음기를 말했다. 어르신은 '멧돼지가 2m 정도 접근해야 센서가 작동한다'는데, 밭 주변에 설치했을 경우 경비 감당이 어렵다고 했다.
"작년엔 10% 정도 망쳐놨는데, 올핸 영 글렀어."
멧돼지 피해가 심각하다. (천적이 없으니) 기하급수적 수효증가가 원인으로 보인다. 멧돼지를 쫓기 위해 밭 인근에 개를 묶어 두었는데, 멧돼지들이 잡아먹었단 민원도 있었다. 닭을 해치는 일도 빈번하다. 멧돼지들이 맹수로 변하고 있다는 말도 틀린 주장이 아니다.
"야생동물 보호도 중요하지만, 정부에서 농민들을 좀 살게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할아버지의 한탄 섞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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