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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어떻게 바닷물 위에 서 있을 수 있을까?"

아침바다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하나

등록|2017.07.31 16:13 수정|2017.07.31 16:16
바닷물이 들고나는 것을 보면 참 신비스럽습니다. 하루에 두 번 쑤욱 빠지고, 또 찰랑찰랑 밀려들어 옵니다. 달이 차고 기우는 이치에 따라 이뤄지는 현상입니다.

썰물 때는 갯고랑이 드러나고, 물속에 잠긴 바위도 아주 작은 섬이 되어 고개를 내밉니다. 그러다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차면 갯고랑이며 갯바위, 낮은 바위섬은 물속에 자취를 감춥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바다는 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 아침바다의 고요함. 바닷물은 들고 나며 얼굴을 달리합니다. ⓒ 전갑남


▲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다 아내와 낯선 분이 만나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오랜 친구처럼 다정해졌습니다. ⓒ 전갑남


이른 아침, 아내와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바닷가로 나왔습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봅니다.

물안개 낀 아침 바다는 고요합니다.

"여보, 저기 보이는 새, 재두루미 아냐?"
"재두리미? 어디?"
"내 손 가리키는 저쪽!"
"그래. 새 한 마리가 보이네."

물새는 하얀 목과 몸에 잿빛을 둘렀습니다. 몸짓이 크고 다리가 길어 아내는 얼른 재두루미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재두루미는 아닙니다. 겨울 철새 재두루미가 여름 바다에 나타날 리가 없으니까요. 왜가리 종류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가 물 위에 서 있다?

아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다시 묻습니다.

▲ 바닷물 위에 아스라히 보이는 물새 한 마리 ⓒ 전갑남


▲ 물 위에 서있는 물새 한마리. 고요한 바다에 목격한 풍경입니다. ⓒ 전갑남


"근데, 새가 어떻게 물 위에 저렇게 서 있지!"
"그렇네! 정말!"
"새가 서 있는 곳은 바위가 있던 덴가?"
"글쎄. 잘 생각이 나지 않네."

그렇고 보니 새 한 마리가 물 위에 서 있습니다. 출렁이는 바닷물 위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아마 새가 서 있는 곳은 갯바위가 있던 곳 같습니다.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 긴 다리를 가진 새는 갯바위에 놀다 바닷물이 들어오자 발목이 잠기는 것을 잊은 모양입니다. 그러기를 한참! 좀처럼 쉽지 않은 연출이 사람 눈에 비춰진 것입니다. 마치 새가 물위에 서 있는 것처럼...

'녀석은 얼마 동안이나 물 위에 서 있을까?'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새는 바다 위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참 신기한 풍경을 목격합니다.

해무가 껴있는 아침 바닷가, 발목을 적시고 홀로 물 위에 서 있는 새 한 마리가 무척 외로워 보입니다.

친구를 데리고 온 물새 다시 만나다

다음 날 늦은 아침. 날은 맑습니다. 설레는 미풍이 살랑살랑 붑니다. 아내와 나는 자전거에 몸을 싣습니다.

"여보, 오늘 코스는?"
"어제 물새가 있던 바닷가 어때?"
"그 녀석, 오늘 또 볼 수 있을까?"
"기대를 가지고 또 가보자고!"

우리는 어제 본 색다른 광경을 기대하며 아침 운동을 시작합니다.

들판에는 어느새 훌쩍 자란 녹색의 벼 이삭들이 바닷물처럼 출렁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들길을 달리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 다음날 물이 나가자 드러났던 갯바위입니다. ⓒ 전갑남


다시 도착한 바닷가. 오늘은 어제의 바다와 딴판입니다. 썰물로 바닷물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물에 잠겼던 갯벌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혹시나 어제 그 자리에 물새가 찾아왔나 궁금합니다. 

"와! 오늘은 그 녀석 친구들이 많이 모였어! 어제 녀석이 물 위에 서 있던 곳은 갯바위가 분명하네!"

▲ 다음날 물이 빠진 갯바위. 이곳에서 새들은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 전갑남


▲ 아침바다에서 즐겁게 노는 새들. ⓒ 전갑남


여러 마리 새들이 물속에 잠겼던 갯바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새떼를 보니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습니다.

어제는 한 마리의 새가 외롭게 서 있었는데, 꽤 많은 친구들이 아침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여럿이 모여 있으니까. 훨씬 보기 좋네!"
"뭐든 혼자 보다 함께해야 힘이 되고 아름답다고 하잖아!"

넓은 바다에 생명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정답습니다. 여럿이 함께 하니 외롭지 않아 더 좋습니다.

아내가 발길을 돌리며 말합니다.

"녀석들, 바닷물이 또 밀려와도 발목 잠기는 줄도 모르고 갯바위에서 놀겠지? 물 위에 서 있는 마술을 부리면서... 이번에는 함께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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