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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우리 며느리, 시어머니 한번 잘 만났네!"

등록|2017.07.31 18:03 수정|2017.07.31 18:03

▲ ⓒ 전갑남


▲ ⓒ 전갑남


▲ ⓒ 전갑남


아내가 밖에서 들어오는 나를 보고 말을 합니다.

"우리 수박 아직 딸게 있죠?"
"서울 가지고 가게?"

나는 수박밭으로 갑니다. 우리 수박밭에는 큼지막한 수박 몇 개가 남았습니다. 이웃끼리 여러 통을 나눠먹고도 남은 게 있습니다.

큼지막한 걸로 한 통 땄습니다. 두들겨 보니 경쾌한 소리가 들립니다. 잘 익은 것 같습니다.

"옥수수는 꺾을 게 없어요? 우리 며느리 옥수수 좋아하는데."

나는 다시 낫을 찾아 옥수수밭으로 갑니다. 수염이 마른 걸로 골라 몇 개를 꺾습니다.

"이만하면 됐지?"
"되었네요. 근데 껍질은 벗겨야죠?"
"금방 찔 거 아닌데, 그냥 가져가지?"
"애들, 껍질 벗겨서 버리는 것도 일이에요."


나는 옥수수 껍질을 벗겨냅니다. 하얀 옥수수가 잘 여물었습니다.

아내는 내가 따 온 수박을 쪼개서 껍질을 발라내고, 각이 지게 썹니다. 그리고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며느리가 어련히 잘 쪼개 먹을까?"
"수박껍질은 쓰레기 아니에요? 이렇게 담아주면 얼마나 좋아!"


아내의 의도를 알 것 같습니다. 시골 사는 우리야 수박껍질, 옥수수껍질 같은 것을 두엄자리에 버려 퇴비 만들면 그만이지만, 도회지에선 버리는데도 번거롭다는 것입니다.

아내가 껍질 벗겨낸 옥수수는 비닐봉지에서 담고, 수박이 든 통은 보자기에 쌉니다. 정성이 담긴 보따리입니다. 작은 배려가 담겨 있네요.

"우리 며느리, 시어머니 한번 잘 만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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