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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 현대판 십자군 전쟁"

[인터뷰] 해방촌나눔의집 원장·길찾는교회 김종훈 자캐오 신부

등록|2017.08.01 20:27 수정|2017.08.01 20:35
예장합동 교단이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의 이단 낙인찍기를 강행하려는 양상이다. 이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아래 이대위, 위원장 진용식 목사)는 예장통합, 기감, 고신, 합신, 대신, 기성, 기침 등 8개 교단 이대위와 함께 임 목사의 이단성을 지적했다. 또 지난 7월 24일자 공문을 통해 8월 7일 총회회관에서 열리는 이단사상 조사연구에 참석할 것을 임 목사에게 통보했다.

이런 예장합동의 움직임에 임 목사와 뜻을 같이 하는 성직자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대한성공회 김종훈 신부(세례명 자캐오)도 그중 하나다. 용산 해방촌 나눔의집 원장이자 '길찾는교회' 담당사제로 사목 중인 자캐오 신부는 임 목사와 더불어 성소수자 인권 보호 및 증진에 앞장서 왔다. 지난 7월 27일 해방촌 나눔의집에서 자캐오 신부를 만나 임 목사의 이단성 심사에 대한 입장과 앞으로의 연대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아래는 자캐오 신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김종훈 신부는 임 목사가 부당한 공격을 당하면 자신도 발언할 것이라고 했다. ⓒ 지유석


- 임보라 목사와 어떤 계기로 인연이 닿았나.
"임 목사와 처음 연대한 시점은 2014년 퀴어문화축제 때였다. 이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남이 있었지만, 그때가 외부로 알려진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다. 당시 신촌에서 축제가 열렸는데 반동성애 진영이 퀴어 퍼레이드를 저지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있었다.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기독교계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성공회 전례를 응용해 퍼레이드 축복식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냈다. 이 과정에서 임 목사와 연대만남이 이뤄졌다. 이 제안은 주최 측에 전달돼 성사됐다."

- 예장합동과 8개 교단은 임 목사의 이단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뿐만 아니다. 예장합동은 성소수자를 합법적으로 교회에서 추방하도록 한 헌법개정안('본 교단 교리에 위반된 동성애자의 세례와 주례와 또 다른 직무를 거절할 수 있고 목사의 권위로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다')을 내놓았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먼서 사회적 소수자라는 낱말 사용에 조심하고자 한다. '소수자'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들이 정말 이등시민은 아니다. (사회로부터) 그렇게 취급당할 뿐이다. 즉, 사회적 소수자는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고 살아가는 이들을 뜻한다.

(임 목사가)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연대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은 존중하고 존경할 만하다.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해서 살아갈 것이고, 이런 삶이 종교적 삶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품은 분을 이단이라 낙인찍는 건 '보수 기독교계는 이런 삶을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런 행태를 보면서 그분들이 말하는 '은혜로운 설교'가 외부의 시선과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다.

종교적으로 볼 때 십자군 전쟁과 이후 벌어진 마녀사냥 등은 그리스도교가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 드러낸 사건이라고 본다. 그리스도교는 현실 세계 안에서 세 가지 기본정신, 즉 신의 은총, 사랑, 환대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종교이기를 기대받았고, 성직자들도 그렇게 설파해왔다. 그러나 십자군 전쟁과 마녀사냥은 이 같은 기대를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오늘날 보수 개신교계가 성소수자를 상대로 가하는 다양한 혐오, 차별 등은 현대판 십자군 전쟁이자 마녀사냥이다. 같은 종교인으로서 이 같은 행태와 표현들에 동의할 수 없다.

또 하나, 한국의 보수 개신교계가 의지하는 근본주의적 교리와 신앙은 전세계 그리스도교 전통과 스펙트럼에서 봤을 땐 극히 소수이고 역사도 100~200년 남짓이다. 주제나 성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다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교리만이 전통이고 진리라며 역으로 전체를 판단하려 한다는 건 그리스도교 전통에 대한 몰이해이자 오만이다. 아주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은 가톨릭마저 이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현실세계의 작동방식을 규정하지 않는다."

▲ 길찾는교회 김종훈 신부 ⓒ 지유석


신학적 오류, 시대·사회적 통찰 빌려 넘어서야

- 예장합동이 이단성 시비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한다고 보는가?
"임 목사의 이단성은 예장합동 교단 내 이단대책위의 입장일 뿐이다. 이게 교단 전체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임 목사에 대한 이단성 주장이 교단 안에서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고 있는 데 문제를 느낀다.

어떤 공동체든 특정한 주장에 대해 다양한 반론과 논쟁이 일기 마련이다. 또 이런 과정이 있어야 건강한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장합동 교단 안에서 이단성 시비에 대해 아무런 반론이나 논쟁이 없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아마 그분들이 임 목사를 이단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더라도 임 목사의 목회활동이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분들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번 이단 시비는 내부통제용이 아닐까 하는 판단이다. 지나친 표현일 수 있겠지만 굉장히 치사한 방식이다.

성소수자는 교리적으로 딱 이렇다 못 박기 어려운 의제다. 그보다 겸손한 태도로 시대와 사회의 지성 및 학문과 소통해 나가야 한다.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편견과 신학적 오류, 오해들에 대해 학문이나 시대·사회적 통찰에서 나온 지혜를 빌려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성서에 적힌 몇몇 구절의 한계와 오해를 넘어설 수 있는 시대적, 지성적 풍요로움이 있는데 왜 그런 걸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 말씀을 들으니, 예장합동 교단이 임 목사 다음 목표로 신부님을 '찍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시선으로 볼 때 나 역시 이단일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단성 시비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지금 누구와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여긴다. 난 내 안에 소수자성이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적 소수자와 함께 하는 건 내가 우월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연대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리고 혹시나 예장합동이 이단 시비를 걸어오면 성공회가 이를 좌시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 세계 성공회에서는 성소수자 관련 논의가 금기시 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성공회는 이 의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
"세계 성공회는 이 의제에 입장을 정리 중이다. 참고로 성공회는 '비아 메디아(vie media, 중도의 길)' 정신에 입각해 확정적 입장을 내놓지 않는 전통이 있다. 일단 결혼에 대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의 결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미국, 캐나다 등 진보적인 그룹이 이런 입장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정체성으로 인한 어떠한 차별, 혐오, 소외, 배제 등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 내 사목활동은 바로 이런 맥락에 근거를 두고 있되, 결혼은 '사람과 사람의 결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성공회는 성소수자 관련 의제에 명확한 입장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 의제에 대한 교리적 판단과 무관하게 성소수자를 죄인 다루 듯하거나 차별하려는 시도는 반대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인식이다. 물론 성공회 안에서도 보수성향이 강한 분들이 분명 있다. 그러나 차별과 혐오까지 수긍하는 분들은 흔치 않다. 내가 성공회 사제라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 현 상황을 볼 때 예장합동이 앞으로도 무리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임 목사는 연대가 절실해 보이는데, 신부님은 따로 연대할 계획이 없는지 궁금하다.
"내 입장은 분명하다. 임 목사가 사회적 약자 취급을 받는 이들과 함께 있는 한, 나 역시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존중을 떠나 그 자리가 내가 서 있을 자리이기 때문이다. 교회 공동체가 서야 할 자리도 여기일 것이다.

최근 교회가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이게 교회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착각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시혜를 베푼다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함께 한다는 마음이다. 성공회 안에서도 임 목사 일에 문제의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또 임 목사가 공연한 오해를 받고 공격 받는다면 보고만 있지 않고 발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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