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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농사일기 - 거름 끊은 벼가 장맛비에 훌쩍 자랐다

등록|2017.08.02 11:29 수정|2017.08.02 11:29

▲ ⓒ 유문철


▲ ⓒ 유문철


▲ ⓒ 유문철


▲ ⓒ 유문철


새벽까지 장맛비가 내렸다. 마지막 장맛비이지 싶다. 8월 첫날 해질 무렵 오토바이 타고 천평 두다랑이 논을 둘러본다. 7월 첫날부터 보름 동안 논을 매고 나서 처음 나왔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데 보름 동안 논에 오지 않았는데도 저희끼리 사이좋게 훌쩍 자랐다.

하긴 논 매느라 그 정성을 쏟았는데 저희들도 알겠지. 이웃 농가들은 제초제로 손쉽게 해결하는데 난 제초기로 두번 밀고, 또 손으로 포기마다 다 풀을 뽑아 거름으로 넣어주는 3단계 논매기 작전을 펼쳤다. 수천년 공생해온 벼들이 그 정성을 어찌 모르랴?

아스팔트 농사에 1년 넘게 기운을 쏟아부은 터라 올해는 거름 뿌릴 기운도 없고 또 거름 없이 볏짚의 힘으로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어 거름을 끊었다. 이른바 무투입 농법이다.

유기농을 비판하는 자연농은 흙을 갈지 않고, 거름을 넣지 않고, 풀을 뽑지 않는 3무 농법을 지향한다. 난 아직 그 정도로는 못하겠다. 논을 삶고(논밭의 흙을 써레로 썰고 나래로 골라 노글노글하게 만들다, 출처 : 국어사전 - 편집자주), 풀을 뽑아 주었다. 올해도 벼는 풀을 이기지 못해서 올미풀이 기세등등한 자리는 벼가 거의 자라지 못했다. 풀을 뽑아주고 나니 쑥쑥 자란다.

모 심은 지 석달이 지났다. 같은 날 모를 심은 이웃은 골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벼포기가 빼곡히 들어찼다. 내 논은 골이 훤히 보인다. 잎색은 비슷해졌다. 하늘에서 내려준 빗속에 담긴 거름이 벼를 키웠다. 포기도 제법 벌었다. 이제 뜨거운 8월 햇빛을 받으며 관행논을 따라잡을 터이다. 얼마나 따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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