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피한 섬진강, 'MB표 4대강'과 이렇게 다르다
'진짜 강과 가짜 강의 차이', 지금이라도 섬진강의 외침을 들어라
▲ 해가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섬진강의 노을은 가슴 설레게 아름다웠다. ⓒ 최병성
"그래, 이게 살아있는 강이야!"
섬진강에서 지리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만났다. 섬진강의 노을은 4대강과 달랐다. 살아 꿈틀거리며 가슴 설레게 하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4대강 주변에도 산이 있다. 섬진강보다 물이 더 많다. 그런데 무엇이 다르기에 섬진강의 노을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일까?
섬진강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과 함께 '한국의 5대강'이라 불린다. 다행히도 섬진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 살리기 삽질을 피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반짝이는 금빛 모래와 그림 같은 강변 나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맑은 물과 반짝이는 금빛 모래와 꿈틀거리는 강변 나무들이 지리산과 어울려 가슴 설레는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 것이다.
만약 섬진강도 '4대강 삽질'을 했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4대강 삽질을 피한 섬진강엔 굽이굽이 휘도는 물길 따라 금빛 모래톱이 반짝였다. 마치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누워있는 듯한 모래밭의 물결무늬가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금빛 모래와 맑은 물, 강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나무들. 이게 강의 진짜 모습이었다.
▲ 고래가 누워 있는듯 금빛 물결무늬가 그려진 모래톱과 맑은 물이 어울린 섬진강. 물고기 잡는 낚시꾼들이 함게 어울려 진짜 강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 최병성
그러나 30조 원을 들여 강을 살렸다는 4대강에선 더 이상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없다. 일단 모래가 사라졌다. 강을 직선화하며 강변 나무들도 다 잘려나갔다. 그나마 살아남은 나무들 역시 4대강에 세운 16개 보로 인해 불어난 강물로 물에 빠져 죽어갔다. 보에 막힌 물은 흐름을 잃어버렸고, 강물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상실하고 '녹조라떼'가 되었다.
▲ 모래와 강변 습지 사라진 낙동강은 거대한 녹조라떼 독극물로 전락했다. ⓒ 신병문
삽질 피한 섬진강과 30조 원짜리 4대강 비교해보니...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강 살리기'라고 주장했다. 진짜 강 살리기였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강 살리기 삽질을 하지 않은 섬진강과 30조 원을 퍼부어 다시 살아났다는 4대강을 비교해보면 진실이 분명해진다.
섬진강엔 굽이굽이 휘도는 물길 따라 좌측과 우측 강변을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크고 작은 모래톱이 있다. 맑은 강물은 모래톱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흘러간다.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많은 예산을 들여 살렸다는 낙동강. 모래는 단 한 톨 보이지 않는다. 물이 넘칠 만큼 많다. 그런데 물빛이 섬진강과 너무 다르다. 낙동강에 물은 많으나 먹으면 위험한 녹조라떼다.
▲ 섬진강(좌)과 낙동강(우)의 차이. 4대강사업의 진실이 무엇인지 증명하고 있다. ⓒ 최병성
섬진강에 두 발을 담갔다. 맑은 물이 흐르는 모래톱에 재첩이 하나 놓여 있다. 물이 맑은 탓에 마치 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맑은 강물에 발을 담그니 내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낙동강에 두 손을 담갔다. 아주 진한 녹색이다. 금방이라도 내 손과 온몸이 녹색으로 물들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온다. 녹조라떼에 담근 피부는 아무 이상 없을까?
▲ 맑은 물의 섬진강과 녹조라떼 4대강. 어느게 진짜 살아있는 강일까? ⓒ 최병성
드론을 날려 좀 더 높은 각도에서 섬진강과 낙동강을 비교해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달랐다. 동해 바닷가에만 모래 백사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둥글 모래톱과 맑은 물이 어울린 멋진 섬진강. 그러나 낙동강은 녹조가 죽은 사체들로 가득한 녹조곤죽이 마치 유화를 그린 듯하다.
▲ 바닷가처럼 멋진 백사장과 맑은 물의 섬진강(좌)과 녹조곤죽 범벅인 낙동강(우). ⓒ 최병성
4대강 사업 이전의 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분명히 4대강사업을 강 살리기라고 했다. 그런데 30조 원의 혈세를 퍼부은 결과가 녹조라떼다. '강 살리기'가 진실이라면, 오늘의 녹조라떼는 심각하게 죽었던 강이 4대강 살리기 덕에 녹조라떼 만큼 살아난 것일까? 아니면 섬진강처럼 살아있던 강들이 '살리기의 탈을 쓴 4대강사업' 때문에 녹조 가득한 죽음의 강이 된 것일까?
진실 확인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삽질하기 전의 4대강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과거로 돌아가 보자.
낙동강 700리 중에 제1비경으로 소문났던 경천대 앞의 낙동강이다. 기암절벽과 길게 늘어선 백사장과 맑은 강물이 오늘의 섬진강처럼 아름다웠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유산인 낙동강 제1비경도 4대강 살리기 삽질 앞에 처참히 망가졌다. 그리고 썩은 물만 가득 채웠다. 정말 강을 살린 게 맞을까?
▲ 섬진강처럼 맑은 물과 금빛 모래톱이 어울린 경천대.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사라졌다. ⓒ 최병성
낙동강은 4대강 중 가장 모래가 풍부한 강이었다. 섬진강의 모래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드넓었다.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멋진 모래사장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러나 수만 년 동안 흐르는 강물이 쌓아 온 이 모래톱도 4대강사업 덕에 이젠 추억의 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
▲ 금빛 모래가 풍부했던 낙동강.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모두 사라지고 녹조라떼만 가득하다. ⓒ 최병성
4대강사업 이전엔 한강에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모래톱이 곳곳에 있었다. 자갈과 모래가 함께하는 멋진 여울이었다. 1년 내내 견지 낚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여름이면 물놀이하는 피서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그림 같던 한강의 모래톱도 사라졌다. 그리고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사는 '썩은 물'이 되었다.
▲ 그림처럼 아름답던 한강의 모래톱과 여울.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가득했던 곳인데, 4대강사업으로 사라졌다. ⓒ 최병성
4대강에서 사라진 것은 모래만이 아니다. 섬진강의 노을이 그토록 아름답던 이유는 강변의 나무들이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 이전에 한강, 낙동강 변에도 아름드리나무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강변 습지들은 생명의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홍수 시에 물의 유속을 줄여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크고 장대한 나무일지라도 4대강 변종운하의 물길에 방해되는 것은 가차없이 잘려나갔다.
▲ 강변의 아름드리 나무들도 살리기의 탈을 쓴 4대강사업으로 잘려나갔다. ⓒ 최병성
심지어 많은 나무들이 4대강사업으로 불어난 강물에 빠져 죽었다. 녹조라떼 낙동강에 빠져 죽은 나무들 모습이 처참하다. 홍수 시 며칠 동안 물에 잠기는 것은 괜찮지만, 1년 365일 물에 잠겨서는 살 수 없는 나무들이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나무들을 수장시킨 4대강사업이었다.
▲ 4대강사업으로 불어난 녹조라떼 강물에 빠져 죽은 나무들의 처참한 모습 ⓒ 신병문
'4대강 파괴 하청업체'로 전락했던 환경부
4대강사업 이전에 한강, 금강, 낙동강은 섬진강처럼 아름다웠다. 반짝이는 금빛 모래톱과 그림같던 습지와 맑은 물이 흐르던 강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삽질 이후 예전의 아름답던 모습도, 맑은 물도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환경을 지켜야 하는 환경부가 4대강 파괴의 하청업체로 나선 결과였다. 환경부가 거짓으로 가득한 4대강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만 주지 않았어도 4대강사업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장관은 물론, 차관까지 나서 기후변화를 대비한 '큰 물그릇 론'을 주장하며 4대강사업 합리화 선봉에 나섰다.
▲ 물그릇론을 주장하며 4대강 파괴에 선봉장 역활을 한 환경부. 이젠 정신차려야 한다. ⓒ 머니투데이
"지금 정부는 기후 변화에도 건강한 4대강을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중략) 맑고 풍부한 물과 수생태계는 무엇보다도 귀한 자원이다. 물그릇을 충분히 키워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사용하는 것은 기후 변화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
4대강이 다시 흐르고, 건강한 대한민국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제 환경부가 달라져야 한다. '환경파괴 면죄부'에서 환경지킴이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 정권과 기업의 개발을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 환경부라는 이름값을 해야 한다. 이제라도 환경부가 나서 4대강의 수문은 여는 선봉장이 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참회해야 한다.
섬진강의 외침을 들으라
모래를 파내고 큰 물그릇이 된 4대강. 과거 환경부 차관의 언론 기고처럼 기후변화를 잘 감당하고 있을까? 4대강 큰 물그릇에 물이 가득했지만, 지난 봄 벌어진 가뭄에 아무 소용없었다. 가뭄 끝에 비가 왔다. 청주를 비롯해 천안, 괴산, 인천 등 수많은 도시들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홍수와 가뭄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홍수와 가뭄을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이룰 수 없는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홍수와 가뭄 대비한다던 4대강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끝나지 않았다. 맑던 강물을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녹조라떼로 만들었다. 물은 넘치도록 많으나 물이 썩어 마실 물이 부족해진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후손들에게 물려 줄 가장 큰 자원이 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4대강 자연유산이 모두 파괴되었다. 4대강사업은 국토를 파괴한 범죄였다.
▲ 낚시도 하고, 물놀이도 즐길 수 있는 섬진강이 '내가 진짜 강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 최병성
가족들과 물놀이를 즐기고, 낚시도 할 수 있는 금빛 섬진강이 오늘도 외치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진짜 강이다. 녹조라떼 가득한 4대강은 가짜다. 한강도, 낙동강도, 금강도, 영산강도 섬진강처럼 다시 흘러야 한다. 맑은 물과 금빛 모래톱과 습지가 회복되어 강다운 강이 되어야 한다. 강을 흐르게 하라!"
4대강의 물길을 막고 있는 16개 괴물 보의 수문을 열자. 한강도, 금강도, 낙동강도, 영산강도 섬진강처럼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게 하자. 4대강 파괴를 막진 못했으나, 수문을 열어 4대강을 다시 흐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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