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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얘기는 1도 없는 자유한국당 혁신선언문

2일 류석춘 혁신위원장 발표... "1948년 건국", "광장민주주의 위험" 등 내용 담겨

등록|2017.08.02 12:09 수정|2017.08.02 13:07

류석춘 위원장, 혁신선언문 발표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자유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초한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한다."

결국 도돌이표였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2일 공개한 혁신선언문에는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보다는 '우클릭'을 강조한 우파 진영 중심의 가치가 대부분이었다.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24일 혁신위원 임명장수여식에서 균형있는 혁신을 요청하며 "오른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말은 무색하게 됐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배제한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 중심의 건국론을 내세우거나, 광장민주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등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임명 초반부터 강조해 온 우파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언문 포함 여부로 주목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당적 문제와 탄핵 인용에 대한 해석 등 혁신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환골탈태' 외쳤지만...

류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며 "대한민국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래 자유민주진영이 피땀으로 세우고 지킨 나라"라면서 "한국당은 이 정통을 이어받아 분열된 보수 우파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 시점을 1948년으로 못 박으면서도 임시정부의 법통을 동시에 언급하는 모순도 드러냈다. 추가 설명 브리핑을 맡은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건국절 논란을 지적한 취재진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부의 정통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1948년 건국이라는 개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대의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촛불 집회 등 시민참여 중심의 직접민주주의를 깎아내린 대목 또한 류 위원장의 기존 주장과 닿아있었다. 이 대변인은 "(광장민주주의는) 헌법에 나온 대의민주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의 소지가 있어, 이를 지속하기보다 대의 민주제의 가치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문받는 류석춘 위원장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선언문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광장민주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촛불집회를 비판하면서도, 태극기집회에는 가타부타 언급이 없는 혁신위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는 질문도 나왔다. 류 위원장 스스로도 임명 기자회견 당시 자신의 정체성을 '태극기 집회'라고 소개하는 등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편향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가 지난 1월 23일 참여한 '한국자유회의 창립 취지문'에도 "광장의 열기가 법치와 대의정치의 원칙을 압도하고 있다"며 혁신선언문과 같은 맥락의 주장이 담겼다.

이 대변인은 이에 "태극기와 촛불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집회지만, 다만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주의가 원칙이다"라며 양비론적 설명을 덧붙였다.

류 위원장은 혁신선언문에서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강조하며 '인적 혁신'을 그 과제로 강조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신보수주의 개념에 기초한 가치 중심 정당이 돼야 한다"면서 "이념과 조직을 재정비하고, 인적 혁신과 인재 영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이 대변인은 '인적 혁신이 추가 징계나 박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를 뜻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향후 논의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 구체적인 부분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취재진 사이에서도 "중심 주제가 없다" "탄핵에 대한 내용은 전혀 언급이 안 됐다"는 불만이 나왔다.

'서민중심경제' 설왕설래, 결국 반대 위원 사퇴

혁신위 내부에서 갈등을 일으켰던 '서민중심경제주의'는 결국 선언문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이 노선이 '우클릭' 완충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하지만 이 또한 류석춘 식 '우파 가치'에 부합한 경제 노선으로 풀이됐다. 류 위원장 설명에 따르면 서민중심경제주의는 "부자에게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경제 노선이다. 그는 "강성 귀족 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을 배격하고, 중산층과 서민 중심의 경제, 서민 복지 중진에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거대 자본의 정경 유착 등 재벌 기득권에 대한 비판은 빠졌다.

한편, '서민중심경제주의'라는 용어 사용 때문에 한 혁신위원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자유민주연구원 소속인 유동열 위원은 이날 사퇴의 변을 밝히면서 "서민중심경제를 지향한다는 것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선언문 속 '서민 중심'이라는 단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한국당이 강조해 온 노선을 배격한다는 주장이었다.

혁신위는 이에 입장을 내고 "서민중심경제는 헌법적 가치인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듬는 의미로 사용됐다"면서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고 해서 혁신위 활동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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