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연이은 죽음도 '조용히' 넘기자는 마사회
60여일 만에 2명 스스로 목숨 끊어도 사태 축소 급급 인상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 마필관리사 죽음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소연
경마장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는데도 마사회가 사태 해결보다는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1일 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일하던 이현준(36)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마필관리사 박경근씨가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이후 60여 일만에 또 벌어진 일이다. (관련기사: 쌍둥이 아빠는 왜 경마장에서 목숨을 끊었을까?)
노조 측은 "(이씨가) 팀장의 병가기간 (5~6개월) 중에 별도의 인력 충원 없이 본인의 기승조교업무에 추가하여 팀장의 업무까지 인계받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연이은 마필관리사들의 비극에도 마사회 측은 조용히 이번 일이 처리되기를 바라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복수의 노조 관계자는 마사회 고위 간부가 이씨의 빈소를 찾아 "이번에는 조용히 보내드리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박씨의 사망 사건 이후 노조는 마사회의 고용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며 장례 절차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 이를 두고 노조는 "박경근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몰두해 있는 마사회의 인식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공론화하지 않고, 조용히 넘기면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사회, 착취체제에 대한 해결 의지 없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마사회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 없다"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마사회의 사태 인식을 문제로 보았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2일 성명을 내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조용히 보내드리자'라고 말했다는 것은 여전히 책임회피에만 몰두하는 마사회의 저급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마필관리사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열악한 처우와 불안정한 고용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개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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