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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박근혜, 얼굴 붉히며 jtbc 이적단체라고 맹비난"

2016년 2월 독대 자리에서 '정부 비판 보도' 크게 항의... "굉장히 흥분했다"

등록|2017.08.02 21:22 수정|2017.08.02 21:22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적단체'라는 표현까지 쓰며 jtbc 보도를 강하게 비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진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2일 진행된 이재용 부회장 50차 공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jtbc의 정부 비판 보도에 크게 화를 낸 구체적인 상황이 공개됐다.

"홍석현 회장이 삼촌 아니냐, 가서 말씀드려라"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 15일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외삼촌이지 않느냐"면서 "중앙일보 자회사인 jtbc 뉴스프로그램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얼굴을 붉혔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문구는 기억 안 나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그러실 수가 있느냐. 이적단체라는 단어까지 쓰셨다"라고 밝힌 뒤 "중앙일보가 삼성계열사였는데 가서 얘기 좀 하라"고 항의했다고 회상했다.

이에 이 부회장이 "계열 분리된 지 오래됐고, 독립된 언론사인 데다 (홍석현 회장이) 손윗분이라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난감한 뜻을 전하자, 박 전 대통령이 "더욱 짜증을 내시면서 '어머님이 (홍석현 회장의) 누님이니까 어머님께 말씀드리라'면서 굉장히 흥분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홍석현 회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건재할 때도 말을 안 들었다"면서 계속 난감한 기색을 표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제가 도망가는 말투로 (완곡한 거절의) 말씀을 드렸더니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 두 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내 얘기 어떻게 하고 다니는지 모르느냐. 모 국회의원이랑 모의하고 다니는지 모르느냐면서 (홍석현 회장이) 정치 야망 있는 것 같으신데 삼성이 줄을 대는 거냐. (삼성이) 중앙일보와 jtbc의 제일 큰 광고주 아니냐고 하셨다. 그 다음부터는 할 말이 없었다. 화만 돋구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이 과정을 설명할 때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이 건재할 때도"를 "이건희 회장이 살아계실 때부터"라고 잘못 설명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나아가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런 행태를 "기록으로 꼭 남기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검 조사 때도 이 내용을 진술했지만 당시는 탄핵 심판이 진행중이었고, 그래도 일국 대통령이 한 언론사를 두고 그렇게 언급했다는 걸 조서로 남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조서에 남기지 말자고) 말씀 드렸다"면서 "하지만 안종범 수첩에도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이 진술을 조서에 남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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