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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어린이책, 이 일이 점점 좋아진다"

<마당을 나온 암탉> 김환영 작가, 오는 30일까지 웅천돌문화공원서 전시회

등록|2017.08.05 18:35 수정|2017.08.05 18:35

▲ 판화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는 김환영 작가 ⓒ 이재환


김환영(58)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공교롭게도 전시회장이 아닌 지난해 겨울 보령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 장소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삽화를 그린 그림작가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김환영 작가는 최근 10여 년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독후감을 썼다는 바로 그 책의 원화 작가다. 추운 겨울날 손을 호호 불며 김 작가와 나눈 첫 대화는 "많이 추우시죠?"였다.

보령 촛불집회 당시 김 작가는 보령시민들과 함께 '세월호 미수습자 9인이 돌아오길 기원하는 의미의 그림'을 현수막에 그렸다. 보령 촛불 시민과 작가의 공동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실제로 김환영 작가의 시선 혹은 작가적 관점은 늘 민중에게로 향해 있었다.

민중작가로 시작해 1987년 어린이 책 작가로 '전향'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 모퉁이에는 지금도 여전히 민중에 대한 애틋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환영 작가는 "진짜 막장에서 일했던 광부들은 비록 힘든 일을 하긴 했지만 혼자서 10여 명의 대가족을 먹여 살렸다"며 "지금은 맞벌이를 하고도 정작 살기가 어려운 가정이 많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작가는 촛불집회가 끝나고 '박근혜가 물러간 뒤'에도 이메일을 통해 종종 자신의 근황을 전해왔다. 최근에는 충남 보령시 웅천돌문화공원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시회 첫날인 지난 3일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가 작가를 만났다. 그러고 보니, 김 작가를 집회장이 아닌 전시회장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환영 작가의 초대전 '동심으로 그린 세상'은 오는 8월 30일까지 웅천돌문화공원 전시실에서 열린다. 아래는 김환영 작가와 나눈 대화다.

"광부로 일했던 분들 모셔놓고 전시회 열고 싶었다"

▲ 김환영 작가가 전시하고 있는 판화작품이다. ⓒ 이재환


-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 근황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여전히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 권정생 선생 10주기에 맞춰 <뻬떼기> 그림책을 냈다. 책을 내고 나니 책과 관련된 일정이 계속 잡힌다. 다음 달에는 부산에서 <뻬떼기> 원화전을 열 예정이다(뻬떼기는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단편에 나오는 병아리의 이름이다)."

- 작고하신 권정생 선생과도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선생님 살아 계실 때 세 번 정도 뵈었을 뿐이다. 주로 일 때문에 만났다. <뻬떼기> 작업 초기에 고증을 위해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이 안동에 살아계실 때는 살아계시는 것 자체로도 든든하고 좋았다. 한 시대의 좌표 같은 분이다. 늘 존경하는 마음이다."

- 오늘은 약간 다른 느낌의 전시회 같다. 전시회의 취지를 설명해 달라.
"처음 보령으로 내려왔을 때 이곳이 탄광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뒤늦게 보령에도 탄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보령 지역의 탄광에서 광부로 일했던 분들과도 친분을 쌓게 됐다.

물론 오늘 전시한 판화 작품들은 10년 전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2006, 보리출판사)란 책에 실렸던 작품이다. 강원도 사북의 탄광지역 아이들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보령에서도 광부들을 모셔놓고 전시회를 열고 싶었다."

- 이번 전시회의 특징이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 달라.
"전직 광부인 내 친구와 그의 부인에게 시를 직접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광부였던 친구는 임길택 시인의 시 중에서 10편을 골랐고, 그의 부인은 임길택 시인의 제자들인 사북 아이들의 시에서 10편을 선정했다. 그렇게 20여 편의 시가 판화와 함께 전시장에 걸린 것이다.

여담이지만, 임길택 시인의 시와 사북 아이들의 시에는 어떤 독특한 연결고리 같은 것이 있다. 보통은 아이들의 시가 선생님의 시를 닮아 가는데, 임길택 시인의 시는 거꾸로 아이들의 시를 닮고 있다."

"아이들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

▲ 어느 사북 아이의 시, 이 시가 모티브가 되어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2006, 보리출판사)란 책이 나왔다고 한다. ⓒ 이재환


- 서양화를 전공하고, 무려 30년 동안이나 어린이책 관련 일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솔직히 먹고 살기 위해 어린이책 일을 시작했다. 사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운동도 했었다. 민중미술운동은 오히려 내 돈을 쓰며 하는 일이었다. 한편으로 돈벌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출판일을 하게 됐다. 어린이책에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인연이 닿게 되었다.

하지만 어린이책이란 것이 만만치가 않다. 어린이에게 보여주는 그림은 언뜻 보기에는 자유롭고 좀 더 수월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린이책 일을 하면서 초창기에 만났던 한 선배는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작품을 줘야 한다. 세상에 와서 처음 만나는 그림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 대한 공부도 하고, 아이들도 자주 만나면서 점점 이 일이 좋아졌다. 어린이 책 관련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쁜 사람'으로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들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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