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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2세가 들려주는 '참혹한 그 이야기'

재일교포 배동록씨 <우리 엄마 강금순> ... 강제동원된 부모님 이야기 다뤄

등록|2017.08.08 10:17 수정|2017.08.08 10:17

▲ 강제동원 재일교포 2세 배동록씨가 최근에 책 <우리 엄마 강금순>을 펴냈다. ⓒ 윤성효


"우리 가족사진이야. 맨 뒤가 우리 어머니, 그 앞은 우리 형들과 누나. 나는 저기 없어. 태어나기 전이거든. 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우리 어머니는 왜 누나와 형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야 했을까? 지옥선이라고 불리는 그 커다란 배를 …."

일본강점기 강제동원 재일교포 2세 배동록(75)씨가 <우리엄마 강금순>(도서출판 도토리숲 간)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한 말이다.

이 책에는 최근 개봉한 영화 <군함도>의 실제 섬인 '하시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야하타 제철소, 하시마섬과 강제동원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이다.

배동록씨는 1943년 일본 야하타제철소에서 태어난 강제동원(징용) 2세다. 그의 부모들은 강제동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야하타제철소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지금 배동록씨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강제징용 피해와 원자폭탄 피해자, 재일동포의 차별과 고통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일과 7일 합천에서 열린 '비핵평화대회'와 '원폭피해자 추모제'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 책은 배동록씨가 들려주는 실제 증언으로, 강이경 작가가 글을 쓰고, 김금숙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이재갑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어 나온 것이다.

강제동원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가족의 삶을 통해 슬픈 역사를 거쳐 온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삶과 재일동포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책에는 '강제동원'과 '지옥의 섬 하시마(군함도)', 민족학교와 재일동포의 아픔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담겨 있다.

배씨의 아버지는 1940년, 어머니는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부모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야하타제철소 등에서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고, 이들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책에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소유였던 하시마(군함도) 이야기도 나온다. 이곳에서 강제동원으로 끌려갔던 조선인들은 혹독한 강제노역을 당했고, 해저 1010m까지 파고 들어가 석탄을 캤다.

이곳에서 조선인들은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했다. 수많은 조선사람들의 한이 맺힌 곳이다. 군함도는 나라 잃은 백성이 눈물을 흘렸던 곳으로, 한마디로 '지옥의 섬'이었다.

배동록씨가 말하는 어머니는? 아버지는?

그래도 배동록씨는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어머니는 너무 가난해서 학교에도 못 갔어. 겨우 이름 석자 정도만 쓸 줄 알았지. 그래도 어머니는 늘 씩씩했어. 웃기도 참 잘 웃었지. 그리고 참 영리했어. 잘 살던 우리 집안이 왜 그렇게 가난해졌는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굶어 죽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지. 그러다 보니 외할머니와 외삼촌의 목숨을 빼앗아간 일본놈들을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어."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들은 강제동원된 조선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아버지처럼 속아서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 이야기였어. 아버지는 기타규슈의 공업지대이고 조선사람 이백명이 야하타 제철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어. '여는 참 지독한 곳이라 자유가 없다. 아무리 아파도 일해야 하고 마음대로 일을 그만 둘 수도 없다. 우리 조선 사람들을 짐승 부리듯 한다 이 말이다'."

"그렇긴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했어. '탄광에서 일하다 갱이 무너져가 죽은 사람도 셀 수 없다카더라. 댐을 짓다 떨어져 죽은 사람도 많다 카고. 하시마섬 거기서는 바다 밑바닥을 파고 들어가서 석탄을 캐게 한다 카이. 가스가 폭발하기라도 하면 그냥 끝인기라. 그 중엔 열세 살 묵은 아이도 있다 카드만. 일본놈들, 참말로 지독한 놈들이라.'

아버지는 진저리를 쳤어. '도망도 못 가겠네여?' 엄마 눈이 흔들거렸어. '도망은 무신, 마닷속 탄광에서 우예 빠져나온단 말이고 ….' 하시마섬에 강제로 이주 당한 조선인들은 하시마 섬을 지옥섬, 감옥섬이라고 불렀다고 했어."

강이경 작가는 "여리고 작은 조선의 소녀가 그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가 되고, 낯선 땅과 잔인한 땅에서 식민지 조선과 강제동원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강연자가 되기까지,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너무도 중요한 것을 잊고 살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허광무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일본 제국의 침략전쟁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아시아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잔인한 피해를 주었다"며 "우리는 전쟁이 가져 오는 비참함을 역사를 통해 똑똑히 배우고 아울러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 했다.

책 속 주인공인 배동록씨는 8일 오후 3시 '경의선 책거리 공간산책'에서 독자들과 만나는 강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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