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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걱정하던 조중동, '남아도는 전기'에 뭐라 반응했을까

민언련 신문 보도 비평(8/5~8/7)

등록|2017.08.08 19:26 수정|2017.08.08 19:26
1. 발전 설비예비율 14년만에 최대, <조선>은 '전력감축 지시' 영향 주장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7월 발전 설비예비율이 14년만에 최고치(34%)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년 중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7․8월 중 발전 설비예비율이 30%를 넘어선 것은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요. 우선 신기하게도 정부의 탈핵 기조 발표 이후 전력 부족 문제를 끊임없이 '걱정'해온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아예 내놓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경우 곧바로 기사를 내놓기는 했지만, 왜곡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조선일보>는 제목을 <전기 남아돈다더니 "기업 사용 줄여라" 긴급 지시한 정부>로 뽑았습니다. 기사에서는 정부가 일부 기업에 전기 사용량을 줄이라 지시한 것을 근거로 "탈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들의 전기 사용량에 간섭, 예비율을 과장했다"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 등의 지적을 마치 사실인양 전했습니다. <동아일보>도 <정부 "공장 멈춰 전력사용 감축" 지시 논란>을 통해 정부의 급전 지시가 '논란거리'가 된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급전지시는 전기사용자가 전력수요(피크)를 자발적으로 감축하고 시장에서 보상받는 제도로, 피크전력수요를 관리하는 것은 산업부의 당연한 업무일 뿐입니다. 실제 전력거래소 역시 지난 7월 12일에는 일부 발전기의 고장으로, 21일에는 지난해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하면서 급전 지시를 내린 것일 뿐, 인위적으로 예비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는 아니었다는 입장입니다. 애초 이를 '탈핵 기조'와 엮어 설명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인 것이지요.

<조선일보>와 달리 <경향신문>은 핵발전소 건설 중단 및 탈핵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기가 남아돈다는 사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전력 수요 증가보다 전력 공급이 늘어 설비 예비율이 남아도는 것이라는 정보를 전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 7월 발전 설비예비율 최고치 기록 관련 보도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2. MB 국정원 댓글부대 운영 사실, 여전히 '소극 보도'중인 조중동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이후, 이명박 정부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중동은 여전히 1면 보도 없이, 최소한의 보도만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 와중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이 기간 내놓은 두 건의 보도에서 모두 '정치보복'에 대한 우려를 부각하여 전했습니다.

이를테면 <조선일보>는 <사설/국정원 댓글팀에 민간이 동원, 제정신이었나>를 통해 "국정원의 민간인 동원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원을 접수하면서 새롭게 확인된 것이다" "전모를 밝히되 정치 보복으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도 <사설/어이 없는 국정원 댓글부대… 철저히 밝혀라>에서 <정치보복으로 흐르는 건 경계해야>라는 부제를 뽑고 "정치보복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치보복 의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 YTN 해직기자 복직 타결, <조선><중앙> 미보도

지난 2008년 YTN 낙하산 사장 반대,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을 벌이다 해직되었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해직기자의 복직이 결정되었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제외한 4개 매체는 이를 5일 지면을 통해 전했는데요. <동아일보>의 경우 <우종범 EBS 사장 돌연 사의> 보도 말미 복직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사실을 한 줄로 간략하게 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4. 한국당 '알쓸신잡' 방송심의 신청, <조선>만 보도

6일 자유한국당은 TV 예능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이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내용을 왜곡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를 신청했습니다. 한국당은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 등이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수천 명이며 피해자는 수십만 명이 넘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해당 사고와 암 발병이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 나오는 등 정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들의 발언을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보도"로 규정했습니다. 한국당의 이 같은 행보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 곳은 <조선일보>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5일~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덧붙이는 글 민언련 배나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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