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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길고양이라서 슬퍼요'

8월 8일 ‘세계 고양이의 날’을 맞아

등록|2017.08.09 11:35 수정|2017.08.09 14:10

▲ 길고양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을 잔뜩 경계한다. ⓒ 지유석


▲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 지유석


가끔씩은 생각지도 못한 기념일을 맞게 된다. 어제, 그러니까 지난 8월 8일은 세계동물복지기금(IFAW)과 여러 동물단체가 모여 제정한 열 여섯 번째 '세계 고양이의 날'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념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가끔씩이나마 길고양이에게 먹을거리를 챙겨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길고양이들이 길 위에서 어떤 일을 당하는지 몰랐다면 이 날은 영영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

요즘 난 내 스스로에게 놀란다. 전부터 고양이는 괜실히 주는 것 없이 미웠던 존재였는데, 한 1년 전부터인가 길고양이에게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먹을거리를 가져다 주지만 길고양이와 친해지기는 정말 쉽지 않다. 워낙 경계가 심한데다, 새끼를 돌보는 어미 고양이에게선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 길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사람을 경계한다. ⓒ 지유석


▲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 지유석


▲ 길고양이들의 삶은 늘 고달프다. ⓒ 지유석


사실 수년 동안 길고양이를 돌봐준 '캣맘', '캣대디'에 비하면 난 초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쓰기도 민망하다. 오랫동안 길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며 산전수전 다 겪었을 캣맘들의 이야기가 훨씬 풍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 새끼를 키우는 어미 고양이에게선 가끔씩 섬뜩함마저 느낀다. ⓒ 지유석


▲ 길고양이들은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마실때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 지유석


▲ 길고양이의 눈망울에선 슬픔이 엿보인다. ⓒ 지유석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많은 일을 겪었다. 얼마 전 올 봄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차를 피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해야 했고, 심하게 다친 모습이 역력함에도 경계심이 심한 탓에 그저 상처 입은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을 때도 종종 있었다. 한 번은 고양이 가족들이 한꺼번에 붙잡혀 시장에 물건처럼 전시된 경우도 봤다.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겪은 일이 이 정도니 오랜 기간 길고양이들을 돌본 캣맘들의 사연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간간히 길고양이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가 있다. 찍은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길고양이들의 눈빛에서 슬픔이 보인다. 물론 가끔씩은 서로의 몸을 부비며 한가로움을 즐기지만 말이다. 먹을거리가 늘 부족하고, 언제 사람들에게 잡혀 학대를 당할지 모르니 슬픔은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10년째 고양이의 삶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는 이용한 작가는 올해 1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을 만난 길고양이가 재빠르게 도망가는 나라는 전 세계에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정말이지 이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부디 길고양이들이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고, 그저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 캣맘, 캣대디들 역시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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