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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측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왜곡을 멈추라

[주장] 전두환은 살인마 유영철, 정남규와 얼마나 다른가

등록|2017.08.09 10:22 수정|2017.08.09 11:34

민정기 전 비서관 발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전두환 정부 시절)이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에게 겨냥 사격을 한 바 없으며, 북한군이 개입한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 JTBC


95명의 사상자를 낸 순경 우범곤, 20여명의 사람을 잔인하게 살해한 유영철, 13명을 죽인 정남규. 우리는 이들을 보고 '연쇄 살인마'라며 손가락질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보다 단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명령 하나로 죽인 범죄자들에게는 다소 관대합니다.

유신시절 수많은 청년을 고문하고 살해한 박정희, 5·18 민주화 항쟁 당시 발포 명령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두환. 이들을 존경한다는 사람들도 일부 존재하죠. 특히 전두환은 1980년 광주에서 115명의 사망자, 81명의 행방불명자, 110명의 상이 후 사망자를 발생시켰습니다.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 그가 엎드려 용서를 구하지는 못할 망정 또 한 번 망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개봉 닷새만에 43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택시 운전사'를 두고서입니다. 전두환의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민정기씨는 지난 7일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아무 법적 정당성도 없는 시민이 무장하고 무기고를 습격한 걸 폭동이 아니면 뭐라고 하겠느냐"라며 "5·18 상황은 폭동인 게 분명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 대해 "시민을 겨냥해 사격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대응) 검토도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정기 전 비서관의 주장과 달리 5·18 민주화 항쟁 당시 계엄군은 광주 시민을 겨냥해 사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00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이를 증명합니다. 5·18 민주화 항쟁을 기록한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 따르면 당시 계엄군은 심지어 임산부에게도 조준사격을 가했습니다. 1980년 5월 21일 임산부 최미애(23)씨는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을 찾으러 나갔다가 전남대 정문에서 시위대를 추격하던 궁수대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그녀의 태내 아이도 함께였습니다. 5·18 당시 시민을 겨냥해 사격하지 않았다는 전두환 측은 주장은 이처럼 허무맹랑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계엄군이 도청을 지키던 시민들에게 헬기 사격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도 나왔습니다. 옛 도청 건물에서 헬기가 기총 사격을 한 흔적, 193발의 탄환 자국이 발견됐습니다. 1997년 대법원 판결 당시 광주 시민들 수십 명이 헬기 기총소사를 목격했다고 증언했지만, 당시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증언은 있되 증거는 없었던 까닭입니다. 최근 헬기 기총소사의 흔적이 발견된 만큼 5·18 진상 규명에 좀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전망됩니다.

최근 <전두환 회고록> 출판과 배포를 금지한 광주지법의 가처분 인용 결정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두환은 그의 회고록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가한 600명의 시위대가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군"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5·18 단체 등은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회고록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그 이유를 국방부가 2013년 5·18 민주화 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한 증거가 없다는 내용을 국회에 제출한 것, 2013년 정홍원 전 총리가 국회에서 "북한군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한 것, 전두환 스스로가 2016년 6월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를 전혀 받은 바 없다고 증언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민정기 전 비서관은 재판부의 결정에 반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선진국들, 자유 민주주의 선진국들에서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금서 처분한 나라가 있었는지, 외국에서 볼 때 '한국은 민주화된 개인의 사상,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이 철저하게 보장되는 인권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조차도 금서 처분하는 그런 나라구나' 이런 식으로 될 경우 외국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이 어떻겠습니까."


민정기 전 비서관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인식이 격하되는 이유 중 하나가 전두환과 그 부역자들 때문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독일의 경우 이유 없이 유대인을 학살한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며, 지금도 그 당시의 만행에 대한 반성으로 유대인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강력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요?

전두환은 짧은 교도소 생활을 끝으로 사면받아 전직 대통령으로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두환 정부의 부역자들도 떵떵거리며 살아갑니다. 민정기 전 비서관 같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측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어떠한 눈으로 바라볼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민정기 전 비서관도 이 점을 깨닫길 바랍니다. 엎드려 사죄를 해도 모자랄 사람과 그 부역자들이 '살인 행위'를 정당화해서야 되겠습니까.


전두환과 그 부역자들의 적반하장식 발언을 지켜보면 연쇄 살인마, 사이코 패스 살인마들의 증언이 떠오르곤 합니다. '잡히지 않았더라면 100명은 더 살해했을 것'이라던 유영철, '살인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우울함이 사라진다'던 정남규와 저들은 얼마나 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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